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상사 여행] "공기·하천도 주인 있다"…환경오염 갈등에 재산권 해법 제시

(11) 법경제학의 선구자 로널드 코스

법경제학 발전에 선구자적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널드 코스(Ronald Coase)는 영국 런던 근교에서 태어났다. 외아들로 외롭게 성장한 탓인지 그의 학문 여정도 ‘외톨이’였다. 다른 학자와 공동으로 연구한 실적이 거의 없다. 누구나 다 사용하던 수리모형이나 수학공식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경제학계 이단아로 취급당할 정도로 재산권, 법, 기업 등 정통경제학에서 벗어난 분야만을 골라 평생 연구했다.

코스가 경제학에 입문한 과정도 독특하다. 런던경제대 상학과(경영학과)에 진학했다. 처음에는 기업 매니저가 될 생각도 했지만 변호사가 되겠다고 마음을 바꿔 산업법을 공부했다. 그런데 그의 일생을 바꿔놓은 사건이 생겼다. 평생 은사가 될 상학과 교수인 아널드 플랜트의 강의였다. 시장경제가 어떻게 가격체계에 의해 조화롭게 움직이는가를 멋지게 설명했다. 경영학 과목에서 지시와 명령으로 기업 구성원들의 행동을 조정하는 기업조직만을 익혀온 코스에게 시장의 조정 메커니즘은 환상적이었다.

[경제사상사 여행] "공기·하천도 주인 있다"…환경오염 갈등에 재산권 해법 제시
코스는 시장과 가격을 연구하는 경제학에 발을 내디뎠다. 변호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접었다. 로빈스, 하이에크, 힉스, 러너 등 당시 런던경제대 경제학과에 있던 저명한 교수들의 사상을 광범위하게 섭렵하면서 경제학의 지식을 쌓아갔다.

코스는 공식적인 경제교육을 통해 성장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우연한 경로를 통해 경제학에 입문한 것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던디상업대 강사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제문제를 연구했다. ‘기업이 왜 존재하는가’의 문제가 당시 20대 초반 젊은 경제학자 코스에겐 초미의 관심거리였다. 정통경제학에서는 아무도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기업의 존재는 설명이 필요 없이 당연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코스에게는 그 존재가 결코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가격구조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멋지게 조정하는 것이 시장인데, 그런 시장 속에 매니저의 지시와 명령에 의해 행동이 조정되는, 그래서 시장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기업조직이 존재하고 있어서다.

코스는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를 거래비용으로 명쾌하게 설명했다. 거래비용이란 계약상대방을 찾는 비용, 계약조건을 협상하는 비용, 그리고 계약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비용을 말한다. 이런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업이 존재한다는 게 코스의 설명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경제학자들은 그의 논문이 발표된 지 4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 진가를 깨달았다.

코스가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것은 ‘외부효과’의 문제였다. 이는 매연을 배출하는 기업이 인근에 사는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현상이다. 정부가 개입해 원인자인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규제를 가하는 것이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정통경제학의 방식이다.

그러나 코스는 그런 해법을 간섭주의라고 반대한다. 그의 핵심철학은 환경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환경에 주인이 없기 때문에 그것을 남용해 생겨나는 현상이고,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환경에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상에 기초해 코스는 전통적인 해법을 비판한다. 정통경제학은 일방적으로 원인자(기업)에게 책임을 돌리는데, 이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이다. 외부효과는 ‘상호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애연가는 흡연으로 옆에 있는 금연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과 똑같이 금연자 때문에 애연가가 흡연을 못해 괴로우면 이것도 후자가 당하는 외부효과로서 피해라고 보는 것이다.

