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의 한국사랑…'기적을 이룬 나라~'펴낸 튜더 씨
[피플 & 뉴스] "한국의 근사함 외국인에 알리려 책 썼어요"
“서구 언론이 한국을 다룰 때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각을 취한다는 느낌을 종종 받아요. ‘왜 우리처럼 되려고 노력하지 않느냐’는 식이죠. 이 책을 쓰면서 이런 ‘우아한’ 영미권 저널리스트가 되지 않기 위해 애썼습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인 대니얼 튜더(사진)가 ‘중립적’ 시각으로 한국을 기술한 책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문학동네)를 펴냈다. ‘한강의 기적’ 등 경제 발전상과 ‘남남 갈등’ 등 정치·사회 현상, 한국인의 일상을 담았다. 주관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 권영세 주중국대사 등 유명 인사뿐 아니라 단골 미용실 직원, 교육 문제로 고민하는 직장인 등 70여명을 인터뷰해 이들의 목소리도 함께 실었다.

이 책은 지난해 먼저 나온 영어판 《한국, 불가능한 나라(Korea, The Impossible Country)》의 번역본이다. 왜 ‘불가능한 나라’일까.

“한국은 불가능에 가까웠던 ‘한강의 기적’을 이뤘고, 지금은 불가능에 가까운 기준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대학, 좋은 직장 같은 기준에 못 미치면 ‘루저(패배자)’가 되고…. 제가 이 책을 쓴 건 영미권 독자들에게 ‘이렇게 근사한 한국을 왜 모르나요’라고 알리고 싶어서였습니다. 한국과 한국인이 스스로를 믿고, 서구 혹은 남들과 비교하며 불행해지지 않았으면 해요.”

튜더 특파원은 책에서 한국의 중도 없는 정치와 분열된 사회에 대해서도 썼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시각 등 첨예한 대립을 보여주는 지점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정치적으로는 독재자이지만 저는 박 전 대통령을 싫어하지 않아요. 그가 경제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은 결코 과소평가돼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열아홉 살이던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처음 찾은 한국에 매료됐고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뒤 2004년 한국을 다시 찾았다. 미래에셋 영국시장연구원 등 금융권에서 일했으며 2010년부터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2002년 월드컵 경험에 대해 그는 “모두 형제자매가 됐던 그때 냉혹한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사랑을 느꼈다”며 “한국은 내가 겪어본 그 어느 나라보다 경쟁적인 사회지만 그 이상의 따스함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매력을 한마디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역시 ‘다이내믹(역동적)’이라는 단어를 꼽았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만 봐도 한국은 역시 역동적이에요. 영국 총선은 거의 한 달 전부터 대략 예측이 가능한데 한국은 하루 전까지 알 수 없죠. 제 고향인 영국은 정체되고 있지만 한국은 앞으로 훨씬 더 뻗어나갈 거라 믿습니다. 문제점도 많지만 한국인들은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박한신 한국경제신문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