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천안함 폭침 3주기…"아들이 아직도 내 곁에서…"
지난 26일은 천안함 폭침 3주기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용사 3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헌화 분향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천안함과 함께 산화한 46명의 용사 가족과 친지, 군 관계자 등이 함께했다. 천안함 폭침 도발을 감행한 북한은 이날 ‘1호 전투태세’를 발령하는 등 대한민국에 대한 호전적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2010년 3월26일의 비극

올해로 3주년을 맞은 천안함 폭침 사건은 2010년 3월26일 오후 9시22분께 백령도 서남방 2.5㎞ 해상에서 발생했다. 천안함은 1200t급 초계함으로 당시 승조원 104명이 타고 있었다. 갑작스런 폭발로 이 중 58명은 구조되고 46명이 사망 실종됐다. 4일 뒤인 30일 해군특수전여단 수중폭발팀(UDT) 소속 한주호 준위가 사고해역에서 탐색 작업 도중 실신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군은 4월4일 실종자 구조 작전이 별 소득이 없자 선체 인양작업으로 전환해 8일 뒤인 12일 천안함 뒷부분을 찾아내 인양작업을 시작했다. 워낙 어려운 작업이어서 3일 뒤인 15일 천안함 함미를 인양했으며 그 안에서 36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이어 23일에는 천안함 앞부분은 함수 인양작업에 들어가 함수를 건져냈으며 여기에서도 6명의 시신을 발견했다. 4명은 실종됐다.

국방부는 천안함에서 어뢰탄약으로 추정되는 화약성분을 검출했고 천안함에서 북한의 어뢰 샘플과 비슷한 금속 파편을 확보했다. 이후 민관합동조사와 국제조사단의 분석 결과 천안함은 좌초나 내부 폭발이 아닌 외부 공격의 의해 침몰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어뢰 공격임을 입증하는 번호표식 등이 발견됐다.

#'천안함 선체를 한번 보라'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아직도 내 옆에 있는 것 같은데….”

이인옥 천안함46용사유족협의회 회장(51)은 최근 아들에 대해 묻자 말을 잇지 못했다. 이 회장은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장남(이용상 하사)을 잃었다. 이 하사는 성균관대 경영학과 1학년을 다니다 2008년 해군에 입대해 전역을 한 달 앞두고 변을 당했다. 이 회장은 “아들을 그리워하는 아내는 아직도 유품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천안함 유족들은 정치권이나 사회 일각에서 아직도 천안함 폭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을 가장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 회장은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은 평택 2함대사령부에 전시돼 있는 천안함 선체를 한번 봤으면 좋겠다”며 “그러면 그런 얘기를 다시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회 총무를 맡고 있는 이연화 씨(고 박정훈 병장 어머니·51)도 “북한이 아니면 과연 누가 그런 짓을 했겠느냐. 우리 정부가 그렇게 했겠느냐”며 “천안함 선체를 한 번만이라도 보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씨는 또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한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라며 “바뀔 수 없는 사상인데 어떻게 하겠나. 개의치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또 “주사파들도 천안함 장병 등의 희생이 있기 때문에 이 땅에 살고 있는데,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일찍 현충원에 도착해 유가족을 위로했다. 박 대통령은 추도식 추모사에서 “천안함 3주기를 맞아 북한의 변화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북한은 핵무기가 체제를 지켜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더 이상 우리 젊은이들의 희생과 대결의 악순환을 가져오는 도발을 즉각 중지하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선순환의 길을 선택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주민들은 굶주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체제 유지를 위해 핵무기 개발에 국력을 집중하는 것은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선순환을 위해선 북한의 변화가 선결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의 위협…1호 전투태세 발령

북한은 이날 대한민국에 대한 위협을 이어갔다. 지난 25일 동해 원산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사진)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국가급 합동훈련을 한 데 이어 26일엔 군 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야전포병군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을 공표했다. ‘1호 전투근무태세’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는 최고 수준의 전투준비 태세를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개인 화기에 실탄을 장착하고 완전 군장을 갖춰 진지에 투입되는 단계라고 군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북한은 특히 남한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 등을 타격 목표물로 언급했다. 또 ‘단호한 대응 의지’ ‘실제적인 군사적 행동 과시’ 등을 거론하며 위협했다. 성명은 “그 무슨 ‘원점’ 타격과 ‘지원세력’ ‘지휘세력’에 대한 응징의 기회라는 것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망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본토를 언급한 것은 대북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반발”이라고 분석했다.

홍영식/정종태 한국경제신문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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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지 도발때 한·미 연합 응징한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일대 등에서 국지도발을 감행한다면 양국 연합전력으로 응징하는 작전계획을 발효했다. 정승조 합참의장과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22일 이 같은 내용의 ‘한·미 공동 국지도발대비계획’에 서명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24일 발표했다.
[Focus] 천안함 폭침 3주기…"아들이 아직도 내 곁에서…"
엄효식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국지도발대비계획은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한·미 합참의장 합의로 작성된 한국군 주도, 미군 지원의 작전 개념을 담은 것”이라며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단호하게 응징하는 한·미 공동의 대비태세를 완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전면전에 대비한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 5027’이나 국지도발에 대비한 한국군의 작전계획은 있지만 양국이 공유하는 국지도발대비계획이 없다는 점에서 이를 수립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북한의 예상되는 도발 유형을 모두 상정, 응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MDL과 북방한계선(NLL), 비무장지대(DMZ) 등에서 국지 도발을 감행하면 1차적으로 자위권 차원에서 한국군의 무기로 응징하고 미군의 전력을 지원받도록 명문화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하면 도발 원점과 도발 지원세력, 지휘세력까지 응징한다는 우리 군의 작전지침이 반영됐다”며 “북한의 도발 양상과 작전 환경에 따라 미군의 무기도 북한 영해와 영토에 타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 도발 시 미군이 자동 개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