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집에 침입한 도둑을 때려 식물인간 상태에 빠뜨린 청년이 최근 1심 법원에서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저항 의지가 없는 피해자를 빨래 건조대와 허리띠 등으로 내리치고 뒤통수를 걷어찬 행위는 절도범에 대한 방위 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선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두고는 정방방위의 개념을 너무 좁게 적용한 것 아니냐는 반론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도둑을 완전히 제압하지 않으면 어떤 피해를 입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의식불명이 됐다고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과잉폭행이 될 수 있다며 법원의 입장을 두둔하는 견해도 있다. 도둑을 제압하기 위한 결과적 과잉폭행도 정당방위로 봐야 하는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범인을 조심해서 때리라는 게 말이 되나"
정당방위를 인정하자는 측은 집에 도둑이나 강도가 들어왔는데 잘못 때리면 전치 몇 주가 나오고 내가 감옥에 갈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는 식이 도대체 말이 되느냐고 주장한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대한민국 법이 도대체 누구 편인지 말하고 싶다. 빨래 건조대를 검찰과 법원이 위험한 물건, 즉 흉기로 보아 실형을 선고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에서 도둑에 폭행을 가한 최씨의 변호인 역시 “알루미늄 재질의 빨래 건조대를 위험한 물건이라고 규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의 반론을 폈다.
찬성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당방위 인정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만 봐도 기존의 정당방위가 지나치게 좁게 해석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형법 21조1항은 정당방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상당한 이유’가 모호해 논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2011년 경찰이 발표한 정당방위 기준은 너무 그 범위를 좁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기준에 따르면 상대가 범죄자라도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상대보다 자신의 피해가 더 커야 한다.
아니면 쌍방폭행이 돼 도둑이 집주인을 폭행으로 고소하고 치료비를 요구할 수도 있게 돼 있다.
찬성 측은 미국에서는 왕따 피해학생이 가해자를 죽였어도 정당방위로 해석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미국에서는 주거침입자에 대해 집주인이 총기를 사용해 사살해도 역시 정당방위가 인정된다고 한다.
○ 반대 "아무리 상대가 도둑이라도 무한폭력 곤란"
정당방위로 보기 힘들다는 쪽은 저항 불가 상태인 도둑을 20분이나 더 때린 것은 과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범죄를 저지른 도둑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권은 존중되어야 하며 범죄자라는 이유만으로 식물인간이 될 정도의 폭행을 가한 것은 결코 그냥 넘어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은 정당방위 한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절도범이라고 해도 △무방비 상태였고 △지금껏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데다 △앞으로 가망이 없을 정도로 폭행 정도가 과했던 만큼 피고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재판부는 식물인간 상태 도둑의 보호자인 친형이 병원비 부담을 못이기고 자살한 점도 참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 법원 관계자는 “도둑이 들어와서 협박을 한다면 당연히 격투를 해서 제압해야 하지만 그가 ‘잘못했다, 살려 달라’고 하는데도 과하게 폭행한 부분은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정감사장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1심 판결 내용을 보면 절도범이 도망가려고만 했는데 그 이후에 과하게 대응해서 식물인간 상태에 빠뜨린 것은 정상적인 방어 범위를 넘었다고 한 것”이라며 “그것이 적정하냐 여부는 상급심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정당방위를 부인한 것은 아니지만 법원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법학자 중에도 “아무리 도둑을 제압한다고 해도 무한 폭력이 허용될 수는 없으며 적어도 상대가 사망에 이르게됐다면 이를 단순 정당방위로 보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견해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
○ 생각하기 "당시의 정확한 상황파악이 우선 섣부른 결론 피해야"
국민들의 감정과 법의 잣대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번 케이스도 그런 대표적인 것이다. 언뜻 보기엔 도둑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도둑을 완전 제압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도둑이 사망했다고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도둑이나 강도 용의자는 살해해도 무방하다는 위험한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범죄자와 피해자가 어떤 형태로든 격투를 벌이다가 범죄자가 사망할 경우 무조건 피해자를 무죄로 할 것이냐의 문제는 결코 쉽게 판단내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사건 당시 상황과 피해자가 자신의 생명보호를 위해 얼마나 긴급했는지, 다른 방법은 쓰기 힘들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것은 당시 상황을 추정해보건대 이미 저항을 포기해 무력해진 도둑에 지나친 폭력을 행사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위험한 결론이 될 수 있다.
