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위대한 개츠비-금주령을 통해 본 독점시장의 작동원리
개츠비의 호화 파티비용은 마피아의 독점 이익에서 나왔다
미국 서부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닉 캐러웨이(토비 맥과이어)는 ‘성공’을 꿈꾸며 신흥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부 뉴욕 인근의 롱아일랜드로 이사한다. 취업 준비를 위해 증권책자를 뒤적거리던 그는 호화 저택에 살고 있는 이웃 제이 개츠비(리어나도 디캐프리오)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뉴욕에 처음 온 촌뜨기인 주인공에게 개츠비는 소문 속의 주인공일 뿐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든 존재다.

그러던 어느 날 개츠비에게 파티 초대장을 받는다. 호기심과 설렘으로 한번도 본 적 없는 개츠비의 파티에 참석한 닉. 스크린에 이 영화의 주제곡인 ‘파티에서 좀 논다고 큰일은 안 나요(A Little Party Never Killed Nobody)’가 흐르는 가운데 댄서들의 화려한 춤과 함께 질펀한 술파티가 벌어진다.

◆성공한 금주령은 없다

하지만 영화의 시간적 배경인 1922년이 미국 정부가 금주령을 내린 시기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주말마다 개츠비의 집에서 열렸던 술파티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등장 인물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시지만 영화 어디에서도 술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장면은 없다.

금주령은 말 그대로 국가(정부)가 술의 제조·판매를 금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금주령은 대개 실효성이 없었다. 술은 일반 가정에서도 손쉽게 담글 수 있는 품목인 데다 무엇보다 술에 대한 수요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20년부터 13년 동안 금주령을 시행했다. 알코올 중독 등 술과 관련된 범죄를 줄이겠다는 목적에서였다.

◆독점의 세 가지 경로

오늘 독자 여러분이 공부할 주제는 독점시장의 작동원리다. 1920년대 미국의 금주령은 사실상 마피아에게 주류시장에 대한 독점권을 준 것과 마찬가지인 결과를 낳았다. 기존 주류 제조사들이 문을 닫은 동안 대규모 범죄조직을 거느린 마피아들이 밀주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독점은 시장 안에 공급자가 하나뿐인 상태를 말한다. 독점이 발생하는 경로는 다양하다. 우선 생산요소의 독점을 통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 광산을 소유한 기업이 다이아몬드를 독점 생산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한 기업이 생산할 때 드는 생산비용이 여러 기업이 생산하는 것보다 낮은 경우, 즉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는 자연독점이다. 수요가 제한된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진입할 유인이 없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특정 기업에 독점권을 부여할 때도 있다. 우리나라의 송·배전 독점권을 갖고 있는 한국전력이 대표적이다. 마피아의 주류시장 독점은 정부 금주령에 의해 시장 내 합법적 진입이 차단된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형성된 자연독점의 경우다.

◆개츠비 파티비용 어디서 나왔나

개츠비의 호화 파티비용은 마피아의 독점 이익에서 나왔다
완전경쟁시장의 기업은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완전경쟁시장에서 개별 기업들이 직면하는 수요곡선은 <그래프1>에서 보는 것처럼 특정 가격에서 수평을 유지한다. 시장 전체 규모에 비해 개별기업들의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적은 만큼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대신 이미 결정된 가격에서 생산량을 늘리거나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독점시장은 가격 결정권이 시장이 아니라 독점 기업에 있다. 시장 전체의 공급량을 독점기업이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독점기업이 최대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수준까지 공급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지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영화 속 마피아들의 움직임도 그랬다. 개츠비가 주말마다 호화 파티를 열 수 있었던 것은 마피아의 핵심인 울프심의 하수인으로 일하며 엄청난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5년 전 헤어진 옛 연인 데이지 뷰캐넌(캐리 멀리건)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그녀 집 근처에 저택을 사서 파티를 열었던 것이다. 당시 마피아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술 공급을 줄이면서 가격은 지속적으로 올리는 판매전략을 구사했다.

◆MC=MR은 독점기업에도 적용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마피아는 어떻게 돈을 벌었던 것일까. 금주령이 내려지면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만 줄어들게 된다. 결국 수요곡선은 변동이 없고 공급곡선만 왼쪽으로 이동해 공급량은 줄고 가격은 오른다. 이때 수요가 비탄력적일수록 가격이 올라도 수요량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술은 예나 지금이나 가격에 비탄력적인 제품 중의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마피아는 자신의 이익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지점에서 생산량을 결정했을 것이다. 바로 술 한 병을 추가로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한계비용·MC)과 추가로 생산된 그 술을 판매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입(한계수입·MR)이 일치하는 점(MR=MC)이다. 이들의 관심은 보다 많은 사람에게 술을 파는 것이 아니다. 한계비용이 한계수입을 초과하는 순간, 바로 생산과 유통을 멈춘다. 이는 독점시장이든, 완전경쟁시장이든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리다. <그래프1><그래프 2>에서 보는 것처럼 일정 규모 시장에서 한계비용 곡선은 똑같이 우상향한다. 이 곡선은 처음에 생산을 시작할 때는 줄어들다 생산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올라가는 U자형 커브 움직임을 보인다. 단기적으로 생산요소가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데 따른 비용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력과 설비를 추가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시간 지체가 생겨나고 행정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의도적 공급 조절로 초과이익 올려


MC=MR이라는 가격결정원리는 동일하지만 독점시장과 완전경쟁시장의 수요곡선은 다르다. 여기에 독점기업이 올리는 초과이익의 ‘비밀’이 담겨 있다. 마피아 입장에선 술을 지나치게 많이 유통시킬 경우 높은 가격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를 이론적 틀에 대입하면 독점시장 내 독점기업의 한계수입(제품 하나를 더 생산할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다른 경쟁시장의 기업들보다 훨씬 가파르게 하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독점시장의 한계수입곡선은 <그래프2>에서 보는 것처럼 일반 수요곡선보다 왼쪽으로 이동한다. 독자 여러분은 바로 이 장면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일단 MC곡선과 수요곡선이 만나는 지점은 당초 ‘a’에서 ‘b’로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독점기업이 받는 가격은 ‘b’가 아니라 ‘c’가 된다. 정상적인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해당 생산량에 맞춰 지급할 수 있는 가격이 ‘c’로 결정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독점 이론대로 생산량은 줄어들지만 가격은 더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 지점에서 이윤을 극대화한 독점기업은 그래프상에서 (A)만큼의 초과이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영화 속 개츠비는 이런 구조 속에서 벌어들인 돈을 앞세워 잃어버린 연인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결국 자신과 아무 은원관계도 없던 사람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순수한 사랑과 신분 상승을 꿈꿨지만 동시에 속절없이 타락해 갔던 한 ‘아메리칸 드림’의 ‘위대한’ 좌절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다.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