대법원이 상고법원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 올라오는 사건의 일부를 심리하는 별도 법원을 설치해 대법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는 생각에서다. 현재 대법원이 한해 처리하는 사건은 3만6000여건에 달한다. 대법관 1인당 연간 3000여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당연히 졸속 심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빠르면 올해 안에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하지만 상고법원을 도입하면 하급심이 오히려 부실해지고 3심제 원칙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상고법원 설립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대법원의 졸속 심사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상고사건 수가 너무 많아 최고법원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상고법원 설립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은 한 언론 기고에서 “대법원은 분쟁에 관한 사실심리를 항소심에 맡기고 주로 법령 해석의 당부를 판단하는 것이 맞다”며 상고법원 설립에 찬성하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대법원은 법령 해석의 통일과 함께 그를 통한 사회의 가치 기준과 방향을 정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대법원 업무가 숲을 보는 일과 같다고 비유했다. 반면 국민의 권리구제는 나무 하나하나를 잘 살피는 일이라는 것이다. 나무를 보는 사람이 숲을 보기는 쉽지 않은 만큼 대법원의 업무와 하급 법원의 업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상원 변호사는 “선진국에서는 늘어나는 사건 수에 대응해 당사자뿐 아니라 사회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건에 한해 3심 재판을 허용하고 나머지는 2심에서 끝내도록 한다”며 상고법원 설립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사회에 파급력 있는 사건은 대법관 전원의 토론으로 깊이 있게 재판하고 당사자에게 중요한 사건은 상고법원이 충실하게 검토해 재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 변호사회들과는 달리 서울변호사회는 상고법원 설립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상고심 심리 충실화와 하급심 판사 증원을 전제로 상고법원 설치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서울지변은 “상고법원의 내용을 설계할 때는 대법관의 업무부담 경감이나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 강화가 아니라 상고심 심리 충실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 반대 "위헌소지 있고 고위직 법관 자리 늘리기"
대한변협 상고심 개선연구위원인 이재화 변호사는 상고법원 설치는 최종심인 상고심 법원을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으로 선언하고 있는 헌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상고법원 설치안은 법률로 대법원이 아닌 최종심을 만들려는 것인데 이는 헌법 제 101조2항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법원이 ‘질의 문제’를 ‘양의 문제’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며 “다양성을 배제하고 엘리트 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은 사건 수가 줄고 전원합의체 판결을 하더라도 기성 논리와 기득권의 가치관을 반영한 판결을 할 수밖에 없다”며 상고법원 설립에 반대한다.
13개 지방변호사회는 성명을 통해 “대법원이 추진하는 상고법원안은 국민에게 ‘제대로 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으로서는 많은 문제가 있다”며 “원점에서 대법관 증원뿐만 아니라 대한변협을 비롯한 법조단체, 법무부 등과 충분한 협의을 거쳐 개혁 방안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호사회는 “단순히 대법원의 기능을 분할한 상고법원을 설치한다면 현재 대법원이 처한 심각한 심리부실의 문제를 상고법원에 넘기는 것에 불과하거나 법원의 인사적체 돌파구로 삼고자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견우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원이 따로 있는데 내 재판은 상고법원에서 판결한다면 당사자가 3심을 다 받았다고 느끼게 되겠느냐”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상고법원이 국민의 우려대로 고위 법관들의 자리 늘리기로 나타난다”며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 생각하기 국민들의 사법신뢰 회복이 최우선
상 고법원 설치가 추진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대법원의 과중한 업부부담과 이로 인한 부실 재판을 막자는 게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물론 타당한 얘기다. 대법관들이 과중한 업무부담에 늘 시달린다면 제대로 된 권리구제도 그만큼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권리구제다. 재판 당사자에게는 3심제나 4심제와 같은 원칙을 따지기보다는 억울함 없이 충분한 법의 보호와 판단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상고법원 설치 논의도 대법원의 과중한 업무부담 경감이라는 목적이 주가 된다면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대법원까지 가는 상고심이 많아진 근본적인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봐야 한다. 아무리 법원을 많이 만들고 법관을 보충한다고 해도 국민들의 사법불신이 줄어들지 않는 한, 어떤 제도 개선도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상고법원 설치 여부도 그런 맥락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논설위원 kst@hankyung.com
