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중국, 세계의 공장에서 문화강국 꿈꾼다 등
중국이 신성장동력으로 문화 산업을 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인 거화문화개발그룹은 베이징국제공항 근처에 50억위안(약 9000억원)을 투자해 문화예술 분야 자유무역지대(Tax-Free Zone for Art)를 개발할 예정이다. 중국은 본래 예술품이나 역사적 유물 교역을 금지하고 문화예술품을 수입할 때는 34%의 관세를 부과하지만 이곳에선 예외다. ‘베이징국제문화무역센터’라는 이름으로 내년 중 개장하는 이곳은 고가 예술품의 대형 창고 역할을 하는 동시에 명품, 디자인, 방송, 영화 등 문화 관련 업체가 한데 모인 복합단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WSJ는 “1990년대 자유무역항 건설로 세계 제조업 기지로서의 황금기를 맛본 중국이 똑같은 방식으로 문화 강국의 꿈을 이루려 한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에 문화 자유무역지대

거화그룹은 베이징국제문화무역센터 건설을 위해 3년 전부터 사전 준비를 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영국의 경매회사 소더비와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소더비는 새 합작사 지분 80%를 보유하고 10년간 경매시장을 개최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소더비 입장에선 크리스티보다 한 발 앞서 중국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예술품 판매는 중국 본토에서 제한돼 왔으며 2005년 이후 크리스티가 중국 내 경매권을 획득했지만 합작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소더비가 처음이다.

왕유동 거화그룹 이사는 “경매시장뿐 아니라 영화, 방송, 디자인, 미술 등 모든 문화 산업이 한데 모여 할리우드(영화), 실리콘밸리(IT), 뉴욕 첼시마켓(미술)을 합친 듯한 복합 문화무역센터를 만들 것”이라며 “2016년까지 해외 기업 등 50개 기업을 유치해 500억위안의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중국 정부는 문화상품 투자, 문화기업 주식과 채권, 문화재산권 등기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수료로 운영하는 종합형 금융투자기관인 ‘문화재산권거래소’도 운영하고 있다. 상하이 선전 등 18개 성 또는 시에 현재 26개 거래소가 세워졌다. 상하이문화재산권거래소(SCAEE)에 등록된 항목은 2000개, 거래액은 연 152억위안에 달한다.

거화그룹은 싱가포르 자유무역항의 운영자인 유로아시아인베스트먼트와도 투자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중국 관계자들은 고가 예술품을 세금 없이 거래하고 보안 설비가 뛰어난 자유무역항을 방문해 벤치마킹했다.

토니 레이나드 유로아시아 회장은 “베이징국제문화무역센터 건설이 터무니없어 보였으나 최근 중국 문화 산업이 급팽창하면서 기회의 땅임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영화 등 문화강국 건설 신호탄

[Global Issue] 중국, 세계의 공장에서 문화강국 꿈꾼다 등
이번 계획이 중국 공산당이 지난해 국가 발전 목표로 설정한 문화 강국 건설 계획의 첫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문화 산업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1%씩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미술시장은 2년 전부터 세계 1위 규모로 성장, 2011년 그 규모가 181억달러에 달했다.

영화 산업도 성장 중이다. 지난해 중국의 영화 극장수입은 27억달러.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WSJ은 미국영화협회 자료를 인용해 중국의 지난해 영화시장 규모가 2011년보다 36% 늘어나 세계 영화시장 상위 10개국 중 성장세가 가장 빨랐다고 전했다.

중국은 해외 영화 상영을 통제할 뿐 아니라 점유율을 낮추기 위해 주요 해외 영화를 같은 날 개봉하기도 한다. 여기에 1년 중 일정기간 이상은 외국영화를 상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외국 영화 성장세가 빨라지면서 중국 영화시장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영화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영화시장 규모는 250억위안이다. 2002년 대비 18배 가까이 성장했다. 반면 지난해 세계 영화시장 규모는 347억달러로 전년 대비 6%성장에 그쳤다. 미국 영화사들이 수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다.

문화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말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문화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75%로 미국 18%, 영국 11%에 비해 낮은 수준이어서다. WSJ는 베이징국제문화무역센터 건설이 중국 문화 산업의 급팽창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석했다.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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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불 끈 키프로스…100억 유로 구제금융 합의

지난주 세계 경제의 눈은 유럽의 섬나라 ‘키프로스’로 향했다. 키프로스 위기가 유럽 전체로 퍼지진 않을까 우려가 커졌다.

키프로스 정부는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과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등에 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트로이카는 은행 예금계좌에서 일정 비율(10만유로 이상은 예금의 9.9%, 그 이하는 6.75%)의 돈을 떼 은행 손실을 메워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예금자는 부담금을 내는 만큼 해당 은행의 주식을 보상으로 받지만 과거 다른 구제금융 사례와 비교해 전례가 없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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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 예금자들의 반대가 이어졌고 결국 의회는 구제금융안은 부결시켰다. 뱅크런을 우려해 은행 영업도 정지시켰다. 다행히 24일부터 25일 새벽까지 이어진 유로존 재무장관들과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등 채권단 ‘트로이카’ 대표들과 키프로스 정부의 협상으로 구제금융 집행이 합의되면서 한고비 넘겼다. 트로이카가 100억유로(약 14조4000억원)의 구제금융을 주는 대신 키프로스는 자국 은행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여전히 몇 가지 문제점과 후유증이 남는다. 우선 독일은 리더십에 큰 상처를 받았다. 당초 독일은 EU가 정했던 10만유로 미만 예금자에 대한 보호 원칙을 깨고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비난이 커지자 다시 원칙을 지키겠다고 말을 바꿨다. ‘양치기 소년’이 된 셈이다.

유로그룹이 키프로스 2개 은행을 구조조정하면서 선순위 채권자들까지 손실을 볼 수 있도록 합의한 것도 이례적이다. 유로존 국가가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선순위 채권자까지 피해를 보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유로존 은행권이 신뢰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네덜란드 재무장관)은 “키프로스 은행 구조조정 방법이 다른 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데이셀블룸 의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전날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재정위기 국가의 국채 금리가 일제히 급등했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 등 유럽 주요 은행 주가는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