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특별기고 - 조윤희 < 부산 금성고 교사 >
![[피플 & 뉴스] 선행학습 금지 '풍선효과' 를 우려한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403/AA.8507636.1.jpg)
그렇게 태어나면 학령 전부터 온갖 특기 교육에, 선행학습에 온전히 하루를 바치고, 입학하면 보습학원에서 복습은 물론 예습까지 철저히 하며 ‘앞서가기’에 열을 올린다.
뱃속에서부터 시작되는 ‘선행학습’의 폭풍은 학교 교육과정의 범위를 넘어서 출제되는 상급학교 전형의 시험문제나 대학의 논술 문제들과, 남보다 반걸음이라도 앞서야만 직성이 풀리는 학부모의 욕구가 의기투합하여 사교육 기관에 질질 끌려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연출해왔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교육 규제법)은 이를 보다 못해 만든 법인 것을 모르지 않는다. 이 법에 따르면 학교에서는 선행학습을 ‘조장’하거나 ‘유발’할 수 없게 되므로 이제 이 법이 발효될 2학기부터 초·중·고교에서 해당 학년의 교육과정을 벗어난 내용을 가르치거나 시험에 출제하면 학교나 교사가 징계를 받게 되며, 학원 역시 선행교육을 한다고 광고하거나 홍보하는 행위를 규제받게 된다.
그러나 사교육은 광고제한 정도에 불과한 선언적 수준의 규제에 머물러 오히려 사교육을 더 조장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우려도 있다. 이 법대로라면 선행학습 내용의 출제를 대비하기 위해 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다는 명분은 줄어들지도 모른다. 반면 학부모들은 입시제도가 변화하지 않는 한 여전히 남보다 미리 먼저 많이 학습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를 버리지 못할 것이고 학원의 ‘공포조장 마케팅’과 맞물려 쉽게 근절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걱정할 것은 ‘선행학습’이 아니라 선행학습밖에 보지 못하는 ‘눈’이다. 애초에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지향하고 학생들의 ‘학력 신장’과 ‘사람다운 사람으로 기르기’에 뜻을 두었다면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자생적으로 교육의 생태를 정착시킬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외풍을 막아주겠다고 이리저리 바람막이를 쳐준들 온실 속의 화초가 튼실하게 자랄 수는 없을 것이다.
![[피플 & 뉴스] 선행학습 금지 '풍선효과' 를 우려한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403/01.8520606.1.jpg)
조윤희 < 부산 금성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