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채택 논란을 계기로 현재와 같은 한국사 검정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느냐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한창이다. 새누리당 등 여권 일각에서는 과거와 같은 국정 교과서 체제로 다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이는 과거 유신 독재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특히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가 나중에 이를 철회하는 고등학교가 잇따르면서 그 과정에서 부당한 외부 압력이 있었는지에 대한 논란까지 가세하며 한국사 교과서 논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사는 1973년까지 검정 교과서를 사용하다가 1974년부터는 국정 교과서로 전환됐다. 이후 2002년 국사에서 근·현대사가 분리돼 근·현대사 부분부터 검정으로 바뀌었고 2010년에는 국정으로 남아 있던 국사와 검인정 대상이었던 근·현대사가 다시 합쳐져 한국사가 되면서 한국사 전체가 검정 체제로 일원화됐다. 검정제는 학교에서 교육부 장관의 검정을 받은 여러 교과서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반면 국정 교과서는 정부가 저작권자로 만든 교과서만을 학교가 채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한국사를 국정으로 돌리는 문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갈등 일으키는 검정제의 대안으로 검토"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역사 교과서가 오히려 국민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불필요한 갈등을 생산한다면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국정 교과서로 다시 돌아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검정제도로 인해 지나친 좌편향 역사 교과서밖에 없었다는 게 엄연한 논란이고 이는 지금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정부는 국정 교과서 체제로 전환 방침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이를 포함한 개선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최근 한 강연에서 “새로운 교육 과정을 만들면서 균형 있는 한국사 교과서를 개발하기 위해 국정교과서 전환을 포함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은 “지금 검정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검정제도를 운행해온 결과를 보면 검정제에 대한 모순과 문제점이 다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집필자의 문제 또는 집필 기준의 문제, 교과서 채택과정의 문제 등 총체적으로 검정제도의 문제점이 다 드러났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를 둘러싸고 국민 간에 이견이 많으며 또 이념대립으로까지 나아가고 이런 현상에 대해서 우려를 금할 수 없으며 따라서 차제에 국정을 비롯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 이렇게 보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여론조사를 토대로 찬성하는 견해도 있다. 모노리서치가 최근 성인남녀 1068명을 조사한 결과 국정 체제 전환에 찬성하는 의견이 54%로 과반이었다는 것이다.
반대 "정권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편향적으로 교과서 수정명령을 진행해 온 교육부가 교학사 채택률이 사실상 0%로 나오니까 제도적으로 개입하려는 것”이라며 “검인정 제도를 무력화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하 대변인은 “(교육부의 방침은) 집필기준 등 검인정 제도 전체에서 국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국정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차선책을 찾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결국 정권의 생각을 직접 반영하는 것에 교육부가 참여하겠다는 것”이라며 “교과서는 정권에 따라 바뀌어선 안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정부 부처가 직접적으로 검정한다면 정권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며 “경쟁체제 내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교과서를 채택하는 현행 검·인정 제도는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현종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국정은 국가 입장에서 하나의 교과서를 만드는 것으로 획일적인 역사관을 주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선진국에서 국정 교과서를 내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북한 필리핀 베트남 러시아 정도만 국정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 주장은 역사적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정권의 일방적인 역사관을 주입할 가능성을 배제하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과서로 역사교육을 하고자 하는 검정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각하기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문제는 사실 국정과 검정 시스템 중 어느 것이 교과서 채택 시스템으로 바람직하냐의 논쟁과는 사실 약간 거리가 있다. 국정 시스템과 검정 시스템은 나름대로 모두 장단점이 있다. 최근 논란은 이 두 시스템 중 검정을 택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기보다는 좀 더 다른 데 원인이 있다. 그것은 한국사 검정 시스템을 잘못 운영한 데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검정용 한국사를 집필하는 필진의 선발, 완성된 교과서를 각급 학교가 채택하는 과정, 그리고 채택 후 외부 압력에 따른 채택 철회 등등 여러 과정에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정 회귀를 주장하는 쪽은 검정에서 이런 문제가 있으니 국정으로 가자는 것이지만 이는 논리적이지도 않고 현실적으로도 많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국가가 획일적 역사를 가르치려 든다는 생각은 많은 반발을 불러올 게 뻔하다. 