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로스쿨과 사법시험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달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사법시험 존치’ 가두 캠페인을 벌이며 여론 환기에 나섰다. 이들은 “2017년 사법시험이 완전히 폐지되면 높은 등록금 때문에 형편상 로스쿨에 진학하지 못하는 국민의 법조계 진입 통로가 사실상 막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한변호사협회도 지난해 11월 유사한 이유를 들어 사법시험 존치를 요구하는 입법청원을 제기한 바 있다. 로스쿨 도입 당시 선발인원을 단계적으로 줄여 종국에는 없애기로 했던 사법고시를 앞으로도 계속 치르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기존 사법고시 출신의 법조계가 로스쿨과 그 출신 변호사들을 폄훼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예정대로 사법시험은 없애고 완전한 로스쿨 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사법시험 존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모든 국민에게 법조인 될 기회 제공해야”
사법고시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로스쿨은 경제적 약자의 법조계 진출을 사실상 막는 제도라고 주장한다. 연평균 등록금이 1500만원가량인 로스쿨에 형편상 진학하지 못하는 국민들에게도 기회균등 차원에서 사법고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법고시는 아무런 학력 성별 나이 등의 제한 없이 누구나 시험에만 합격하면 되는 만큼 신분 상승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로스쿨은 아직 검증이 덜 됐고 입학단계부터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로스쿨이 명문대 출신이나 집안 배경이 좋은 학생 위주로 뽑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300명을 현행 사법시험 형태로 뽑으면 로스쿨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사법시험 제도는 객관적인 실력대로 선발이 가능하고 선발 이후에도 엄정한 교육 시스템 아래 전문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훌륭한 선발 방식”이라며 “개천에서 용이 날 필요는 없지만 용이 될 기회는 있어야 한다”며 사시 존치론을 펼쳤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는 변리사 세무사 법무사 사법서사 등 변호사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자격제도가 너무 많다며 로스쿨 제도에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로스쿨은 미국 모델을 따른 것인데 미국에는 이런 직종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변호사들이 이런 영역에서도 활동할 수 있지만 한국 변호사는 주로 소송만 다루는데 로스쿨로 다수의 변호사가 생기면 그만큼 더욱 일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대 “변호사 숫자 증가 막으려는 밥그릇 싸움”
사법고시 존치를 반대하는 이들은 찬성론자들이 내세우는 기회균등은 표면상 이유일 뿐이고 이면에는 밥그릇 싸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로스쿨이 본격화될 경우 변호사 숫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변호사들의 경쟁격화로 수입 감소를 우려한 직역 이기주의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이들은 사법고시 준비에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며 로스쿨 장학제도만 잘 운영하면 오히려 사법고시보다 적은 비용으로 법조인이 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시의 경우 대학생들이 전공은 팽개치고 대박만을 좇아 10여년 동안 시험에만 매달리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은데 사시 존치론자들은 이런 폐해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시 존치 주장은 ‘소수의 신화’ 내지 ‘시험의 신화’에 대한 향수에 매몰된 이들의 퇴행적인 구호라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기존 사시 출신 법조인들이 별 근거도 없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실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자신들과 구분해 무시하는 행태가 없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개천에서 용’ 운운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사시에 합격한 법조인들이 스스로를 용으로 부르며 신분상승이 됐다고 여기는 것도 우습고 로스쿨이 이런 ‘개천에서 용’을 막는다는 것도 논리에 안 맞는다는 것이다. 기존 사시 출신들이 전문성을 겸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두려워해 사시 존치를 주장한다는 의견도 있다. 로스쿨을 통해 다양한 전공 출신 변호사들이 나오면 고시원에서 법공부만 했던 자신들과 차별화되고 결과적으로 실력에서 밀리게 될지 몰라 미리 이를 차단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생각하기
사법고시와 로스쿨 제도 간 논란은 2009년 로스쿨이 국내에 도입되기 직전 2007~2008년 한창 뜨겁게 달궈졌던 것이다.
요즘 벌어지는 논쟁은 그때의 논쟁과 내용에 하나도 차이가 없다. 그랬던 것이 수년이 지난 지금 그대로 재연되는 이유는 사시 폐지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또 민주당 박모 의원이 로스쿨을 대체할 수 있는 변호사 예비시험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법안을 제출한 것도 계기가 됐다. 사회가 다분화되면서 각 분야 종사자들의 이해관계는 점점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특정 분야 제도와 법률이 생기거나 바뀔 때 치열한 찬반논란이 일어나는 것도 결국은 직종별 이해관계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찬반을 다투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들의 진심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다른 이유를 둘러대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점이다. 솔직하게 “우리 직업 종사자들의 밥벌이가 힘들어져요”라고 주장하기보다는 그럴 듯한 다른 이유를 내세운다는 것이다.
