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시장 완전 개방을 둘러싼 논란이 새해 초부터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쌀 시장은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에서 10년간 관세화 예외를 인정받았다. 관세화란 시장개방과 마찬가지의 말로 쌀 수입을 자유화해 관세 이외에는 아무런 무역장벽을 없애는 것을 말한다. 당시 우리나라는 국내 농업 피해 우려를 들어 예외를 요청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2005년 우리나라는 또 한 차례 10년간 관세화 예외를 인정받아 올해까지 20년간 쌀 시장 개방을 미뤄왔다. 내년부터는 예외 조치가 끝남에 따라 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개방에 찬성하는 쪽은 개방을 하지 않아도 의무수입물량이 이미 너무 많아 개방하는 경우와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하는 쪽은 식량안보 문제 등이 걸려 있는 만큼 개방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맞선다. 쌀 시장 완전 개방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개방 늦추면 오히려 쌀 수입이 더 늘 것"
찬성 측은 쌀 시장 개방을 미룬 대가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이 해마다 늘어 시장 개방을 미룬 의미가 사실상 없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MMA 물량은 특히 5%의 낮은 관세율로 수입해야 하는데 이 물량이 1995년 5만1000t에서 해마다 늘어나 올해는 40만9000t까지 증가했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995년 106.5㎏에서 최근에는 68㎏ 전후로 크게 줄었다. 지금도 쌀이 남아서 정부가 수입 쌀 처리에 애를 먹고 있는데 쌀 시장 개방을 늦추면 의무수입물량만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점을 들어 쌀 시장을 개방, 관세화하더라도 관세와 운송비용 등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수입량이 더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외 쌀 값 차이가 최근 2.5배 내외로 좁혀진 데다 수입을 자유화할 경우 관세율은 400% 안팎에 달하는 관세를 매길 수 있어 이 관세를 물고 들어오면 수지가 안 맞아 수입 수요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2003년 쌀 시장을 개방한 대만의 경우 의무수입물량 이외에 추가로 늘어난 쌀 수입량이 연간 500t 정도에 그친 점도 참고할 만하다고 지적한다.
반면 시장 개방을 늦추면 의무수입물량은 다시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돼 결과적으로 수입량이 훨씬 증가하고 정부의 재정 부담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값싼 외국 쌀 수입을 막자는 관세화 유예 조치가 오히려 대량 쌀 수입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반대 "식량 주권 위협…관세만으론 시장 못지켜"
반대 측은 쌀 시장 개방시 수입쌀에 400%가 넘는 관세를 매긴다지만 이것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미국은 물론 앞으로 중국과도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경우 이들 나라가 관세율 인하를 요구할 텐데 그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정부가 대답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국제 쌀 값은 등락을 거듭하는데 만약 국제 가격이 지금보다 많이 떨어질 경우에는 관세만으로는 수입을 막을 길이 없어진다는 점도 든다.
식량 안보 및 식량 주권 차원에서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쌀 자급률은 2010년 104%에서 2013년 86%대로 떨어졌다. 다른 식량자원을 포함한 식량 자급률은 4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인데 주식인 쌀 시장을 이렇게 쉽게 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농가 부채가 가구당 27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데 농가 피해가 우려되는 쌀 시장 개방은 좀 더 시간을 갖고 많은 논의가 이뤄진 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미경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시장 개방론자들은 관세화를 하지 않으면 쌀 수입 의무화 비율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그 근거가 분명치 않다”고 말한다. 그는 MMA 물량 증가를 지적하는 측의 근거도 명확지 않고, 개방시 우리나라 쌀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하는 말도 모두 설득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무조건 시장개방을 밀어붙이기 전에 쌀 농가의 피해보전과 식량 자급률 확보 대책부터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생각하기
농산물 시장개방은 어느 나라에서나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다.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에서는 쌀 수입 개방이야말로 모든 수입 품목 중 가장 민감하고도 어려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식량 안보 문제, 농민 피해 등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 파급력은 가히 메가톤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쌀 시장 개방 문제가 매우 미묘하고도 어려운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쌀 시장 개방 문제는 단순한 논리나 계산 등으로만 밀어붙이기 어려운 대목이 적지 않다. 농민들의 정서나 사회 분위기 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다로운 문제다. 그래서 쇠고기 수입 때도 그랬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다. 실제 농민단체나 농민 중에는 정확한 시장개방의 의미도 모른 채 무조건 ‘시장개방=쌀 수입 폭증=농촌 몰락’ 식으로 도식적인 생각을 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쌀 시장 개방의 정확한 의미와 효과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쌀뿐 아니라 농업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도도 이제는 필요해 보인다. 이해득실을 따지기도 전에 무조건 ‘농업=시장개방의 피해자’라는 구태의연한 공식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만 해도 무조건 두렵게만 생각할 게 아니라 잘만 활용하면 한국 농업에는 새로운 거대시장이 열리는 것일 수도 있다. 잘 알려진 대로 한국 농식품은 이미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도 일부 품목은 기대 이상이다. 농업 개방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도전하는 자세 역시 필요하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찬성 "개방 늦추면 오히려 쌀 수입이 더 늘 것"