따라서 현행 검정제도를 유지하되 교과서 제작 채택 등의 과정에 대한 개선을 논의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집필진 선정시 보다 강화된 기준을 제시하고 학교에서 교과서 채택과정에서의 공정성, 그리고 부당한 외압에 의한 채택 철회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등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하겠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찬성 "갈등 일으키는 검정제의 대안으로 검토"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역사 교과서가 오히려 국민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불필요한 갈등을 생산한다면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국정 교과서로 다시 돌아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검정제도로 인해 지나친 좌편향 역사 교과서밖에 없었다는 게 엄연한 논란이고 이는 지금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정부는 국정 교과서 체제로 전환 방침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이를 포함한 개선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최근 한 강연에서 “새로운 교육 과정을 만들면서 균형 있는 한국사 교과서를 개발하기 위해 국정교과서 전환을 포함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은 “지금 검정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검정제도를 운행해온 결과를 보면 검정제에 대한 모순과 문제점이 다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집필자의 문제 또는 집필 기준의 문제, 교과서 채택과정의 문제 등 총체적으로 검정제도의 문제점이 다 드러났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를 둘러싸고 국민 간에 이견이 많으며 또 이념대립으로까지 나아가고 이런 현상에 대해서 우려를 금할 수 없으며 따라서 차제에 국정을 비롯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 이렇게 보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여론조사를 토대로 찬성하는 견해도 있다. 모노리서치가 최근 성인남녀 1068명을 조사한 결과 국정 체제 전환에 찬성하는 의견이 54%로 과반이었다는 것이다.
반대 "정권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편향적으로 교과서 수정명령을 진행해 온 교육부가 교학사 채택률이 사실상 0%로 나오니까 제도적으로 개입하려는 것”이라며 “검인정 제도를 무력화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하 대변인은 “(교육부의 방침은) 집필기준 등 검인정 제도 전체에서 국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국정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차선책을 찾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결국 정권의 생각을 직접 반영하는 것에 교육부가 참여하겠다는 것”이라며 “교과서는 정권에 따라 바뀌어선 안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정부 부처가 직접적으로 검정한다면 정권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며 “경쟁체제 내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교과서를 채택하는 현행 검·인정 제도는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현종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국정은 국가 입장에서 하나의 교과서를 만드는 것으로 획일적인 역사관을 주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선진국에서 국정 교과서를 내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북한 필리핀 베트남 러시아 정도만 국정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 주장은 역사적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정권의 일방적인 역사관을 주입할 가능성을 배제하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과서로 역사교육을 하고자 하는 검정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각하기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문제는 사실 국정과 검정 시스템 중 어느 것이 교과서 채택 시스템으로 바람직하냐의 논쟁과는 사실 약간 거리가 있다. 국정 시스템과 검정 시스템은 나름대로 모두 장단점이 있다. 최근 논란은 이 두 시스템 중 검정을 택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기보다는 좀 더 다른 데 원인이 있다. 그것은 한국사 검정 시스템을 잘못 운영한 데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검정용 한국사를 집필하는 필진의 선발, 완성된 교과서를 각급 학교가 채택하는 과정, 그리고 채택 후 외부 압력에 따른 채택 철회 등등 여러 과정에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정 회귀를 주장하는 쪽은 검정에서 이런 문제가 있으니 국정으로 가자는 것이지만 이는 논리적이지도 않고 현실적으로도 많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국가가 획일적 역사를 가르치려 든다는 생각은 많은 반발을 불러올 게 뻔하다. 따라서 현행 검정제도를 유지하되 교과서 제작 채택 등의 과정에 대한 개선을 논의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집필진 선정시 보다 강화된 기준을 제시하고 학교에서 교과서 채택과정에서의 공정성, 그리고 부당한 외압에 의한 채택 철회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등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하겠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