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념

[아는 만큼 쓰는 논술] (22) 집단 지성
집단지성 혹은 집합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란 개인의 능력과 다수의 능력을 비교하기 위해 종종 논의되는 개념이다.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집단지성이 제시되는 경우가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는데 이것은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의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기출문제의 제시문을 통해 집단지성이라는 말의 뜻을 자세히 알아보자. 2012 서울여대 문제 중 나온 것이다.

<제시문 1>

20세기 초 등장한 ‘집단 지성’ 개념은 원래 곤충학에서 나왔다. 각 개체는 지능이 없지만 전체 무리는 고도의 지능체계를 형성하는 개미 등의 군집을 설명하는 데 쓰였다. 이 말이 널리 사용된 것은 2000년대 초다. 사용자들이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되어 콘텐츠를 혁신하는 ‘웹 2.0’이 집단 지성의 전형적 사례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집단 지성은 굳이 조직이 없이도 스스로를 조직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다. 권위를 벗어던지고 고도의 조직화된 활동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단독으로 통제권을 행사하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스스로 맡은 임무를 수행한다. 전통적인 인식에 따르면, 복잡한 과업은 명확한 노동 분업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고, 모든 사람이 당연히 누가,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조직 내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분배한다. 일반적인 통념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극진한 대접을 받을 때 가장 흡족해 한다. 그러나 디지털 공동생활체에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과 상상력을 ‘무보수’로 다른 사람을 위해 생산물을 만드는 데 투입한다. 집단 지성의 영역에서는 혁신이 특별한 장소에서 일하는 특별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수 저작자들의 누적된 작업에서 나온다.

집단지성을 다룬 논술문제

2013 서강대 수시 (경제·경영) : 네트워크 사회에서의 권력 이동
2013 서울여대 수시 (오전) : 집단지성과 민주적 의사결정
2012 홍익대 수시 : 개인과 집단지성의 관계
2012 경기대 수시 : 집단지성에 의존할 때의 문제점
2011 한양대 수시 (인문-오전) : 지식의 주체가 소수일 때와 집단일 때


최근에 기출된 것들만 뽑은 것이므로 이밖에도 다수의 문제가 집단지성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물론 집단지성의 개념 이해 정도만을 요구하는 단순한 문제들은 출제되지 않는다. 위 문제들은 고급 정보를 공유하고, 정보 권력을 분산시킨다는 집단지성의 장점과, 개인의 창의성을 제약하고, 정보의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단점을 아울러 고찰해야 하는 것들이다.

▧ 집단지성의 장점

집단지성은 많은 사람들의 개별적인 연구나 참여를 한데 모았을 때 드러나는 집단적 결과물 혹은 판단을 말한다. 평범한 다수 사람들의 판단이 모이면 전문가보다 더 나은 가치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요컨대 이전까지의 사회가 소수의 지식인이나 몇몇의 천재들의 창의성에 의존했다면 앞으로의 시대는 평범한 사람들의 협동 연구나 그 지식이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 대규모 집단이 소수의 엘리트보다 더 똑똑하다는 것이 집합지성의 장점이다. 왜 그럴까.

일단 개인의 지식이 가지는 한계 때문이다. 개인은 은연중에 사회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관심과 이익에 따라 사고하거나 연구하는 습성이 있다. 이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개인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가게 되는 경향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개개인의 선택을 모아보니 가치 있는 결과가 만들어졌다는 경험에서 비롯된다. 특히 사회 제도를 정립하거나 도덕적 규범을 확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 집단지성과 다수결


많은 학생들이 종종 오해하는 사항인데, 집단지성은 다수결과 다른 개념이다. 다수결은 여러 의견이 난립할 때 대화와 토론으로 중지가 모아지지 않는다면 소수가 지지하는 의견을 묵살하고 다수의 견해를 채택한다는 일도양단식의 획일적 선택이라면, 집단지성에서는 소수의 이론이나 견해라도 얼마든지 유효성을 가질 수 있으며 묻히지 않는다. 서로 대립하는 견해들일지라도 누적시키고 응용하고 한데 모아 큰 정보(Big Data)로 활용하면 된다. 지식은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이 적다하더라도 공유를 통해 융화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집단지성에서 소수의 견해는 하나의 이론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비판적으로 고찰하게끔 하는 좋은 활력소가 된다.