찬성 측은 쌀 시장 개방을 미룬 대가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이 해마다 늘어 시장 개방을 미룬 의미가 사실상 없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MMA 물량은 특히 5%의 낮은 관세율로 수입해야 하는데 이 물량이 1995년 5만1000t에서 해마다 늘어나 올해는 40만9000t까지 증가했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995년 106.5㎏에서 최근에는 68㎏ 전후로 크게 줄었다. 지금도 쌀이 남아서 정부가 수입 쌀 처리에 애를 먹고 있는데 쌀 시장 개방을 늦추면 의무수입물량만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점을 들어 쌀 시장을 개방, 관세화하더라도 관세와 운송비용 등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수입량이 더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외 쌀 값 차이가 최근 2.5배 내외로 좁혀진 데다 수입을 자유화할 경우 관세율은 400% 안팎에 달하는 관세를 매길 수 있어 이 관세를 물고 들어오면 수지가 안 맞아 수입 수요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2003년 쌀 시장을 개방한 대만의 경우 의무수입물량 이외에 추가로 늘어난 쌀 수입량이 연간 500t 정도에 그친 점도 참고할 만하다고 지적한다.
반면 시장 개방을 늦추면 의무수입물량은 다시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돼 결과적으로 수입량이 훨씬 증가하고 정부의 재정 부담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값싼 외국 쌀 수입을 막자는 관세화 유예 조치가 오히려 대량 쌀 수입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반대 "식량 주권 위협…관세만으론 시장 못지켜"
반대 측은 쌀 시장 개방시 수입쌀에 400%가 넘는 관세를 매긴다지만 이것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미국은 물론 앞으로 중국과도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경우 이들 나라가 관세율 인하를 요구할 텐데 그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정부가 대답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국제 쌀 값은 등락을 거듭하는데 만약 국제 가격이 지금보다 많이 떨어질 경우에는 관세만으로는 수입을 막을 길이 없어진다는 점도 든다.
식량 안보 및 식량 주권 차원에서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쌀 자급률은 2010년 104%에서 2013년 86%대로 떨어졌다. 다른 식량자원을 포함한 식량 자급률은 4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인데 주식인 쌀 시장을 이렇게 쉽게 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농가 부채가 가구당 27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데 농가 피해가 우려되는 쌀 시장 개방은 좀 더 시간을 갖고 많은 논의가 이뤄진 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미경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시장 개방론자들은 관세화를 하지 않으면 쌀 수입 의무화 비율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그 근거가 분명치 않다”고 말한다. 그는 MMA 물량 증가를 지적하는 측의 근거도 명확지 않고, 개방시 우리나라 쌀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하는 말도 모두 설득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무조건 시장개방을 밀어붙이기 전에 쌀 농가의 피해보전과 식량 자급률 확보 대책부터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생각하기
농산물 시장개방은 어느 나라에서나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다.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에서는 쌀 수입 개방이야말로 모든 수입 품목 중 가장 민감하고도 어려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식량 안보 문제, 농민 피해 등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 파급력은 가히 메가톤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쌀 시장 개방 문제가 매우 미묘하고도 어려운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쌀 시장 개방 문제는 단순한 논리나 계산 등으로만 밀어붙이기 어려운 대목이 적지 않다. 농민들의 정서나 사회 분위기 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다로운 문제다. 그래서 쇠고기 수입 때도 그랬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다. 실제 농민단체나 농민 중에는 정확한 시장개방의 의미도 모른 채 무조건 ‘시장개방=쌀 수입 폭증=농촌 몰락’ 식으로 도식적인 생각을 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쌀 시장 개방의 정확한 의미와 효과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쌀뿐 아니라 농업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도도 이제는 필요해 보인다. 이해득실을 따지기도 전에 무조건 ‘농업=시장개방의 피해자’라는 구태의연한 공식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만 해도 무조건 두렵게만 생각할 게 아니라 잘만 활용하면 한국 농업에는 새로운 거대시장이 열리는 것일 수도 있다. 잘 알려진 대로 한국 농식품은 이미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도 일부 품목은 기대 이상이다. 농업 개방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도전하는 자세 역시 필요하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