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게임중독법' 타당한가요
인터넷 게임을 도박 마약 알코올과 함께 4대 중독 차원에서 관리하는 내용의 ‘중독·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하 게임중독법)을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4대 중독 유발 물질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에 따르면 국가기관은 5년마다 중독 실태를 조사한 뒤 이를 기초로 중독 예방·치료와 방지 및 완화 정책의 기본 목표, 추진 방향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해당 산업의 광고와 판촉에 제한을 둘 수 있으며 생산, 유통, 판매도 관리할 수 있게 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를 중독 유발 물질로 규정한 부분이다. 게임업계와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을 어떻게 도박 마약 알코올 등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분야와 같은 차원에서 볼 수 있느냐는 반응이다. 반면 신 의원은 게임 중독 치료 경험과 사례에 비춰볼 때 게임 중독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게임중독법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찬성 "아이들 게임중독으로 수백만 가족들 고통"

법안을 발의한 신 의원은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를 둔 학부모, 알코올·도박 중독에 빠진 사람의 가족 등 중독으로 고통받는 수백만의 가족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게임에 미쳐있는 엄마가 아이를 죽인 적이 있고, 게임 빠져서 아이를 돌보지 않는 엄마, 학교 안 가는 학생, 게임 못하게 하는 엄마를 때리는 자식도 있다”며 “게임 업체들이 이런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할 것 같다”도고 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교수는 “중독은 중독일 뿐 인터넷이든 약물이든 착한 중독은 따로 없다”며 “수십 편의 뇌영상 연구를 통해 게임 중독에서도 물질 중독과 동일한 병리기전이 보고됐는데도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이 법을 반대하는 건 궁색하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단체 중에는 게임중독법에 찬성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건강국민연대는 아이들의 게임 중독을 막으려면 국가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오프라인 지지서명에 나섰다.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은 “아이들에게 무분별하게 제공되는 게임은 술이나 마약보다 더 위험하다”며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방수영 강남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많은 부모들이 ‘자식이 게임을 시작한 이후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며 찬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명숙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터넷에 중독된 아이들은 약물이나 음주, 흡연 등의 위험요소에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노출돼 있다”며 “국민 행복을 지향하는 것이 복지사회라면 이러한 4대 중독을 관리해야 한다”고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대 "창의적 문화콘텐츠를 마약 취급해선 안돼"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규제 범위 설정부터가 잘못됐다”며 “게임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이해 없이 게임을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산업만으로 여기는 것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는 “게임 중독에 대한 척도가 애초부터 잘못됐다”며 “신 의원이 발의한 게임과 인터넷 미디어 중독에 대한 잣대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잣대조차 명확하지 않은 규제가 어떤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도박, 알코올, 마약 등은 명확한 중독 물질이 있지만, 게임을 비롯한 인터넷 미디어 콘텐츠에서 중독 물질을 찾기는 어렵다”며 “만약 게임과 인터넷 미디어 콘텐츠에 중독 물질이 있다면 인간이 영위하는 행위 전반을 규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담배의 경우, 니코틴이라는 중독 물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4대 중독에 포함되지 않은 점이 더욱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동연 한예종 교수는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니라 창의적인 문화콘텐츠이며 중독 문제로만 한정할 수 없는 문화적, 교육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과도한 게임 중독은 바로 문화적, 교육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병헌 민주당의 원내대표는 “게임을 마약과 동일시해 규제하겠다는 것은 기본적 법리에도 맞지 않으며 육성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규제의 칼을 꺼내는 꼰대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생각하기

게임의 폐해, 특히 청소년기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들이 겪는 여러 문제점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는 게임중독법을 찬성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반면 청소년들이 주로 하는 게임이 알코올 마약 도박과 함께 분류될 정도로 비도덕적이지는 않다는 데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게임중독법에 찬성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이나 게임을 보는 시각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게임중독법' 타당한가요
문제는 게임이 갖는 부작용을 어떤 형식을 통해 줄이고 통제해나가느냐다. 게임에 빠진 청소년이 있는 집안의 경우 게임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해지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반면 게임업체 종사자들이나 큰 문제 없이 일상생활과 게임을 병행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게임을 두고 왜들 그리 법석을 떠느냐는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다.

게임중독법을 둘러싼 논란도 사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모두가 일정한 제한과 치료는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이를 제한하는 형식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실질보다는 명분에 집착하는 한국인들의 특성이 이 논쟁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사실 중요한 것은 게임중독법이라는 법의 국회 통과 여부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게임을 통제하고 중독자를 치료해야 하느냐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런 내용에 대한 토론은 생략된 채 오직 게임을 마약과 같은 차원의 중독으로 봐야하느냐를 둘러싼 형식논리적 감정싸움이 더 격해지는 양상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