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정권마다 7~9회 특사 단행…측근 풀어주기로 '변질'
특별사면은 정권 때마다 단행됐다. 특사는 좋은 날(설날, 광복절, 추석)을 앞두고 사회화합 차원에서 이뤄지기도 했고, 정권 초와 말기에 국민통합 명분으로 실시되기도 했다.

특별사면이 위헌이거나 불법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은 대통령의 사면권을 보장하고 있다. 사면에는 정치인, 권력자의 측근만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모범수, 생계형 범죄자 등 민간인이 더 혜택을 받는다. 논란은 언제나 권력형 비리자에 대한 특사를 둘러싸고 일어난다. 대상이 누구이든 특사는 삼권분립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많다. 사법부가 내린 판결을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단번에 ‘너의 죄를 사하노라’고 하기 때문이다.

# 사면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


정권별로 단행된 사례를 보면 특사가 얼마나 자주 이뤄졌는지를 알 수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2년 북한에 몰래 들어간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임수경 씨(현재 민주통합당 의원)와 문규현 신부를 특별 가석방하는 등 26명에 대해 특사를 했다. 이들 중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전경환 씨와 처남 이창석 씨를 비롯한 5공 비리 관련자 19명도 포함됐다. 권력형 비리자와 밀입북자를 한데 묶는 모양새를 취했다. 역시 명분은 사회통합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말인 1997년 자신이 잡아 넣었던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특사를 적용했다. ‘12·12 쿠데타’와 ‘5·18 광주학살’ ‘비자금’ 비리 혐의로 전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사형, 노 전 대통령은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년 만에 풀려났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을 따르던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과 장세동 전 안기부장, 안현태·이현우 전 청와대 경호실장과 이양호 전 국방부 장관 등도 석방되거나 남은 형량을 면제받았다.

2002년 말 김대중 전 대통령도 거물급 비리 경제인들에게 대거 혜택을 줬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과 김선홍 전 기아 회장을 포함해 회계부정에 연루됐던 대우그룹 임원들이 포함됐다. 특사에는 당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으로 복역하던 40명의 공안사범도 사면의 시혜를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의 임기 중인 2000년 광복절 특사로 이명박 대통령이 복권된 것은 재미있는 역사의 한 장면이다.

#노무현 정부, 측근 사면'눈총'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각종 비리 혐의로 구속수감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김대중 정부 인사, 노 전 대통령 측 인사를 풀어줬다. 김대중 대통령의 측근이던 신건·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박지원 의원(전 대통령 비서실장),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와 신승남 검찰총장 등이 혜택을 받았다. 당시에도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포함되면서 “측근 구하기 사면”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특사에서 대통령 당선에 일등공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에 대해 특사를 단행했다. 여기엔 야당인사도 다수 포함됐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던 서갑원 전 의원과 정상문 전 청와대총무비서관, 김종률, 우제항 전 국회의원이 들어갔고, 여당 쪽에선 장광근 전 의원 등이 특별복권됐다. 경제인으로는 남중수 전 KT 사장 등이 특별사면됐다.

용산참사와 관련해 복역 중이던 철거민 6명 중 배후 조정을 한 1명을 제외한 5명이 잔형 집행을 면제받고 풀려났다. 이번 특사에선 논란이 됐던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씨 등 친인척은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빠졌다.

#이 대통령, 7차례 특사

주요 특사 사례는 이렇지만 특사 실행 건수는 정권마다 상당히 많았다. 대표적인 예로 김영삼 정부 때는 무려 9차례 특사가 단행돼 3만8750명이 혜택을 봤다. 김대중 정부 때는 8차례에 걸쳐 7만321명이 복권되거나 전과 기록이 제거됐다. 노무현 정부 때 통틀어 8차례 3만7188명이 특사 명단에 포함됐다.

이명박 정부 때는 상대적으로 적은 7차례가 실시됐으며 혜택을 본 인원도 1만3000여명에 불과했다. 이번에 이 대통령이 특사를 단행하면서 역대 가장 적게 특사를 단행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특사는 이런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가능한 한 대통령 친인척을 배제했다는 점도 역대 정권의 특사와 조금 다르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특사 사례가 이렇듯 정권마다 많고, 내용면에선 제식구 풀어주기가 많았지만, 정작 상대방 정권이 특사를 실시하면 비난하는 모습이 매번 연출된다. 이번에도 민주통합당은 “마지막까지 오만과 독선, 불통으로 일관하는 철면피적 행태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돌이켜 보면 노무현 정부 말기 때도 측근들을 풀어준 적이 있지만 이젠 그런 사실조차 잊은 듯한 역공세다.

특사는 사법부가 내린 판결과 형을 단번에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정작 정치권은 속으로 웃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권 말기가 되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정적을 이런저런 식으로 사면복권하는 관행이 과연 사라질 수 있을까.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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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사면은 형이 확정된 자가 대상… 그럼 일반사면은?

대통령의 사면권은 헌법에 명시돼 있다. 헌법 제79조 ①항은 이렇게 돼 있다.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②항에선 일반사면을 명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③항에선 사면·감형 및 복권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이어 제89조에선 사면, 감형과 복권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Cover Story] 정권마다 7~9회 특사 단행…측근 풀어주기로 '변질'
이런 점에서 사면은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할 수 있다. 사면은 두 가지다. 하나가 이번에 단행된 특별사면, 즉 특사다. 특사는 이미 형이 확정된 특정 범죄인에 대해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유죄 선고의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행위다. 따라서 아직 형을 언도받지 아니한 자에 대해서는 특별 사면을 할 수 없다. 법무부 장관의 상신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행한다. 특별사면은 정변(政變)이 생겼을 때 정치범을 구제하기 위해 옛날부터 행해졌다.

반대되는 것이 일반사면이다. 일반사면은 범죄의 종류를 지정해 이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인에 대해 구별없이 형 선고효과를 전부 소멸시키거나, 형의 선고를 받지 않은 자에 대한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것이다. 일반사면을 하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사면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김구 암살범인 안두희를 죽인 사람은 형법상 살인죄를 적용해 사법부는 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여론은 법에 따라 처벌한 사법부를 비난할 수 있다. 이때 대통령은 사면권을 행사해 형의 집행을 중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