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희 교수 종신직 정교수 임명…1701년 대학 설립 이래 처음…"수학은 핵심 정면 돌파해야"

[피플 & 뉴스] 한국 女교수, 예일대 수학과 312년 '금녀의 벽' 깨다
한국인 여성이 미국 예일대 수학과의 첫 종신교수가 됐다. 1701년 설립된 예일대 역사상 여성이 수학 분야 종신직 교수로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고등과학원은 오희 교수(43)가 오는 7월1일자로 예일대 수학과에 종신직 정교수로 임용된다고 발표했다.

오 교수는 최근 서울 회기로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모교이고 지도교수인 그레고리 마굴리스 교수의 학맥을 잇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했다”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열심히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눈에 띄는 학생이었다. 수학 선생님이 ‘이런 문제는 어떻게 풀지’라고 질문을 하면 손을 들고 해답을 말했다. 오 교수는 “친구들에겐 미움을 받는 학생이었다”며 “다른 과목처럼 외울 필요 없이 혼자 생각하며 공부하는 수학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 들어올 때는 의대와 수학과 사이에서 고민도 했지만 수학과에 진학한 뒤 미적분학을 들으며 전공에 더욱 애정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학 시절 잠시 ‘외도’도 했다. 수학만 공부하는 인생이 뻔하다는 생각이 들어 약자를 돕는, 더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결심을 했던 것. 총학생회 연대사업부 노동분과장을 하면서 학생운동에 전념했다. 1년 가까이 거의 수업을 듣지 않았다. 중간고사 때는 답을 쓸 수 있는 문제가 없어 교수님께 편지를 쓰고 나오기도 했다. 덕분에 다른 사람보다 1년 더 학교를 다녔다.

그는 “시간이 지나니 수학 문제를 푸는 게 그리웠다”며 “특히 학생운동을 하면서 접한 사회과학에는 최선과 차선은 있지만 정답이 없어 더욱 수학이 그리웠다”고 회상했다.

학생운동은 그의 수학 연구에 도움이 됐다. 그는 “학생운동을 하면서 사회과학을 공부하거나 정세를 분석할 때 ‘핵심 고리를 잡아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이것은 수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며 “문제를 풀 때 가장자리를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핵심 고리를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수학을 좋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학자라고 소개하면 미국 사람들은 ‘당신은 천재군요’라고 하고 한국 사람들은 ‘전 수학 못했는데’라며 수학을 멀게 느낀다”며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투자하고 열심히 해야 하는데 이것은 좋아해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공부 잘하는 법에 대한 많은 책이 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봐도 그대로 하지 않는다”며 “뛰어난 수학자들은 수학을 가장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1992년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오 교수는 1997년 예일대 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프린스턴대, 캘리포니아공과대, 고등과학원 등에서 교수로 일했다.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