코레일 파업근로자들이 지하철 요금 인상을 걱정한다든가 원격진료를 반대하는 의사들이 수술비 인상을 경고하는 게 좋은 예다. 사시 존치 주장도 기본적인 성격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직종이든 차라리 솔직한 입장을 밝히고 그에 따른 국민의 양해를 구하는 게 어떨까 싶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찬성 “모든 국민에게 법조인 될 기회 제공해야”
사법고시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로스쿨은 경제적 약자의 법조계 진출을 사실상 막는 제도라고 주장한다. 연평균 등록금이 1500만원가량인 로스쿨에 형편상 진학하지 못하는 국민들에게도 기회균등 차원에서 사법고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법고시는 아무런 학력 성별 나이 등의 제한 없이 누구나 시험에만 합격하면 되는 만큼 신분 상승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로스쿨은 아직 검증이 덜 됐고 입학단계부터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로스쿨이 명문대 출신이나 집안 배경이 좋은 학생 위주로 뽑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300명을 현행 사법시험 형태로 뽑으면 로스쿨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사법시험 제도는 객관적인 실력대로 선발이 가능하고 선발 이후에도 엄정한 교육 시스템 아래 전문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훌륭한 선발 방식”이라며 “개천에서 용이 날 필요는 없지만 용이 될 기회는 있어야 한다”며 사시 존치론을 펼쳤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는 변리사 세무사 법무사 사법서사 등 변호사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자격제도가 너무 많다며 로스쿨 제도에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로스쿨은 미국 모델을 따른 것인데 미국에는 이런 직종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변호사들이 이런 영역에서도 활동할 수 있지만 한국 변호사는 주로 소송만 다루는데 로스쿨로 다수의 변호사가 생기면 그만큼 더욱 일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대 “변호사 숫자 증가 막으려는 밥그릇 싸움”
사법고시 존치를 반대하는 이들은 찬성론자들이 내세우는 기회균등은 표면상 이유일 뿐이고 이면에는 밥그릇 싸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로스쿨이 본격화될 경우 변호사 숫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변호사들의 경쟁격화로 수입 감소를 우려한 직역 이기주의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이들은 사법고시 준비에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며 로스쿨 장학제도만 잘 운영하면 오히려 사법고시보다 적은 비용으로 법조인이 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시의 경우 대학생들이 전공은 팽개치고 대박만을 좇아 10여년 동안 시험에만 매달리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은데 사시 존치론자들은 이런 폐해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시 존치 주장은 ‘소수의 신화’ 내지 ‘시험의 신화’에 대한 향수에 매몰된 이들의 퇴행적인 구호라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기존 사시 출신 법조인들이 별 근거도 없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실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자신들과 구분해 무시하는 행태가 없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개천에서 용’ 운운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사시에 합격한 법조인들이 스스로를 용으로 부르며 신분상승이 됐다고 여기는 것도 우습고 로스쿨이 이런 ‘개천에서 용’을 막는다는 것도 논리에 안 맞는다는 것이다. 기존 사시 출신들이 전문성을 겸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두려워해 사시 존치를 주장한다는 의견도 있다. 로스쿨을 통해 다양한 전공 출신 변호사들이 나오면 고시원에서 법공부만 했던 자신들과 차별화되고 결과적으로 실력에서 밀리게 될지 몰라 미리 이를 차단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생각하기
사법고시와 로스쿨 제도 간 논란은 2009년 로스쿨이 국내에 도입되기 직전 2007~2008년 한창 뜨겁게 달궈졌던 것이다.
요즘 벌어지는 논쟁은 그때의 논쟁과 내용에 하나도 차이가 없다. 그랬던 것이 수년이 지난 지금 그대로 재연되는 이유는 사시 폐지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또 민주당 박모 의원이 로스쿨을 대체할 수 있는 변호사 예비시험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법안을 제출한 것도 계기가 됐다. 사회가 다분화되면서 각 분야 종사자들의 이해관계는 점점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특정 분야 제도와 법률이 생기거나 바뀔 때 치열한 찬반논란이 일어나는 것도 결국은 직종별 이해관계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찬반을 다투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들의 진심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다른 이유를 둘러대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점이다. 솔직하게 “우리 직업 종사자들의 밥벌이가 힘들어져요”라고 주장하기보다는 그럴 듯한 다른 이유를 내세운다는 것이다.
코레일 파업근로자들이 지하철 요금 인상을 걱정한다든가 원격진료를 반대하는 의사들이 수술비 인상을 경고하는 게 좋은 예다. 사시 존치 주장도 기본적인 성격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직종이든 차라리 솔직한 입장을 밝히고 그에 따른 국민의 양해를 구하는 게 어떨까 싶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