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과 '그린스펀 트라우마'

미국 증시의 변동성 확대는 미 중앙은행(Fed)의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마켓워치는 16일 “주가가 최근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출구전략 가능성 발언 이후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6월17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Fed가 금리 올리면 왜 세계 증시가 요동칠까?
☞ 세계 금융시장이 버냉키 미 중앙은행(Fed) 총재가 출구전략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요동치고 있다. 주요국 증시는 약세로 돌아섰으며 금리는 급등세다. 신흥국 통화가치는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Fed 의장의 힘이 얼마나 센지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도대체 출구전략이란 게 뭐고 왜 Fed의 정책이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출구전략(Exit strategyㆍ 出口戰略)은 경기침체기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썼던 각종 정책을 거둬들이는 전략을 말한다. 경기가 좋지 않아 부양할 필요가 있을 때 정부는 크게 △재정정책과 △금융·통화정책이란 두 가지 수단을 동원한다. 재정정책은 정부가 지출을 크게 늘려 총수요를 확대하는 것이고, 금융·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거나 시중 통화량을 늘려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이다. 세계 각국 정부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2009년 가을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이 같은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미국 일본 영국 중앙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춰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화폐를 찍을 수 있는 권리(발권력)를 이용, 무차별적으로 통화량을 늘리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ㆍ QE) 정책도 실시했다.

출구전략은 이런 양적완화 같은 부양책을 중단하겠다는 뜻이다. 출구전략이 세계 경제의 화두가 된 것은 버냉키 의장의 지난달 22일 의회 발언이었다. 당시 버냉키는 “갑작스러운 양적완화 축소나 중단이 실물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일자리 창출 등 경제상황이 꾸준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 중앙은행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축소하겠다는 건지 중앙은행 총재의 전형적인 모호한 발언이었지만 시장은 버냉키의 말을 양적완화 축소에 방점을 두고 받아들였다. 버냉키의 발언 이후 △세계 증시는 약세로 돌아서고 △국채 금리 등 금리는 상승세를 보였으며 △미국 달러화 가치도 오름세를 보이는 등 세계 금융시장은 출렁거렸다.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이 세계 금융시장에 왜 이처럼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그건 근본적으로 세계 상거래의 중심 통화(기축통화)인 ‘달러화의 흐름’이 바뀌기 때문이다. 미국의 출구전략은 △일차적으로 Fed가 시중에 돈을 풀기 위해 그동안 사들여왔던 채권 매입을 중단하고 △이어 기준금리를 서서히 올리는 수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세계 자금시장에는 돈의 흐름이 바뀌게 된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달러화를 엄청나게 풀었다. 어림잡아 2조3000억달러(약 2600조원)다. 이 달러화는 중국 브라질 한국 등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가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덩달아 미국 내 금융상품 금리가 오르게 되고, 이렇게 되면 미국 밖으로 나갔던 달러 자금이 미국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신흥국 주식과 채권에 투자된 달러 자금의 탈출은 해당 국가의 주가와 채권 가격을 약세로 만들게 된다. 채권 가격과 채권 금리(수익률)는 반대이니 채권 금리는 뛰게 되는 것이다.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에 악재다. 금리가 오르면 리스크가 있는 주식보다는 채권 투자와 저축에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최장수 Fed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 시절에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바로 ‘그린스펀 쇼크(Greenspan Shock)’다. 그린스펀은 1991년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었다. 기준금리를 연 3%로 낮춰 17개월 동안 유지하다가 1994년 2월 기습적으로 3.25%로 올렸다. 이후 1994년에만 금리를 여섯 차례 인상해 기준금리는 그해말 5.5%가 됐다. 기준금리를 올리자 시중 금리가 치솟고 주가는 급락했다. 그리고 멕시코는 달러화의 갑작스런 대규모 유출로 외환위기를 맞았다.

Fed의 출구전략은 △한국 자본시장에 투자된 외국 자본이 급속도로 빠져나가 시장을 교란하고 △외환시장도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론 “Fed가 양적완화 정책을 내년쯤에야 축소할 것”이라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말처럼 버냉키 의장이 당장 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미국발 출구전략 쇼크에 당하지 않도록 미리 세심한 전략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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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경쟁력 갉아먹는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과 노치(勞治)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정부의 금융기관 인사 개입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여야 의원들은 최근 금융감독원이 민간 금융회사인 BS금융 회장에게 사퇴를 권고한 데 대해 ‘관치금융’을 거론하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 6월17일 연합뉴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Fed가 금리 올리면 왜 세계 증시가 요동칠까?
☞박근혜 정부 들어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 하나가 공무원(관료) 출신의 부각이다. 적지 않은 관료 출신 인사들이 주요 자리에 임명돼 일을 하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는 관료 출신들의 득세 현상이 심하다. KB금융 차기 회장에는 기획재정부 출신의 임영록 사장이 내정됐으며, NH농협금융 회장에는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이 선임됐다. 산은지주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등도 모두 관료 출신이나 정부가 사실상 임명한 인물이 CEO(최고경영자)다. 감사위원 자리도 관료 출신들이 대거 차지하고 있다.

능력있는 관료 출신이 금융사 CEO가 되는 게 꼭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금융산업의 관치를 확대하고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IT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선 글로벌 기업들이 많은데 유독 금융산업에선 한국이 이렇다 할 글로벌 플레이어가 없는 이유로 관치금융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관치금융(官治金融)은 정부가 재량권을 활용해 민간 금융회사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인사와 자금배분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뜻한다. 관치금융이 좋지 않은 건 금융사 내부 직원들이 경영진으로 발탁될 길을 봉쇄한다는 데 있다. 이렇게 되니 은행 CEO가 되기 위해선 회사를 키우거나 수익성을 높이는 것보다는 힘있는 정부 관료에 줄을 대는 게 더 중요하다. 은행 인사철이 올 때마다 로비가 난무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관료 출신의 은행 CEO 임명은 노동조합과의 야합이라는 잘못된 관행도 낳고 있다. KB금융지주 본사에선 최근 노조가 임영록 회장 내정자의 사퇴를 요구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주요 금융사에서 출근 저지 투쟁은 일종의 ‘통과의례’다. 그러면 새로 임명된 CEO는 임금 인상 등 적당한 ‘당근’을 주고 문제를 해결한다. 이러니 회사 경영엔 마이너스가 아닐 수 없다. 관치가 노치(勞治ㆍ노조에 의한 통치)를 낳는 셈이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Fed가 금리 올리면 왜 세계 증시가 요동칠까?
왜 매번 은행 CEO 임명엔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 은행들의 주인이 없어서다. 주요 은행들은 경영권을 행사하는 주주가 없다. 이러니 주인없는 빈 산에 정부가 노조 비위나 맞춰가며 떡 하니 주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정부 지분이 전혀없는 BS금융 회장을 물러나도록 압박하다가 사단이 났는데 한국 금융산업의 낙후성을 보여주고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