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선생님 안녕하세요?"…제자들이 부친 '감사의 편지'
스승의 날이 지나갔습니다.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아련한 추억을 만들어준 선생님이 꼭 있습니다. 친구, 가정, 성적 고민을 들어주시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 아파해준 스승. 대학생이 된 제자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추억의 편지를 늦게 부쳐왔습니다. 공통점은 한결같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였습니다. 생글독자 여러분도 선생님과 많은 추억을 만들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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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선생님 "저의 영원한 키팅 선생님"

[생글기자 코너] "선생님 안녕하세요?"…제자들이 부친 '감사의 편지'
제가 다녔던 홍천여자고등학교에는 인사를 할 때면 학생들인 저희보다 더 고개를 숙이시고 학생들 사이를 통과할 때면 두 손을 모아 조심스럽게 지나가시는 선생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 선생님은 고교 3년 동안 저의 소중한 멘토였습니다.

윤리 과목 담당인 선생님은 수업시간 때마다 갓 중학교를 졸업해 들떠 있던 저희들에게 자기만의 공부 방법과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어쩌면 고리타분한 이야기 일 수도 있었지만 저는 이를 마냥 흘려듣지 않고 고등학교 생활에 대해 계획해 보고 고민해 보게 됐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기자라는 꿈을 갖고 생글생글 기자 활동을 비롯해 다양한 교내외 활동을 한 것도 선생님의 조언과 격려가 뒷받침이 됐습니다.

선생님은 대학 진학에 있어서도 기꺼이 조력가가 돼주셨습니다. 연세대를 지원하는 데 있어서 저는 고민에 빠졌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원서를 넣고자 하는 전형인 언론홍보영상학부의 모집인원은 달랑 1명이었기 때문입니다.

높은 경쟁률로 인해 같은 대학을 지원하는 제 주변 친구들은 하향 지원을 선택했습니다. 그러한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고민에 빠졌고 극도의 입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끝내 저는 선생님께 펑펑 울면서 저의 고민을 털어 놓았습니다. 이때, 선생님께서는 ‘네가 가야하는 길이 어느 직업보다 소신을 요하는 길이잖니. 단순히 결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네가 진심으로 하고자 하는 것을 선택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씀해주었습니다. 그때 복잡했던 생각을 정리하고 언론홍보영상학부에 지원해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더욱이 선생님께서도 저를 향한 믿음을 계속해서 보여주셨습니다. 전교생을 상대로 학습 플래너를 제작할 때 저에게 구성에 관해 조언을 구하셨고, 저의 포트폴리오를 대표사례로 다른 학교에 소개하는 등 저를 신뢰해주셨습니다. “김정화 선생님! 생글생글로나마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연락드릴게요.”

박지수 <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1년 elen0618@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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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철 선생님 "자연을 알려주신 어른"

[생글기자 코너] "선생님 안녕하세요?"…제자들이 부친 '감사의 편지'
고등학교 2학년을 시작하던 첫날. 새로 오신 선생님들이 강당에 늘어서서 인사하시는 가운데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중학교 때 도덕을 가르쳐주신 신효철 선생님이었다. 신 선생님은 수업도 재미있고 성격이 좋으셔서 중학교 때부터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이셨다. 마침 2학년을 맡으신 선생님께 도덕에서 윤리로, 조금 더 수능맞춤형 과목을 배우게 되었지만 선생님의 수업은 여전히 재미있었다. 그러나 나는 윤리 외에 또 다른 것을 배웠다.

고등학교 시절 새벽같이 등교해서 자정이 가까워야 집에 돌아가는 우리는 사실상 학교에 갇히다시피 생활했다. 점심 저녁시간마다 운동장과 학교 담 너머에 있는 생태원을 산책하는 것은 정신없이 헤엄치는 와중에 한 모금씩 들이키는 호흡 같은 것이었다. 특히 나는 풀이며 곤충을 관찰하고 다니곤 했다.

생소한 들풀이나 나무가 있으면 조심조심 카메라에 담고 선생님께로 달려갔다. 그러면 선생님은 모른다고 고개를 젓는 일이 거의 없으셨다. 엉성하게 찍힌 한 장의 사진을 보고도 대번에 이름이며 온갖 특징을 줄줄 읊으셨다. 선생님 자리에 계실 때에는 도감이나 인터넷을 뒤져 비슷한 다른 식물의 사진을 찾아 비교도 해주시고, 나중에 달리는 꽃이나 열매도 보여주셨다. 그저 예쁘게 생긴 모양에만 흥미가 있던 나는 신 선생님이 오신 후로 눈에 띄는 풀들을 제법 알아보게 되었다.

