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에 이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각각 0.25% 포인트 인하, 연 2.0%로 낮춰놓았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부터 2010년 7월까지 1년5개월 동안 유지됐던 2.0%와 같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두 번씩이나 내린 것은 그동안 금리를 제때제때 조정하지 못해 실기를 해왔다는 비난을 상당히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2기 경제팀이 들어선 후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를 보이면서 한은에도 무언의 금리인하 압박을 해온 것에 대해 화답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 금리인하가 과연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은 이미 사실상 제로금리를 실시한 지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뒤늦게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것이 또다시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내리는 게 그나마 가만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며 지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정책공조와 원화가치 급상승 막기 위해 필요"
찬성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책 공조의 필요성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새 경제팀이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통화정책도 공조해 정책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며 “소비나 투자 등 내수 중심의 성장을 위해서도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도 “2분기 성장률 하락이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게 아닐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일단 통화정책을 쓸 필요가 있다”면서 정책 공조를 강조했다. 금융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가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대책과 맞물려 성장률을 0.05%포인트가량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인하 효과로는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 등 상승에 따라 소비가 늘어나는 부의 효과, 빚을 상환해야 하는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 완화, 원화 강세에 대한 대응 등도 꼽힌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국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는데 한국이 가만히 있으면 원화 가치는 절상될 수밖에 없다”며 “기준금리 인하는 과도하게 떨어진 환율의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 확대 여력이 충분해 금리인하 카드를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반기에도 소비자물가가 한국은행의 물가목표치 하한선을 하회하고 있고 원자재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 반대 "가계부채 위험 높아지고 경기부양 효과 의문"
반대하는 쪽에서는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그렇지 않아도 문제인데 기준금리 인하는 부채를 더 늘릴 수밖에 없다며 걱정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85%에 달하면 위험 수준으로 볼 수 있는데, 한국의 GDP(신기준)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85.6%에 달한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6월 '가계부채의 위험에 대한 이해와 위험 관리 체계의 설계방향’ 보고서에서 가계부채가 소비와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임계치에 도달했다며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이와 관련, “현오석 부총리에서 최경환 부총리로 바뀐 뒤 정부가 가계부채를 늘리려 하는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국은 DTI를 43%로 강화한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성장률을 조금 올리려고 정책공조에 나서기보다는 부채 증가 억제 등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 부진이 문제인데,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소비 증가율이 늘어나는 게 아니고 고령화로 저성장, 디플레이션으로 변해가는 부분이 있으니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며 금리 인하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책공조를 위한 금리 인하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소비와 설비투자의 부진 원인이 금리 때문이 아니어서 내려도 촉진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 생각하기 금리인하 찬반보다 효과 극대화 방안 마련이 더 시급
금리인하에 대한 찬성 여부를 따질 때는 그 필요성 자체도 중요하지만 실제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문제는 금리인하가 야기한다고 알려진 이론상 결과와 실제 결과 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흔히 말하는 유동성 함정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그런데 찬성하는 쪽에서는 주로 이론상 경기부양 효과를 강조하는 반면 반대하는 쪽은 현실적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을까.
양쪽 주장 모두 부분적인 타당성도 있고 한계점도 있을 것이다. 또한 똑같은 금리인하라도 어떤 시점에, 어떤 여건하에 단행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매우 다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올해 하반기에 집중되고 있는 금리인하가 과연 최근 국내 경기상황에 비춰볼 때 득과 실 중 어느 것이 더 큰지를 따지는 일이다.
국내 경기는 4개 분기 연속 0%대 저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부진하다. 그러니 경기부양책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금리를 내리는 것이 투자나 소비증가로 이어질지는 사실 극히 불투명하다. 최근 몇 년간 기업투자가 부진한 것은 금리가 높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국내외적인 기업 여건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또한 경기 위축으로 소비가 되살아날지 역시 확신하기 어렵다. 다만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금리인하는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주는 부분까지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금리인하 그 자체에 대한 찬반보다는 금리인하로 어떻게 하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가를 두고 논의하는 것이 더 생산적인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문제는 현 시점에서 금리인하가 과연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은 이미 사실상 제로금리를 실시한 지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뒤늦게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것이 또다시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내리는 게 그나마 가만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며 지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정책공조와 원화가치 급상승 막기 위해 필요"
찬성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책 공조의 필요성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새 경제팀이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통화정책도 공조해 정책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며 “소비나 투자 등 내수 중심의 성장을 위해서도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도 “2분기 성장률 하락이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게 아닐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일단 통화정책을 쓸 필요가 있다”면서 정책 공조를 강조했다. 금융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가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대책과 맞물려 성장률을 0.05%포인트가량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인하 효과로는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 등 상승에 따라 소비가 늘어나는 부의 효과, 빚을 상환해야 하는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 완화, 원화 강세에 대한 대응 등도 꼽힌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국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는데 한국이 가만히 있으면 원화 가치는 절상될 수밖에 없다”며 “기준금리 인하는 과도하게 떨어진 환율의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 확대 여력이 충분해 금리인하 카드를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반기에도 소비자물가가 한국은행의 물가목표치 하한선을 하회하고 있고 원자재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 반대 "가계부채 위험 높아지고 경기부양 효과 의문"
반대하는 쪽에서는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그렇지 않아도 문제인데 기준금리 인하는 부채를 더 늘릴 수밖에 없다며 걱정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85%에 달하면 위험 수준으로 볼 수 있는데, 한국의 GDP(신기준)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85.6%에 달한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6월 '가계부채의 위험에 대한 이해와 위험 관리 체계의 설계방향’ 보고서에서 가계부채가 소비와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임계치에 도달했다며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이와 관련, “현오석 부총리에서 최경환 부총리로 바뀐 뒤 정부가 가계부채를 늘리려 하는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국은 DTI를 43%로 강화한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성장률을 조금 올리려고 정책공조에 나서기보다는 부채 증가 억제 등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 부진이 문제인데,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소비 증가율이 늘어나는 게 아니고 고령화로 저성장, 디플레이션으로 변해가는 부분이 있으니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며 금리 인하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책공조를 위한 금리 인하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소비와 설비투자의 부진 원인이 금리 때문이 아니어서 내려도 촉진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 생각하기 금리인하 찬반보다 효과 극대화 방안 마련이 더 시급
금리인하에 대한 찬성 여부를 따질 때는 그 필요성 자체도 중요하지만 실제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문제는 금리인하가 야기한다고 알려진 이론상 결과와 실제 결과 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흔히 말하는 유동성 함정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그런데 찬성하는 쪽에서는 주로 이론상 경기부양 효과를 강조하는 반면 반대하는 쪽은 현실적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을까.
양쪽 주장 모두 부분적인 타당성도 있고 한계점도 있을 것이다. 또한 똑같은 금리인하라도 어떤 시점에, 어떤 여건하에 단행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매우 다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올해 하반기에 집중되고 있는 금리인하가 과연 최근 국내 경기상황에 비춰볼 때 득과 실 중 어느 것이 더 큰지를 따지는 일이다.
국내 경기는 4개 분기 연속 0%대 저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부진하다. 그러니 경기부양책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금리를 내리는 것이 투자나 소비증가로 이어질지는 사실 극히 불투명하다. 최근 몇 년간 기업투자가 부진한 것은 금리가 높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국내외적인 기업 여건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또한 경기 위축으로 소비가 되살아날지 역시 확신하기 어렵다. 다만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금리인하는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주는 부분까지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금리인하 그 자체에 대한 찬반보다는 금리인하로 어떻게 하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가를 두고 논의하는 것이 더 생산적인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