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편의점 심야영업 강요 금지는 옳을까요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주요 내용은 편의점의 심야시간대 영업 강제금지, 프랜차이즈 계약시 예상 매출액의 서면 공지, 점포 리모델링 비용의 20% 이상 본부 부담 등이다. 편의점과 빵집, 치킨집 등 프랜차이즈업체의 불공정한 영업행위를 규제하고 가맹점주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이 중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편의점 영업시간이다. 현재 대부분 편의점은 가맹계약시 24시간 동안 의무적으로 영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시행령은 오전 1시부터 7시까지 심야시간대에는 6개월 이상 영업손실이 발생하거나 질병치료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가맹본부가 영업을 강제할 수 없도록 했다. 편의점주의 판단에 따라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이 같은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는 찬반이 치열하다. 편의점 가맹점주의 권익보호 차원에서 옳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24시간 편의점이라는 업태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편의점 24시간 영업 강요 금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적자내는데도 새벽 영업 강요하는 건 가혹”

편의점주들은 대부분 24시간 영업 강요를 금지한 시행령 개정안을 찬성하는 입장이다. 거의 손님이 없는 심야시간대에 인건비와 전기료 등을 따지면 사실상 적자 영업하는 것인데, 가맹본부와의 계약 때문에 억지로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가게 문을 연다는 주장이다.

편의점주들은 심야 시간대 매출은 가장 매출이 많은 시간대의 4분의 1 정도라고 말한다. 인건비 판매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시간당 손익분기점이 5만원 정도 되는데 심야시간대에는 여기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다.

가맹점주가 직접 가게를 지키는 경우에는 밤샘 영업으로 인한 극심한 피로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는 호소도 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4명의 편의점주가 생활고 등의 이유로 자살할 정도로 편의점주의 형편이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주들은 그렇지 않아도 가맹본부로부터 이런 저런 간섭을 받는데 매일 같이 밤을 새워 영업하는 것은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침해되는 측면이 있다는 하소연도 한다. 편의점 선진국인 일본에서도 로손이 2006년 24시간 영업을 철회한 적이 있다는 점도 내세운다.

심야시간대 편의점이 종종 범죄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들어 심야영업에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사람이 뜸한 심야 시간대 편의점은 범죄자들에게는 손쉬운 표적이 되는데, 점주나 종업원은 물적인 피해는 물론 때로는 생명의 위협까지 받아야 하는 만큼 심야 영업은 금지시키는 게 옳다는 지적이다.

반대…“편의점 본질 훼손…소비자 편의위해 필요”


가맹본부들은 이번 조치가 ‘24시간 영업하는 가게’라는 편의점의 본질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덕우 한국편의점협회 기획관리부장은 “편의점은 24시간 영업하면서 한밤중에 문을 닫는 식당이나 슈퍼, 은행 등을 대체해 소비자들에게 생활 편의를 제공해왔다”며 이런 역할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심야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 늘어나면 편의점 전체의 매출 감소는 물론 새벽이나 늦은 밤에 일괄적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게 힘들어져 물류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교통이 원활한 야간에 물류 배송을 하지 못하면 물류비용은 불가피하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실제 심야 영업을 포기한 일부 점포는 매출이 15% 정도 줄었고 새벽과 연결되는 오전 영업 매출까지 합하면 30%까지 매출이 줄어든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심야에 문을 닫아도 되는 조건인 ‘영업 손실’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애매하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입지조건을 따지지 않고 인건비, 월세 등 모든 영업비를 포함한다면 상당수 편의점이 ‘심야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사실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심야에 불을 밝히고 영업해 응급 상황에서 시민들의 도피처 역할을 하던 편의점이 문을 닫을 경우 일종의 ‘밤길 안전 지킴이’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생각하기

[시사이슈 찬반토론] 편의점 심야영업 강요 금지는 옳을까요
24시간 편의점은 사람들의 라이프사이클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겨난 업태다. 과거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에는 결코 존재할 수 없었던 업태로 24시간 돌아가는 도시생활에 맞춰 생겨난 것이다. 물론 24시간 누군가가 계속 불을 밝히고 가게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더구나 가뭄에 콩나듯 손님이 온다면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장사가 잘 안되는 시간대에는 가게를 닫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24시간 영업은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편의점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계약에 의해 약속한 것이라는 점이다. 24시간 영업이 꺼려지는 사람은 편의점 가맹점을 하지 말고 그냥 소형 슈퍼나 구멍가게를 내면 된다. 그러면 언제나 원할 때 가게를 열고 닫을 수 있다.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이라는 특화된 서비스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경우다. 그것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그 틈새 시장을 공략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가맹점주는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편의점 브랜드로 인한 매출에 기대를 걸고 기꺼이 24시간 영업 조건에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이를 정부가 사후에 개입해 ‘장사가 안되는 시간에는 문을 닫아도 좋다’고 하는 것은 사적계약에 지나친 개입이 될 수 있다. 새벽시간대 이용자들의 편의 역시 고려해야 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