○ 찬성 "대법원의 졸속 심사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상고사건 수가 너무 많아 최고법원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상고법원 설립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은 한 언론 기고에서 “대법원은 분쟁에 관한 사실심리를 항소심에 맡기고 주로 법령 해석의 당부를 판단하는 것이 맞다”며 상고법원 설립에 찬성하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대법원은 법령 해석의 통일과 함께 그를 통한 사회의 가치 기준과 방향을 정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대법원 업무가 숲을 보는 일과 같다고 비유했다. 반면 국민의 권리구제는 나무 하나하나를 잘 살피는 일이라는 것이다. 나무를 보는 사람이 숲을 보기는 쉽지 않은 만큼 대법원의 업무와 하급 법원의 업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상원 변호사는 “선진국에서는 늘어나는 사건 수에 대응해 당사자뿐 아니라 사회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건에 한해 3심 재판을 허용하고 나머지는 2심에서 끝내도록 한다”며 상고법원 설립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사회에 파급력 있는 사건은 대법관 전원의 토론으로 깊이 있게 재판하고 당사자에게 중요한 사건은 상고법원이 충실하게 검토해 재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 변호사회들과는 달리 서울변호사회는 상고법원 설립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상고심 심리 충실화와 하급심 판사 증원을 전제로 상고법원 설치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서울지변은 “상고법원의 내용을 설계할 때는 대법관의 업무부담 경감이나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 강화가 아니라 상고심 심리 충실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 반대 "위헌소지 있고 고위직 법관 자리 늘리기"
대한변협 상고심 개선연구위원인 이재화 변호사는 상고법원 설치는 최종심인 상고심 법원을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으로 선언하고 있는 헌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상고법원 설치안은 법률로 대법원이 아닌 최종심을 만들려는 것인데 이는 헌법 제 101조2항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법원이 ‘질의 문제’를 ‘양의 문제’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며 “다양성을 배제하고 엘리트 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은 사건 수가 줄고 전원합의체 판결을 하더라도 기성 논리와 기득권의 가치관을 반영한 판결을 할 수밖에 없다”며 상고법원 설립에 반대한다.
13개 지방변호사회는 성명을 통해 “대법원이 추진하는 상고법원안은 국민에게 ‘제대로 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으로서는 많은 문제가 있다”며 “원점에서 대법관 증원뿐만 아니라 대한변협을 비롯한 법조단체, 법무부 등과 충분한 협의을 거쳐 개혁 방안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호사회는 “단순히 대법원의 기능을 분할한 상고법원을 설치한다면 현재 대법원이 처한 심각한 심리부실의 문제를 상고법원에 넘기는 것에 불과하거나 법원의 인사적체 돌파구로 삼고자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견우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원이 따로 있는데 내 재판은 상고법원에서 판결한다면 당사자가 3심을 다 받았다고 느끼게 되겠느냐”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상고법원이 국민의 우려대로 고위 법관들의 자리 늘리기로 나타난다”며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 생각하기 국민들의 사법신뢰 회복이 최우선
상 고법원 설치가 추진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대법원의 과중한 업부부담과 이로 인한 부실 재판을 막자는 게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물론 타당한 얘기다. 대법관들이 과중한 업무부담에 늘 시달린다면 제대로 된 권리구제도 그만큼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권리구제다. 재판 당사자에게는 3심제나 4심제와 같은 원칙을 따지기보다는 억울함 없이 충분한 법의 보호와 판단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상고법원 설치 논의도 대법원의 과중한 업무부담 경감이라는 목적이 주가 된다면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대법원까지 가는 상고심이 많아진 근본적인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봐야 한다. 아무리 법원을 많이 만들고 법관을 보충한다고 해도 국민들의 사법불신이 줄어들지 않는 한, 어떤 제도 개선도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상고법원 설치 여부도 그런 맥락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