당 시 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제3자가 단지 증언과 추론만을 갖고 폭력이 과다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다만 도둑이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완전 무죄 주장도 현실적으로 수용되기 힘들다고 본다. 다만 실형까지 내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상급법원에서 더 치열한 토론이 필요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 찬성 "범인을 조심해서 때리라는 게 말이 되나"
정당방위를 인정하자는 측은 집에 도둑이나 강도가 들어왔는데 잘못 때리면 전치 몇 주가 나오고 내가 감옥에 갈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는 식이 도대체 말이 되느냐고 주장한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대한민국 법이 도대체 누구 편인지 말하고 싶다. 빨래 건조대를 검찰과 법원이 위험한 물건, 즉 흉기로 보아 실형을 선고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에서 도둑에 폭행을 가한 최씨의 변호인 역시 “알루미늄 재질의 빨래 건조대를 위험한 물건이라고 규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의 반론을 폈다.
찬성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당방위 인정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만 봐도 기존의 정당방위가 지나치게 좁게 해석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형법 21조1항은 정당방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상당한 이유’가 모호해 논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2011년 경찰이 발표한 정당방위 기준은 너무 그 범위를 좁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기준에 따르면 상대가 범죄자라도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상대보다 자신의 피해가 더 커야 한다.
아니면 쌍방폭행이 돼 도둑이 집주인을 폭행으로 고소하고 치료비를 요구할 수도 있게 돼 있다.
찬성 측은 미국에서는 왕따 피해학생이 가해자를 죽였어도 정당방위로 해석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미국에서는 주거침입자에 대해 집주인이 총기를 사용해 사살해도 역시 정당방위가 인정된다고 한다.
○ 반대 "아무리 상대가 도둑이라도 무한폭력 곤란"
정당방위로 보기 힘들다는 쪽은 저항 불가 상태인 도둑을 20분이나 더 때린 것은 과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범죄를 저지른 도둑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권은 존중되어야 하며 범죄자라는 이유만으로 식물인간이 될 정도의 폭행을 가한 것은 결코 그냥 넘어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은 정당방위 한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절도범이라고 해도 △무방비 상태였고 △지금껏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데다 △앞으로 가망이 없을 정도로 폭행 정도가 과했던 만큼 피고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재판부는 식물인간 상태 도둑의 보호자인 친형이 병원비 부담을 못이기고 자살한 점도 참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 법원 관계자는 “도둑이 들어와서 협박을 한다면 당연히 격투를 해서 제압해야 하지만 그가 ‘잘못했다, 살려 달라’고 하는데도 과하게 폭행한 부분은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정감사장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1심 판결 내용을 보면 절도범이 도망가려고만 했는데 그 이후에 과하게 대응해서 식물인간 상태에 빠뜨린 것은 정상적인 방어 범위를 넘었다고 한 것”이라며 “그것이 적정하냐 여부는 상급심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정당방위를 부인한 것은 아니지만 법원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법학자 중에도 “아무리 도둑을 제압한다고 해도 무한 폭력이 허용될 수는 없으며 적어도 상대가 사망에 이르게됐다면 이를 단순 정당방위로 보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견해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
○ 생각하기 "당시의 정확한 상황파악이 우선 섣부른 결론 피해야"
국민들의 감정과 법의 잣대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번 케이스도 그런 대표적인 것이다. 언뜻 보기엔 도둑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도둑을 완전 제압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도둑이 사망했다고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도둑이나 강도 용의자는 살해해도 무방하다는 위험한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범죄자와 피해자가 어떤 형태로든 격투를 벌이다가 범죄자가 사망할 경우 무조건 피해자를 무죄로 할 것이냐의 문제는 결코 쉽게 판단내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사건 당시 상황과 피해자가 자신의 생명보호를 위해 얼마나 긴급했는지, 다른 방법은 쓰기 힘들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것은 당시 상황을 추정해보건대 이미 저항을 포기해 무력해진 도둑에 지나친 폭력을 행사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위험한 결론이 될 수 있다.
당 시 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제3자가 단지 증언과 추론만을 갖고 폭력이 과다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다만 도둑이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완전 무죄 주장도 현실적으로 수용되기 힘들다고 본다. 다만 실형까지 내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상급법원에서 더 치열한 토론이 필요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