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산업조직이론 대가…"독과점 일괄 규제는 정부실패 초래"
지난 13일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프랑스 미시경제학자 장 티롤 툴루즈1대학 교수(61)를 ‘2014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로써 장 티롤은 상금 110만달러(약 12억원)와 노벨상 수상자라는 명예를 얻게 됐다. 노벨위원회는 “티롤 교수는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하나”라며 “무엇보다도 그는 소수의 강력한 기업들이 힘을 행사하는 시장을 어떻게 이해하고 규제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밝혔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티롤 교수는 “프랑스 노동시장 상황이 매우 끔찍하다”며 “30, 40년 전부터 청년실업 문제가 있었다. 프랑스 기업들은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뽑는 것을 두려워해 대부분 기간 계약직으로 채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을 너무 보호하려다가 오히려 그들을 전혀 보호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였다”고 프랑스 경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프랑스 기업들은 정규직 직원 채용에 따른 큰 부담과 해고의 어려움 때문에 청년들을 기간 계약직으로 뽑아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독과점 폐해’ 새로운 해석

티롤 교수는 소수 대기업의 독과점 폐해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규제 방안을 제시해 노벨경제학상을 거머쥐었다.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기업들이 담합해 자꾸 제품 가격을 올린다. 경쟁당국이 꺼내든 칼은 가격상한제. 제품 가격을 어느 선 이상 올릴 수 없도록 해버렸다. 이런 규제는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26년 만에 조국 프랑스에 노벨경제학상의 영예를 안긴 미시경제학자 티롤 교수는 이 같은 문제에 해답을 찾고자 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 대한 규제는 독과점으로 일어나는 ‘시장의 실패’를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일괄적인 규제는 의도치 않게 더 큰 실패를 일으킬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게임이론 등 미시경제학의 분석 틀을 끌어들였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티롤 교수는 산업조직이론의 대가”라며 “그동안 미국 학자들에게 편중됐던 노벨경제학상이 그를 선택한 것은 뒤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는 오늘날 각국 경쟁당국이 규제정책을 짤 때 기본 틀이 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그를 수상자로 꼽은 배경이다.

시장에 최적화된 규제 찾아야…

티롤 교수가 독과점 시장의 기업 행동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 권재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학원론을 보면 완전경쟁시장이 맨 처음 나오고 바로 다음에 독점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며 “실제로는 그 중간 단계에 있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중요한데 티롤 교수는 그 영역을 개척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주요국 경쟁당국은 가격에 상한을 두거나 경쟁자 간 담합을 금지하는 등과 같은 일괄적인 규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여기서 티롤 교수는 득실을 분석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이론은 이런 흐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격상한제는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특정 가격 선까지는 늘 받을 수 있어 초과이익을 허용하는 부작용도 생긴다. 가격 담합은 보통 해롭다. 그런데 특정 기업이 모여 특허 권한을 공유하는 ‘특허풀’은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 기업의 합병은 혁신을 촉진하지만 시장 경쟁을 왜곡할 가능성도 있다.’

티롤 교수는 따라서 특정한 시장과 산업에 맞는 가장 최적화된 규제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성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그를 규제완화론자 또는 규제강화론자로 볼 수 없는 이유”라며 “그는 가장 합리적인 규제를 설계해 사회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기업에 ‘경제적 유인’주는 방법 제시

그는 그 방법을 게임이론에서 찾았다. 기업들이 스스로 비용과 효용을 파악해 행동하도록 규제 정책을 짜는 것이다. 때로는 기업에 경제적 유인을 주는 게 도움이 된다는 것도 티롤 이론의 특징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를 들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정보통신 산업은 자연독점 산업이 되기 쉽다”며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줘 독과점 때보다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하도록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티롤 교수는 프랑스인으로는 세 번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 1953년 의사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에 뛰어났다. 프랑스 이공계 최고 수재들이 모이는 에콜 폴리테크니크에 진학한 뒤 경제학에 관심을 뒀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1981년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0년 프랑스 남부 툴루즈1대학 교수를 맡았다.

■ 노벨경제학상은 노벨재단이 아니라 스웨덴 중앙은행이 수여

10월은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인 노벨상의 계절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화학 물리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등 총 6개 분야 수상자가 선정됐다. 수상자는 금으로 된 메달과 함께 표창장, 노벨재단의 수익금에 따라 달라지는 상금을 받는다. 다이너마이트 발명가인 스웨덴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인류 문명 발달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데 노벨경제학상은 조금 다르다. 경제학상은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가 1968년 창립 300주년을 기념해 제정됐다. 상금도 노벨재단이 아니라 릭스방크가 부담한다. 상 이름 또한 오리지널 노벨상이 ‘Nobel Prize’인 반면 경제학상은 ‘Riksbank Prize in Memory of Nobel’이다. 한 경제학자는 “릭스방크가 세계 최초의 중앙은행이라는 점을 자랑할 목적으로 노벨의 명성을 활용해 만든 상으로, 엄밀히 노벨상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노벨상 권위가 노벨의 유언을 따른 상이란 특수성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학상은 태생적 한계가 있는 셈이다. 진정한 의미의 노벨상은 아니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한다. 또한 노벨 경제학상의 수상자 선정에는 종종 거센 논란이 일기도 한다. 지난해 유진 파마 시카고대 교수의 수상 당시 “노벨경제학상의 불필요함을 인지하게 됐다”고 혹평하는 이도 있었다. 파마 교수는 금융규제 완화의 이론적 토태를 제공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의 길을 튼 금융경제학의 거장이기 때문에 경제학상 수상에 비판이 나왔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프랑스 경제학자 티롤 교수의 선정은 의미가 크다. 미국 영국이 주도하는 주류 경제학계와 다른 시각을 제시하며 미국의 독식 행진을 멈추게 했기 때문이다.

■ 장 티롤 교수
·1953년 출생
·1976년 에코르 폴 리테크닉 대학 학사
·1981년 MIT 박사
·1991~현재 프랑스 툴루즈1대학 교수


김유미/마지혜/김순신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