3학년이 되어 뒷건물로 교실을 옮긴 후에도 툭하면 신 선생님을 뵈러 앞건물에 드나들었다. 선생님은 환경동아리를 맡아 아이들을 데리고 효소를 발효시키거나 학교 안에 연못을 만드는 등 여러 가지를 하셨다. 얼마 전 스승의 날을 앞두고 찾아뵌 선생님은 여전히 똑같은 미소로 나를 반기면서 직접 나무를 깎고 심을 박은 연필을 주셨다. 참으로 신 선생님다운 선물이었다. 담임도 아니었으며, 환경동아리에 가입하지도 않았지만, 신 선생님은 나에게 담임선생님보다 가까운 분이셨다. “알라븅 쌤.”

이지수 < 충북대 국어국문 1년 sksfh0147@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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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세은 선생님 "엄마보다 더 가까운 인연"

[생글기자 코너] "선생님 안녕하세요?"…제자들이 부친 '감사의 편지'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을 꼽으라면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던 양세은 선생님이다. 추억의 시간 속에 멈춰 있는 우리 2학년 5반은 양세은 선생님께서 처음으로 담임선생님을 맡으신 반이었다. 첫 담임이다 보니 선생님에게도, 학생들에게도 1년간의 활동 하나하나가 매우 각별했다. 학기 초부터 공책을 한권 사서 반 일기를 돌려썼다. 젊은 여자선생님이시다 보니 반 일기에 이상형을 공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38명의 친구들을 모두 한 시간 이상씩 개인면담하며 진로 설정과 고민상담 등을 진심을 다해 해주셨다. 청소시간이면 청소를 지휘하시기보다는 제일 먼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책상을 밀고 계시니 옆에 있는 학생들은 민망해서라도 청소를 열심히 했다. 이러한 훈훈한 생활이 가능했던 것은 물론 38명의 5반 친구들이 좋아서 유지될 수 있었기도 했지만, 반에 대한 선생님의 헌신적인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가장 감사했던 점은 학생 위에서 군림하기보다는 학생과 동등한 시선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려 하셨던 선생님의 모습이다. 그래서 고민이 생기면 쪼르르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개인적인 고민들까지도 다 털어놓게 되는, 정말 이상적인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되었다. 나는 고민이 생겼을 때 선생님과 영화관 데이트를 신청해서 영화보고, 밥먹고, 수다 떨었던 추억이 생각난다. 선생님이시지만, 때론 엄마처럼, 때론 친구처럼 대해주신 선생님이 정말 지금 와서 돌아보면 대단하고, 다신 찾아오기 힘든 특별한 인연이었다고 느낀다.

만우절에 학생이 기절하는 장난에도 우리의 기대에 부응할 만큼 놀라주시고, 고3에 올라가서도 수능 보기 전에 2학년 5반 멤버들 한 명 한 명에게 손편지와 손수 포장한 초콜릿을 주셨던 양세은 선생님. “쌤 사랑합니다. 캠퍼스로 한번 모시겠습니다.”

김재은 <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1년 lovejek999@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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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조 선생님 "생글과 인연 맺어준 스승"

[생글기자 코너] "선생님 안녕하세요?"…제자들이 부친 '감사의 편지'
대학생이 된 지금, 기억 속에는 많은 선생님이 계신다. 고등학교 선생님은 물론이고 중학교, 초등학교 선생님까지 기억이 난다. 회상해보면 소중한 분이 많지만, 그중에도 인생을 급격히 바꿔주신 분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신입생이었을 때 이야기다. 당시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대학을 어떻게 입학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던 상태였다. 심지어는 담임선생님께서 개발활동부서를 선택하라고 했을 때조차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나와 달리 다른 아이들은 저마다 관심 있는 곳에 들어가려 혈안이었다. 그런 경쟁에 끼어 같이 고르다보니 부서명이 특이한 생글생글이라는 부서가 있었다. 도대체 그 부서가 뭐하는 곳인지 궁금해 선택했다.

시간이 되어 선택한 부서로 가니 한 선생님이 계셨다. 바로 박재조 선생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선생님께서 생글기자에 관해서 설명하시다 지원 의사를 전체에게 물었는데 얼떨결에 손을 들었다. 그날부터 매일 자기소개서를 쓰고 또 다시 쓰는 일을 반복했다. 결국 선생님께서 도와준 끝에 생글기자가 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외부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매주 기사를 쓰고, 매번 새로운 아이들과 만났다. 자연스레 여러 외부활동에 참여했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께서는 참여 가능한 외부활동을 알려주셨다.

여러 활동과 기자활동 덕분에 다른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논술 준비를 적게 하고도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가끔씩 당시에 손을 들지 않았다면 생글기자가 되지 못했을 것이고, 나아가 대학교에 합격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나에게 있어서는 선생님이 존경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현재도 나와 같은 아이들을 육성하며 이끄시는 선생님을 볼 때마다 그 속에 보이지 않는 열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송민수 < 연세대(원주) 경영학과 1년 u678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