만약 주민에게 환경권(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을, 공장에는 오염에 대한 책임을 부여한다면 그래서 주민이 환경의 주인이 된다면 조세나 규제를 통한 정부 개입이 필요없다는 것이 코스의 논리다. 거래비용이 높지 않다면 기업과 주민 사이에 권리의 거래를 통해 자발적으로 공해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게다가 ‘코스 정리’로 잘 알려져 있듯이 거래비용이 높지 않다면 환경권을 주민에게 허용하든 혹은 오염을 배출할 권리(오염배출권)를 기업에 주든, 다시 말하면 누가 환경의 주인이 되든 자원배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거래비용이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 주민을 환경의 주인(환경권)으로 만드느냐 아니면 기업을 환경의 주인(오염배출권)으로 하느냐에 따라 자원배분이 효율적일 수도,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따라서 누구를 주인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코스는 상호적으로 외부효과를 발생시키는 두 가지 행동(오염배출, 깨끗한 공기의 이용)이 초래하는 전체 경제적인 비용과 편익을 계산해 두 행동 가운데 가장 높은 편익을 보장하는 행동을 하는 측을 환경의 주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인식은 당시에는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코스는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평화를 보장하는 시장경제와 법질서의 묘미를 밝히기 위해 재산권과 법, 조직, 제도 등 종래의 경제학이 다루지 않았던 신천지를 독특한 시각과 통찰력으로 개척했다. 그가 일찍이 주류 경제학 틀 속에서 성장했더라면 도저히 해낼 수 없었을 것을 해낸 것이다. 자유로운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경로를 통해 경제학에 입문했던 것이 그에게 법경제학의 선구적 역할이라는 행운을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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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배출권 거래제' 이론 제공

코스 사상의 힘

경제학에서 지난 30여년간 급격히 성장해온 두 분야가 있다. 하나는 기업이론이다. 다른 하나는 법경제학이다. 이 두 분야는 전적으로 코스에 의존해 발전해온 것이다. 그가 20세기 가장 영향력이 큰 경제학자의 대열에 우뚝 서게 된 것, 그가 그 분야의 리더로 급부상한 것도 그 때문이다.

[경제사상사 여행] "공기·하천도 주인 있다"…환경오염 갈등에 재산권 해법 제시
코스는 시장경제와 법질서의 오묘함을 탐구하고 그 결과를 보급하기 위한 노력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그는《법경제학 저널》의 편집을 맡으면서 자유주의 법사상을 확립하고 이를 확산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 저널은 주로 법집행, 반독점, 환경법, 그리고 법경제 일반 등 경제학자와 법률가들에게 연구 방법과 방향을 제시하는 매우 유명한 간행물이다.

코스는 리처드 포스너, 프랭크 이스터부룩 등 시카고 로스쿨의 동료 교수들과 함께 판사를 비롯한 법조인에게 자유시장경제를 교육하는 등 자유운동조직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아 이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코스의 경제사상이 현실 정치에도 얼마나 영향이 큰지는 환경정책이 입증한다. 재산권 설정을 통한 환경정책은 그의 주요 정책 아젠다다. 독일의 루루강, 우퍼강, 그리고 엠셔강 등 강유역의 주민들로 구성된 협회에 강물에 대한 집단적 재산권을 부여하는 독일제도는 대표적인 예다. 이 제도는 강물을 오염시킬 경우 회원권을 구입하게 하고 강물 정화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연료소비에 일정률의 세금을 부과해 깨끗한 대기의 사용자에게 대가를 받아내는 제도, 바닷물이나 강물을 사용하는 기업들로부터 물 사용료를 받는 제도 등 공공재화의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다른 재화의 소비와 연계시키는 환경사용료 제도도 코스의 사상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100년 전 영국의 등대는 선박과 선박회사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했다는 것이 코스의 발견이다. 그 부담금을 내는 선박만이 항구가 제공하는 편익을 이용할 수 있었다.

[경제사상사 여행] "공기·하천도 주인 있다"…환경오염 갈등에 재산권 해법 제시
오늘날 유명한 오염배출권 거래제의 핵심도 코스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염배출권의 정부(또는 특정단체나 국제기구)가 특정오염물질 배출 총량을 정한 후 오염물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민간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다. 이 권리 소유자만이 오염물 배출이 가능하다. 그 권리는 소유자들 사이에서 자발적 계약을 통해 매매가 가능하다.

오늘날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를 보면 그 제도가 매우 빠르게 확산돼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경국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