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영업대책의 하나로 상가 권리금을 법제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임차인 사이에서 주고받는 권리금은 지금까지는 법의 영역 밖에 있어서 과세 대상도 아니었고 법으로 보호되는 권리도 아니었다. 정부는 권리금을 주고 상가를 빌린 임차인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가에서 나가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보고 앞으로는 이를 법으로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권리금 보호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두고는 임대인은 물론 일부 임차인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건물주인들은 임대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방안이라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 임차인들은 권리금에 대한 과세가 증세를 위한 꼼수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법제화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중소 자영업자들 영업환경 개선될 것"
찬성하는 쪽은 상가권리금을 법으로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되면 자영업자들의 숙원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건물주가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권리금 산정 기준을 정부가 고시하기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조치라는 것이다. 건물주가 바뀌어도 모든 임차인이 5년간 계약기간을 보장받도록 한 것 역시 자영업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주장한다.
자영업 대책을 마련한 정부는 “장사가 좀 될 만한 가게는 건물주가 임차인을 내보내고 자신이 직접 가게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런 건물주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조치는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권리금 규모는 33조원으로 추정되며 회수 방해 등에 따른 피해액만도 1조3000억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례까지 감안하면 권리금 관련 피해규모는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도 모두 찬성하는 입장이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권리금 법제화를 통해 약 220만명에 달하는 중소자영업자들의 영업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공청회와 입법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안이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안은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의 내용과 많은 부분이 겹치고 있어 야당 역시 큰 이의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 반대 "건물주 사적자치 침해…임대료만 올릴 것"
반대하는 측은 건물주의 횡포로 임차인이 권리금도 못 받고 쫓겨나는 경우를 구제한다는 의도는 좋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권리금 회수를 지원하기 위해 건물주의 손해배상책임과 함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건물주가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과 계약하도록 의무화한 것은 민법 체계의 원칙인 사적자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권리금에 대한 배상 혹은 보상 의무를 건물주가 지게 되면 이를 임대료에 전가해 임대료가 올라갈 수 있다”고도 했다.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는 “관련 법이 통과되면 상가 권리금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며 건물주가 새로운 세입자를 고를 권리를 제한한다면 상가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없어지고 상가분양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권리금이 사라지면 세입자들 역시 어려워지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강조한다.
적정 권리금 산출을 정부가 한다지만 이의 적정한 산출 여부, 권리금 회수 여부를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권리금 법제화에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조금 다른 각도이지만 권리금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부분을 들어 이번 대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권리금은 기본적으로 임차인들끼리 주고받는 돈인데 여기에 과세하는 것은 건물주와 같은 자산가가 아닌 자영업자의 부담만 높이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 생각하기 "시장 생태계 감안하지 않은 정책…결국 위험만 초래"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이 주를 이루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겠다는 것이 정부가 이번에 자영업대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하지만 좋은 의도에도 불구,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호해주는 조치는 현실과도 괴리가 있고 자칫 상가 임대차 시장의 생태계를 완전히 바꾸고 심할 경우 황폐화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권리금은 임차인의 영업활동 결과에 따라 형성된 유무형의 가치다. 시설투자는 물론 단골고객 확보, 상인의 땀까지 포함하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이기 때문에 업황에 따라, 그리고 상인들 간 서로 다른 평가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시장가치다. 이런 권리금을 법으로 정하고 정부가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게다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대인은 현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과 계약하도록 의무화한 것은 사적자치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며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손해배상 기준이 되는 권리금 산정 기준 역시 애매하며 정부가 정확하게 이를 계량화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정부 개입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프랜차이즈를 100m, 200m 등으로 거리를 제한한 결과 기존 점포의 권리금만 올려놓았던 게 정부의 대책이었다. 중소기업을 보호한다고 적합업종을 선정했더니 외국기업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했더니 전통시장은 살지 못하고 마트 납품 중소업체나 자영업자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장 전체의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책상에서 도식적으로 정책만 남발한다면 권리금 법제화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논설위원 kst@hankyung.com
하지만 권리금 보호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두고는 임대인은 물론 일부 임차인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건물주인들은 임대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방안이라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 임차인들은 권리금에 대한 과세가 증세를 위한 꼼수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법제화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중소 자영업자들 영업환경 개선될 것"
찬성하는 쪽은 상가권리금을 법으로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되면 자영업자들의 숙원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건물주가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권리금 산정 기준을 정부가 고시하기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조치라는 것이다. 건물주가 바뀌어도 모든 임차인이 5년간 계약기간을 보장받도록 한 것 역시 자영업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주장한다.
자영업 대책을 마련한 정부는 “장사가 좀 될 만한 가게는 건물주가 임차인을 내보내고 자신이 직접 가게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런 건물주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조치는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권리금 규모는 33조원으로 추정되며 회수 방해 등에 따른 피해액만도 1조3000억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례까지 감안하면 권리금 관련 피해규모는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도 모두 찬성하는 입장이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권리금 법제화를 통해 약 220만명에 달하는 중소자영업자들의 영업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공청회와 입법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안이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안은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의 내용과 많은 부분이 겹치고 있어 야당 역시 큰 이의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 반대 "건물주 사적자치 침해…임대료만 올릴 것"
반대하는 측은 건물주의 횡포로 임차인이 권리금도 못 받고 쫓겨나는 경우를 구제한다는 의도는 좋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권리금 회수를 지원하기 위해 건물주의 손해배상책임과 함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건물주가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과 계약하도록 의무화한 것은 민법 체계의 원칙인 사적자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권리금에 대한 배상 혹은 보상 의무를 건물주가 지게 되면 이를 임대료에 전가해 임대료가 올라갈 수 있다”고도 했다.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는 “관련 법이 통과되면 상가 권리금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며 건물주가 새로운 세입자를 고를 권리를 제한한다면 상가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없어지고 상가분양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권리금이 사라지면 세입자들 역시 어려워지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강조한다.
적정 권리금 산출을 정부가 한다지만 이의 적정한 산출 여부, 권리금 회수 여부를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권리금 법제화에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조금 다른 각도이지만 권리금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부분을 들어 이번 대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권리금은 기본적으로 임차인들끼리 주고받는 돈인데 여기에 과세하는 것은 건물주와 같은 자산가가 아닌 자영업자의 부담만 높이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 생각하기 "시장 생태계 감안하지 않은 정책…결국 위험만 초래"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이 주를 이루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겠다는 것이 정부가 이번에 자영업대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하지만 좋은 의도에도 불구,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호해주는 조치는 현실과도 괴리가 있고 자칫 상가 임대차 시장의 생태계를 완전히 바꾸고 심할 경우 황폐화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권리금은 임차인의 영업활동 결과에 따라 형성된 유무형의 가치다. 시설투자는 물론 단골고객 확보, 상인의 땀까지 포함하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이기 때문에 업황에 따라, 그리고 상인들 간 서로 다른 평가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시장가치다. 이런 권리금을 법으로 정하고 정부가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게다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대인은 현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과 계약하도록 의무화한 것은 사적자치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며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손해배상 기준이 되는 권리금 산정 기준 역시 애매하며 정부가 정확하게 이를 계량화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정부 개입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프랜차이즈를 100m, 200m 등으로 거리를 제한한 결과 기존 점포의 권리금만 올려놓았던 게 정부의 대책이었다. 중소기업을 보호한다고 적합업종을 선정했더니 외국기업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했더니 전통시장은 살지 못하고 마트 납품 중소업체나 자영업자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장 전체의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책상에서 도식적으로 정책만 남발한다면 권리금 법제화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