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만난 펭귄은 결코 귀엽지만은 않았다. 턱 아래로 끈이 연결돼 경찰모를 쓴 듯한 턱끈펭귄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달려와 촬영료도 안 주냐며 대들며 따지는 듯했다. 처음엔 마냥 귀엽다고만 했던 호주 여성 세라도 나중에는 그들을 두려워했다. 가까이 가기 싫을 정도로 온 몸에 얼룩이 묻어 있는 펭귄도 있었다. 서식처와 둥지에는 펭귄의 먹이인 붉은 크릴(새우의 일종) 배설물로 가득했고 역한 냄새마저 풍겼다. 신발에 배설물이 묻어 썩은 정어리 냄새를 계속 맡아야 했다.

《달리는 청춘의 시》는 세계 최연소 사막 마라톤완주 기록을 세운 한국의 대학생이 1000㎞에 달했던 긴 여정을 담아낸 책이다. 눈만 뻐꿈거리며 뚜벅뚜벅 걷는 낙타처럼 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 사막을 완주한 이야기다.

생글생글 2기 기자 출신인 필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거부한다. 청춘에겐 아픈 것도, 잃는 것도 없이 오로지 얻는 것 뿐이다. 남과 같아선 절대로 청춘일 수 없다는 생각에 그는 사막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다양한 인종의 남녀와 자연을 통해 세계를 만났다.

사막은 청춘의 인플레이션을 벗겨갔다. 한계와 핑계, 남탓, 불평불만, 게으름, 무계획, 무의지를 보기 좋게 체포해간다. 어릴 적 뼈가 부러져 짝발인 다리와 지독한 평발에 굴복했다면 사막은 다가와 주지 않았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몸의 불균형이 도전에 불을 댕긴 셈이다. 3년간의 준비기간은 균형추를 맞춰주었고, 그 이후 필자는 더 이상 허약한 과거의 자신이 아님을 발견했다.

사막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자금 마련부터 도전거리였다. 100개 기업을 찾아가 지원을 호소했다.

사진과 그림으로만 봤던 사하라가 눈앞에 다가왔을 때 필자는 무서웠다고 한다.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 물체라곤 없는 사막에서 존재감에 대한 ‘멘붕’은 피해가지 않았다. 땡볕과 모래바람, 밑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250㎞를 쓰러지며 걷고 걸었다. 사막 하늘 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별은 정말 모래알보다 많아 보였다. 사하라를 완주한 필자는 더 이상 아픈 청춘이 아니었다. 가장 건조하고, 가장 온도가 높고, 가장 추운 곳을 다닌 필자는 말한다. “청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제부터 내 청춘이다”라고.

문예창작과 학생인 필자의 글솜씨와 사막에서 찍은 다양한 사진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글 중간에 올라오는 울컥거림은 자칫 독자를 사막으로 이끌지도 모른다. 그 위험을 감수한다면 이 책을 만날 준비가 돼 있는 셈이다. 윤씨는 “생글생글 기자경험이 취재하고 글쓰고 사진찍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달리는 청춘의 시’ 윤승철 지음, 이야기나무, 560쪽, 1만8000원

유재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