▧ 집단지성의 사례

집단지성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집단지성은 컴퓨터 이용자들의 인지와 협동, 협업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컴퓨터 이용자들은 인터넷이란 미디어를 활용하여 서로 생각을 나누고 그 결과물을 공유한다. 집단지성은 여러 사람들의 협력과 협동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지능의 네트워크다.

위키피디아는 대중 지성이 만들어 놓은 새로운 결과물의 좋은 사례다. 여러 사람이 참여하여 위키피디아의 사전 항목을 만들고 수정하고 확대한다. 누구나 항목 작성에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고 수정이 가능하며 실시간으로 확장되고 오류를 수정해 나가는 방식이다. 참여자의 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거짓 정보나 불완전한 정보는 다수 참여자의 협동으로 수정된다. 위키피디아는 개인의 지능이나 소수 전문가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는 집단지성의 협업과 양적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참여해서 특정한 사실이나 개념에 대해서 서술하고 수정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는 대중의 집단지성으로 만들어지는 공동의 백과사전이다. 집단지성으로 만들어지는 지식은 지속적으로 확장하며 생물체처럼 살아 있다.

집단지성의 활동에 있어 인터넷이라는 수단이 최고인 것은 사실이지만, 인터넷에서만 집단지성이 발현된다고 보는 것도 단견이다. 그것 없이도 집단지성이 이루어진 사례는 많이 있다. 그 중 하나가 2012 홍익대 수시 논술 기출문제에 나온 적이 있다.

제시문 (사)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발견된 지 12년 뒤인 1965년 시드니 브레너는 꼬마선충의 유전자 정보를 밝혀내는 연구에 착수했다. 당시 유전자의 활동 방식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거의 없었다. 브레너는 꼬마선충의 유전자가 성장에 관여하는 방법을 알아내고자 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몇몇 초보 연구자와 조악한 도구뿐이었다. 당시 과학자들은 꼬마선충을 집어서 세균배양 접시에 올려놓을 때 뾰족하게 갈아 만든 이쑤시개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 연구의 핵심에는 브레너의 분자생물학 연구실이 있었다. 그는 이 연구에 박차를 가할 연구 인력과 이 야심찬 연구로 다른 연구실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추진력을 확보하기 시작하였다. 이 작은 연구실은 수천 명의 연구자들을 끌어들이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연구 관행을 유지했다. 연구실 사람들은 힘든 일에 몸을 사리지 않았고 평등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대화를 중시하고 실적 중심으로 움직였다. 사람들은 휴게실에 모여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면서 신대륙을 탐험하고 있었다. 따라서 성역이 따로 있을 수 없었다. 아이디어는 통상 공유했다. (…중략…) 지식의 공동 저장소가 커지면서 공동체는 점점 커져 갔다. 꼬마선충 게놈 연구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10년 만인 1975년 열린 최초의 국제회의에는 24명이 참석했다. 다시 10년 뒤에는 꽤 두꺼운 교과서를 채울 만큼의 정보가 쌓였고, 1998년에 완벽한 유전자 서열이 발표되었다. 4년 후인 2002년 회의에는 1600명이 참석했다. 꼬마선충의 두뇌 내부에 존재하는 뉴런의 회로를 5000개나 밝혀내는 연구 보고서도 나왔다. 이렇게 해서 꼬마선충은 유전자 정보가 가장 완벽하게 파악된 생명체가 되었다.

이지나 S·논술 인문 대표강사 curitel20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