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2013년 국회통과를 목표로 추진했던 근로시간 단축안이 일단 무산됐다. 하지만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자는 방안을 둘러싼 논란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 여당이 일자리 창출 방안의 하나로 제시한 근로시간 단축은 현행 주당 68시간(주중 40시간+연장 12시간+휴일 16시간)인 근로시간을 2016년부터 52시간(주중 40시간+연장 12시간)으로 줄이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줄일 경우 근로자들의 부담도 줄고 추가적인 일자리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기업부담 증가 등을 들어 반대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찬성 "일자리 창출·근로자 복지 향상 위해 필요"
근로시간 단축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한국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세계적으로 가장 긴 편에 속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근로시간이 주당 32.8시간인 데 반해 한국은 40시간으로 연간 287시간 더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한국 노동시간은 소득 향상과 더불어 삶과 노동 생활의 질 향상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기대에 비해 과중한 수준으로, 여가-수면-노동 사이의 생활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장시간 노동은 사용자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노동시간의 효율적 사용을 제약함으로써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쉽고, 노동 수요 증감에 따라 노동 공급을 시간대별로 조절할 수 있는 공급 면에서 유연성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그간 정부가 휴일근무를 연장근무로 인정하지 않았던 만큼 이것 역시 연장근무 12시간에 포함시켜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겠다는 기본 방침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 1989년, 2004년 법적 노동시간을 주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인 적이 있는데 이 당시에도 일자리 창출로 귀결됐던 바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도 70만개 정도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대 "생산 차질·인건비 상승…노사갈등 키울 것"
반대 목소리는 주로 기업 측에서 나온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주요 글로벌 자동차 기업 가운데 완성차 한 대를 만드는 데 30시간 이상 소요되는 곳은 한국 기업뿐”이라며 “당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주말 근무 근로자 소득이 20% 이상 감소하게 돼 노사갈등도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한국 근로자들의 형식적 근로시간은 많을지 모르지만 실제 업무 집중도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외국에 크게 뒤지는 게 현실인데 단순하게 근로시간만 줄여놓을 경우 생산성만 더 뒤처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의 채용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보다는 중소기업의 생산 차질과 인건비 부담 가중으로 노사 갈등이 심해지는 등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은 사람을 뽑고 싶어도 지원자가 없어 부족한 인력만도 26만명에 달하는데 정부는 이런 구인난을 외면한 채 근로시간 단축만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과 근로자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으면 본인이 나서서라도 입법을 막겠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밝혔다.
생각하기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단순한 시간만 놓고 본다면 의당 추진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근로 현장의 실태를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한국의 근로시간이 긴 것은 맞다.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2010년 2193시간으로 세계 1위였고, 2012년엔 2092시간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멕시코(2317시간), 칠레(2102시간)에 이어 3위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2011년 기준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34개국 중 28위, 1인당 노동생산성은 23위다. 일은 오래 하지만 생산성은 낮은 현실은 평일 주간에는 건성으로 일하고, 남은 일감을 야간이나 휴일로 돌려 처리하는 근로 관행과 관련성이 없다고 하기 어렵다. 휴일 근로 임금은 법적으로는 평일의 1.5~2.5배지만 실제로는 3~3.5배까지 올라간다. 임금을 더 받기 위해 일을 더 하려는 경우도 있다고 봐야 한다. 경총과 중기중앙회 공동조사에서 전국 기업의 82.4%가 근로시간 단축 법안에 반대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들도 있고 주당 고용시간 제한에 적용되지 않는 영세기업에서 쉴 틈도 없이 구슬땀을 흘리는 근로자도 있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임금에 각종 복지를 포함한 정규직 프리임을 누리며 시간만 축내는 근로자 또한 많다는 게 문제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이런 양면을 모두 감안해 조속한 처리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분야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찬성 "일자리 창출·근로자 복지 향상 위해 필요"
근로시간 단축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한국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세계적으로 가장 긴 편에 속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근로시간이 주당 32.8시간인 데 반해 한국은 40시간으로 연간 287시간 더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한국 노동시간은 소득 향상과 더불어 삶과 노동 생활의 질 향상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기대에 비해 과중한 수준으로, 여가-수면-노동 사이의 생활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장시간 노동은 사용자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노동시간의 효율적 사용을 제약함으로써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쉽고, 노동 수요 증감에 따라 노동 공급을 시간대별로 조절할 수 있는 공급 면에서 유연성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그간 정부가 휴일근무를 연장근무로 인정하지 않았던 만큼 이것 역시 연장근무 12시간에 포함시켜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겠다는 기본 방침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 1989년, 2004년 법적 노동시간을 주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인 적이 있는데 이 당시에도 일자리 창출로 귀결됐던 바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도 70만개 정도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대 "생산 차질·인건비 상승…노사갈등 키울 것"
반대 목소리는 주로 기업 측에서 나온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주요 글로벌 자동차 기업 가운데 완성차 한 대를 만드는 데 30시간 이상 소요되는 곳은 한국 기업뿐”이라며 “당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주말 근무 근로자 소득이 20% 이상 감소하게 돼 노사갈등도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한국 근로자들의 형식적 근로시간은 많을지 모르지만 실제 업무 집중도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외국에 크게 뒤지는 게 현실인데 단순하게 근로시간만 줄여놓을 경우 생산성만 더 뒤처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의 채용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보다는 중소기업의 생산 차질과 인건비 부담 가중으로 노사 갈등이 심해지는 등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은 사람을 뽑고 싶어도 지원자가 없어 부족한 인력만도 26만명에 달하는데 정부는 이런 구인난을 외면한 채 근로시간 단축만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과 근로자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으면 본인이 나서서라도 입법을 막겠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밝혔다.
생각하기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단순한 시간만 놓고 본다면 의당 추진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근로 현장의 실태를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한국의 근로시간이 긴 것은 맞다.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2010년 2193시간으로 세계 1위였고, 2012년엔 2092시간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멕시코(2317시간), 칠레(2102시간)에 이어 3위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2011년 기준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34개국 중 28위, 1인당 노동생산성은 23위다. 일은 오래 하지만 생산성은 낮은 현실은 평일 주간에는 건성으로 일하고, 남은 일감을 야간이나 휴일로 돌려 처리하는 근로 관행과 관련성이 없다고 하기 어렵다. 휴일 근로 임금은 법적으로는 평일의 1.5~2.5배지만 실제로는 3~3.5배까지 올라간다. 임금을 더 받기 위해 일을 더 하려는 경우도 있다고 봐야 한다. 경총과 중기중앙회 공동조사에서 전국 기업의 82.4%가 근로시간 단축 법안에 반대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들도 있고 주당 고용시간 제한에 적용되지 않는 영세기업에서 쉴 틈도 없이 구슬땀을 흘리는 근로자도 있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임금에 각종 복지를 포함한 정규직 프리임을 누리며 시간만 축내는 근로자 또한 많다는 게 문제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이런 양면을 모두 감안해 조속한 처리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분야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