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창업주 빌 게이츠 20년 후 세계 전망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빌 게이츠가 20년 뒤 세계의 모습을 전망했다. 2014년 현재 절대 빈곤에 허덕이는 나라가 많지만 2035년쯤 절대 빈곤 국가가 사라질 것으로 봤다. 낙관적인 문명 발전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인류 문명진화 과정에 비춰보면 그리 놀랄 전망은 아니다. 빌 게이츠는 이런 전망을 ‘빌 & 멀린다 재단’이 발행한 ‘2014년 연례 서한’에 공개했다. 이 재단은 자신과 부인인 멀린다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자선단체다.
이 서한에서 게이츠는 “20년 뒤엔 절대적으로 가난한 국가는 세계적으로 아주 예외적인 사례가 되고 수십억명의 인구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며 “이런 일이 내 생애에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미, 아시아, 중앙아메리카의 모든 국가, 아프리카 연안의 대부분 국가가 오늘날로 치면 중간 소득 국가의 반열에 동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 국가의 70% 이상은 현재 중국의 1인당 평균 소득보다 높은 소득을 올릴 것이고 90% 이상이 현재 인도보다 높은 소득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관측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진, 그래프 등을 곁들이기도 했다. 게이츠는 한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가장 모범적인 나라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은 전쟁 이후 엄청난 액수를 국제사회로부터 지원받았으나 지금은 원조 공여국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날에도 아내 멀린다와 함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다.
게이츠는 기고문에서 “가난한 나라는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다는 등 3가지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이 너무 많다”며 “빈곤은 불치병이라는 편견과 달리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의 많은 나라가 소득을 늘려 가난을 퇴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추세라면 2035년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해안 지역에서 거의 모든 국가가 중진국 수준에 진입하고 북한과 아프리카 내륙국 등 소수 예외를 제외하고 가난한 나라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는 이 대열에 모든 국가가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일부 국가는 여전히 전쟁이나 정치, 지리적인 이유로 뒤처질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정치 때문에 빈곤에서 탈피하기 어려운 국가로 북한을 지목했다.
북한에서 큰 변화가 없는 한 북한의 빈곤은 해결될 가능성이 적다고 지적했다. 북한 외에도 지리적으로 고립된 중앙아프리카의 내륙 국가들도 예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나라에선 빈부 격차나 불평등이 큰 문제가 될 소지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게이츠 부부의 ‘빌 & 멀린다 재단’은 무려 383억달러(40조7000억원)의 기금을 운용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에이즈 예방, 농업 진흥 등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