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인의 웹툰'조이라이드'
만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3) 과거는 아름답다?
"옛날이 좋았지…" 착각을 부르는 역사적 근시안

애덤 스미스는 “과거가 좋았다는 사람은 머리가 나쁜 사람이다”라고 꾸짖은 적이 있습니다. 18세기에 이 말을 했으니 그 당시도 늘 “옛날이 좋았어”라는 푸념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20세기와 21세기도 예외가 아닙니다. 요즘도 “지금보다 옛날이 좋았어”라고 불평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과연 현재가 최악일까요.

이런 현상을 심리학은 ‘역사적 근시안(historical myopia)’과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말로 풀이합니다. ‘역사적 근시안’은 ‘우리는 현재와 가까운 시대일수록 세부 사항을 더 잘 떠올린다’는 것입니다. 인지심리학자인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은 ‘비행기 추락, 여객선 침몰, 폭탄 테러, 홍수 같은 사건을 TV에서 자주 본 사람들은 여기에 가중치를 많이 두어 현실을 비참하게 여긴다’고 했어요. 반면 과거 인류에게 늘상 있었던 부족말살, 집단살해, 영아제물, 고문, 마녀사냥 같은 원시성을 우리는 잘 잊습니다. 인지부조화라는 거죠.

원시시대는 평화로웠을까요. 철학자 장자크 루소는 ‘그렇다’고 했어요. 그는 “원시 상태의 인간보다 더 온화한 인간은 없다. 이후의 모든 발달은 종의 쇠락을 향한 단계”라며 비판했어요.

하지만 이후 많은 학자가 “루소는 틀렸다. 원시시대는 훨씬 잔인했다”고 입증했어요. 부족 간 전쟁은 한 부족의 몰살로 끝났죠. ‘홉스 함정’이 작용한 탓이죠. ‘내가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공격당한다’는 공포 탓에 전쟁이 잦았죠. 승자는 패자의 모든 사내와 임신 중인 아이를 몰살했어요. 영아 살해와 잔혹한 고문, 화형, 인신공양은 다반사였습니다.

자본주의 이전 시대에는 자유와 개인이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노예였어요. 농사를 지어도 수확물은 모두 왕이나 귀족 소유였죠. 18~19세기에 일어난 자본주의는 먹을 것이 없던 사람을 농노에서 해방시켜 공장으로 오게 했습니다.

먹고 살 것이 있고, 안락한 가정이 있는데도 공장으로 갔던 것이 아닙니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영양실조와 질병을 없앴고, 인류의 평균수명도 두 배가량으로 늘렸습니다.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과거에 대한 향수는 망상”이라고 했습니다.

이성, 과학, 인도주의, 개인의 권리, 평화주의, 온화한 상업이 가장 많이 발휘되는 시기는 현재입니다. 한번 노예는 영원한 노예였던 과거가 현재보다 더 좋았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