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일본서 도난된 우리 불상 돌려줘야 하나요
올초 문화재청은 일본 쓰시마 가이진신사와 관음사에서 도난당한 후 국내에 반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신라 시대 금동여래입상과 고려말 관음보살좌상 등 2점의 불상을 회수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들 불상은 원래 우리 문화재였던 것인데 일제시대 때 일본으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모씨를 비롯 일당 4명은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이들 불상을 훔쳐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려다 문화재청과 경찰청에 의해 적발됐다. 문제는 이들 도난 불상을 일본에 돌려줘야 하느냐다. 일본은 불상이 한국에 반입된 것을 알고 반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원래 우리 문화재였던 것을 일본이 약탈해갔을 가능성이 큰 만큼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더욱이 우리 법원은 지난 2월 일본이 불상을 정당하게 취득한 사실이 소송으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일본에 반환을 금지한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그런 와중에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해당 불상들을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일본에서 도난돼 국내에 반입된 우리 불상을 돌려줘야 하는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일본에 돌려주자는 측은 비록 원래 우리 문화재였지만 한국에서 일본으로의 반출 경위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데다 일본에서 도난된 것이 확실한 만큼 국제관례와 문화재보호법 등에 의해 이를 일본에 반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 장관이 일본 문부과학상과 만나 한 발언도 훔쳐온 문화재라면 상식적인 선에서 돌려주는 게 합리적이라는 원칙을 얘기한 것이라는 게 문체부의 설명이다.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은 “해외에는 과거에 약탈당한 수많은 우리 문화재가 있지만 약탈 문화재 반환도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아야 하고 소장 당사국에서 협조해야 가능하다”며 반환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불상이 일본에 정상적으로 건너갔다는 증거가 없는 건 사실이지만 돌려받으려면 불법으로 건너갔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며 설사 불법으로 반출됐더라도 절도 등의 방법으로 가져오는 것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견해다.

2점의 불상 중 금동여래입상은 일본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시민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 스님)는 “원래 소장처가 부석사로 밝혀진 관음보살좌상과 달리 금동여래입상은 불법적으로 반출됐다는 기록이 전혀 없는 만큼 일본 반환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혜문 스님은 “문화재 환수는 감정을 앞세운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며 “금동여래입상이 일본으로 되돌려진다면 일본이 우리에게서 빼앗아간 ‘민족 문화재’ 환수의 새로운 지평도 열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


[시사이슈 찬반토론] 일본서 도난된 우리 불상 돌려줘야 하나요
반대하는 측은 비록 도난을 통해 국내에 재반입됐지만 일본으로 반출될 당시 불법성 여부를 따져서 이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계종은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해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문화재 피해국인데 해당 장관이 진위를 떠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조계종은 이어 “관음보살좌상은 복장물 기록 등을 살펴볼 때 정상적인 방법으로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 불상의 입수 경위 규명을 강력하게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환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우리 법원의 입장도 유사하다.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2월26일 서산 부석사가 제기한 ‘금동관음보살좌상 점유이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본 관음사가 정당하게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을 취득했다는 소송이 확정되기 전까지 일본으로의 점유이전을 금지한다”고 명령했다. 부석사가 원래 소유자가 명백한 만큼 일본으로의 유출 경로가 명확히 밝혀질 때까지 불상을 일본에 보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위반부 소녀상 말뚝테러에 분노해 일본대사관 정문에 트럭 충돌을 시도했던 김창근 씨는 금동관음보살좌상의 반환 반대와 일본 정부의 약탈 문화재 6만6000점 반환, 다케시마의 날 철회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생각하기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국내에서 반출돼 해외에 퍼져 있는 우리의 문화재를 다시 돌려 받는 일은 정부 학계 모두 합심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원론적으로는 이렇게 단순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구체적인 문화재의 반환 문제에 당면하면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게 외규장각 도서다. 외규장각 도서는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대가 약탈해 간 것이 명백했음에도 불구, 반환협상에서부터 2011년 최종 반환까지 무려 20년이나 걸렸다. 소장국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과거 약탈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게 보통이다. 세월이 흘러 공소시효가 지나 자국의 재산이라는 주장을 하거나 현행법상 국가소유물을 외국에 양도할 수 없다는 등의 핑계를 댄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집트와 같은 나라도 과거 영국 등 외국으로 반출된 자국 문화재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각각의 문화재 반환이 모두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이뤄지고 그나마 아예 안되는 것도 많다.

이런 현실과 최근 국제법, 국제관행을 감안해 우리도 대처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원래 우리 것이니 안줘도 된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재는 모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시 국내로 들여와도 된다는 식이 될 수 있다. 이는 곤란하다. 일본과의
[시사이슈 찬반토론] 일본서 도난된 우리 불상 돌려줘야 하나요
문화재 반환은 특히 더 복잡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감정적 대응보다는 반출 경위를 따지고 그에 따른 개별적 대응과 판단을 내리는 게 순리로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