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도쿄증권거래소에서 한 주식 중개인은 제이콤이란 회사 주식 61만주를 단돈 1엔에 매도했다. 1주를 61만엔에 팔려다 실수로 대형사고를 친 것. 2001년 런던의 한 주식중개인도 300만파운드어치를 팔려다 3억파운드어치의 주식을 매도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300억파운드를 손해 봤다. 이처럼 증시에서는 잊혀질 만하면 주문 실수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파워풀 워킹 메모리》의 저자는 주식거래는 ‘작업 기억’이라는 기본 인지능력을 최대치로 요구하는 일인데, 작업 기억에 과부하가 걸리면 사고가 일어난다고 분석한다. 작업 기억이란 최근 뇌과학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로, 정보들을 일시적으로 보유하고, 각종 인지적 과정을 계획하고 순서 지으며 실제로 수행하는 작업장이다. 이는 뇌 속에 정보를 저장하는 ‘기억’과는 다른 개념으로, 정보를 의식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작업 기억은 ‘뇌의 지휘자’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지휘자가 온갖 종류의 악기를 통제해 화음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작업 기억은 이메일, 울려대는 전화, 늘 변하는 일정, 배워야 할 수학과목, 페이스북의 친구 소식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리는 정보 홍수를 통제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에 따르면 작업 기억이 중요해진 것은 현대사회는 정보의 절대적인 양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이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검색 기술 발달로 방대한 지식의 기억이라는 전통적 지능 개념이 바뀌고 있다는 것. 오늘날 지능의 핵심은 사실들을 종합하고, 정보의 우선순위를 정함으로써 건설적 일을 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작업 기억을 발달시키면 기존 지식을 재해석해 창조성을 발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