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등학생의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선행학습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초·중·고의 정규 교육과정과 방과후 학교 과정에서 선행교육을 금지하고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평가도 금지시킨 게 골자다. 학원 또는 개인 과외 교습자는 선행교육을 광고하거나 선전할 수 없도록 했다. 이 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선행교육 규제’를 들고 나온 데서 비롯됐다. 학교와 학원 모두 선행학습을 하다보니 공교육이 비정상화되고 불필요한 사교육을 조장하게 된다는 게 규제의 이유다. 하지만 이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효과는 과연 있을지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오히려 사교육을 더 조장한다는 견해도 있다. 선행학습금지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사교육비 과다 지출 등 사회적 폐해 심각"
법안 제정을 주도한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선행학습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미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본다”며 “중등교육기관은 물론 대학과 사교육기관도 교육이라는 공적인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는 같으므로 이에 필요한 규율과 규제도 일관되게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일부 학생들은 사교육을 통해 교과과정 대부분을 먼저 학습하고 학교에 와서 학교 선생님들은 그런 부분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며 “사교육을 따로 받지 않은 학생들의 부진이 극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부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선행학습금지법 제정운동을 펼쳐온 송인수 대표는 “이번 법으로 학교 일선에서의 사교육 과열 경쟁이 줄어들고 무엇보다 선행학습은 대세이고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장은 선행교육 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지혈하자는 의미에서 일종의 응급처치로 선행학습금지법을 실시하지만 이후에는 더 정교한 전략으로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부모 Y씨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뒤처지는 것은 물론 학원 입학조차 어렵다”며 이번 기회에 이런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ads1059라는 필명의 누리꾼은 “현재의 공교육 붕괴 현상은 얽히고설켜 있는 데다 교육은 평등할 수는 없어도 비슷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선행학습금지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대 "학습 자유권 침해…되레 사교육 부추겨"
한국학원총연합회는 교육의 하향평준화, 일반고 출신 학생들의 상위권 대학 진학 불가, 학원의 연쇄 폐업 등을 이유로 선행학습금지법을 반대해왔다. 연합회 한 관계자는 “실질적인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기보다 학생들을 하향평준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며 “공부할 수 있는 학생들의 학습자유권을 침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K씨는 “세상에 공부를 더 하고 싶은데 이를 막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선행학습을 못하게 할 게 아니라 교육이 이토록 엉망이 되는 데 원인 제공을 한 대입제도부터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게 순서”라고 주장했다. 제이유엔이라는 아이디의 한 누리꾼은 “금주령이 있던 시절에도 술로 인한 피해는 계속됐다”며 “교육열이 상당한 대한민국에서 이런 법이 공교육을 활성화시키는 데 일조할지 의문을 가져본다”고 밝혔다. 그는 선행학습도 결국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 조장된 만큼 정부가 추구할 궁극의 목표는 선행학습을 금지시키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학습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다양한 문제해결 방법을 익힘으로써 어려운 문제를 차근히 풀어가는 사고를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교육을 더욱 조장시킨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선행학습금지법이 학교의 선행학습만을 금지하고 학원은 광고만 금지할 뿐, 선행학습 자체는 금지시키지 않아 오히려 사교육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선행학습금지법이 금지하고 있는 선행학습을 어디까지로 봐야 할지 정의가 애매해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생각하기
선행학습의 부작용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이의 금지를 내세운 것도, 이번에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된 것도 그런 점에서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규제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아무리 학생이 우수해도, 아무리 배우려는 열기가 높아도 교과 진도를 앞서가서는 안 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세상 어떤 제도도 더 배우려는 의욕을 꺾을 수도 없고 꺾어서도 안 된다. 1980년 과외금지 조치가 시행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환영했지만 결국 폐지되고 만 것도 다 그래서다.
선행학습금지법은 게다가 공교육 정상화라는 의도와는 달리 사교육을 더 조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말 우수한 아이들은 학교에 남아 공부할 수 없게 만든 법이다. 의도 자체는 좋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현직 교사들조차 회의적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번에 국회에서 여야 간 큰 이견 없이 통과된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 문제는 단기 성과주의적 접근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찬성 "사교육비 과다 지출 등 사회적 폐해 심각"
법안 제정을 주도한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선행학습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미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본다”며 “중등교육기관은 물론 대학과 사교육기관도 교육이라는 공적인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는 같으므로 이에 필요한 규율과 규제도 일관되게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일부 학생들은 사교육을 통해 교과과정 대부분을 먼저 학습하고 학교에 와서 학교 선생님들은 그런 부분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며 “사교육을 따로 받지 않은 학생들의 부진이 극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부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선행학습금지법 제정운동을 펼쳐온 송인수 대표는 “이번 법으로 학교 일선에서의 사교육 과열 경쟁이 줄어들고 무엇보다 선행학습은 대세이고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장은 선행교육 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지혈하자는 의미에서 일종의 응급처치로 선행학습금지법을 실시하지만 이후에는 더 정교한 전략으로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부모 Y씨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뒤처지는 것은 물론 학원 입학조차 어렵다”며 이번 기회에 이런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ads1059라는 필명의 누리꾼은 “현재의 공교육 붕괴 현상은 얽히고설켜 있는 데다 교육은 평등할 수는 없어도 비슷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선행학습금지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대 "학습 자유권 침해…되레 사교육 부추겨"
한국학원총연합회는 교육의 하향평준화, 일반고 출신 학생들의 상위권 대학 진학 불가, 학원의 연쇄 폐업 등을 이유로 선행학습금지법을 반대해왔다. 연합회 한 관계자는 “실질적인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기보다 학생들을 하향평준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며 “공부할 수 있는 학생들의 학습자유권을 침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K씨는 “세상에 공부를 더 하고 싶은데 이를 막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선행학습을 못하게 할 게 아니라 교육이 이토록 엉망이 되는 데 원인 제공을 한 대입제도부터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게 순서”라고 주장했다. 제이유엔이라는 아이디의 한 누리꾼은 “금주령이 있던 시절에도 술로 인한 피해는 계속됐다”며 “교육열이 상당한 대한민국에서 이런 법이 공교육을 활성화시키는 데 일조할지 의문을 가져본다”고 밝혔다. 그는 선행학습도 결국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 조장된 만큼 정부가 추구할 궁극의 목표는 선행학습을 금지시키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학습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다양한 문제해결 방법을 익힘으로써 어려운 문제를 차근히 풀어가는 사고를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교육을 더욱 조장시킨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선행학습금지법이 학교의 선행학습만을 금지하고 학원은 광고만 금지할 뿐, 선행학습 자체는 금지시키지 않아 오히려 사교육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선행학습금지법이 금지하고 있는 선행학습을 어디까지로 봐야 할지 정의가 애매해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생각하기
선행학습의 부작용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이의 금지를 내세운 것도, 이번에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된 것도 그런 점에서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규제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아무리 학생이 우수해도, 아무리 배우려는 열기가 높아도 교과 진도를 앞서가서는 안 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세상 어떤 제도도 더 배우려는 의욕을 꺾을 수도 없고 꺾어서도 안 된다. 1980년 과외금지 조치가 시행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환영했지만 결국 폐지되고 만 것도 다 그래서다.
선행학습금지법은 게다가 공교육 정상화라는 의도와는 달리 사교육을 더 조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말 우수한 아이들은 학교에 남아 공부할 수 없게 만든 법이다. 의도 자체는 좋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현직 교사들조차 회의적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번에 국회에서 여야 간 큰 이견 없이 통과된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 문제는 단기 성과주의적 접근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