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보호막 벗는 게 무서워! 개인도 기업도  '그냥 이대로…'
피터팬 신드롬은 한마디로 보호받고 싶은 인간의 속성이다. 책임은 회피하고 보호는 받고 싶은 유아적 생각이다. 기업이 정부의 보호에 안주해 대기업으로의 도약을 기피하고, 개인이 독립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부모의 곁을 맴도는 것은 전형적인 피터팬 신드롬이다. 성장을 원하면서도 그에 따른 책임이나 실패가 두려워 자꾸 움츠리는 심리다. 하지만 인간이나 기업이 피터팬 신드롬에 머물면 더 이상의 성장은 하지 못한다. 불안하고 두려워도 보호라는 알을 깨고 나와야 진정한 성장이 이루어진다.

#부모 품 못떠나는 '캥거루족'


성장을 해도 부모 품을 못 떠나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 등에 따르면 가구주인 부모와 동거하는 30~49세 연령 자녀는 2000년 25만3244명에서 2010년 48만4663명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론 50만명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33세인 K씨는 2010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백수’로 지내고 있지만 별다른 불만이 없다. 다른 직업을 구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주위의 시선이 좀 따갑지만 부모로부터 한 달에 200여만원의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어 웬만한 월급쟁이 못지않은 풍요를 누리고 있다. K씨는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수입이 없어도 남부럽지 않은 생활에 익숙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K씨처럼 일자리가 없어, 일자리가 있더라도 만족도가 낮아 돈벌이를 포기하고 부모 품을 떠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벌이가 귀찮다는 이유로, 출퇴근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마저 마다하고 부모님의 보호막으로 숨는 청년들도 많다. ‘공부를 더 한다’ ‘사업을 구상한다’는 이들이 부모 품에 숨으면서 하는 대표적 핑계들이다. 양한순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젊은층의 부모에 대한 의존성은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라며 “이 같은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라고 지적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10명 가운데 6명은 스스로를 ‘마마보이(걸)’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839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스스로를 마마보이(걸)로 생각하는 이유는 ‘난처한 일이 생기면 부모부터 찾게 된다’(19.9%)가 가장 많았고, ‘어떤 일을 결정할 때는 부모님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19.8%), ‘부모님의 뜻을 좀처럼 거스르지 않는다’(17.8%), ‘부모님을 떠나 사는 것이 왠지 두렵고 싫다’(16.4%) 등의 순이었다.

#중소기업이 좋다는 아이러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분류되지 않으려는 이유를 한마디로 ‘피터팬 신드롬’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면 그만큼 기업이 자본금이나 고용면에서 성장했다는 의미이지만 성장의 대가로 치러야 하는 ‘보호막 벗어나기’가 싫어서 일부러 중견기업 진입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자본금이나 상시 근로자 수를 중견기업 요건에 맞추는 것을 꺼린다는 얘기다. 박 당선인은 피터팬 신드롬이 중소기업의 잘못이라기보다 중견기업이 되면서 지원이 줄고 규제가 늘어나는 칸막이 현상 때문이라며 이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견기업의 규제 등을 적극 풀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진입하는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면 정부의 혜택은 줄어들고 규제는 많아진다. 중소기업법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우 상시 근로자가 300명 미만이거나 자본금이 80억원 이하면 중소기업으로 분류된다. 중소기업엔 중소기업청 등 정부 부처가 지원해주는 사업이 무려 160여 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성장해 중견기업이 되면 이런 지원이 사라지고 반대로 200개에 가까운 규제가 가해지니 그냥 ‘피터팬’(중소기업)으로 남으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피터팬 신드롬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중견기업에 가해지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알을 깨야 진정한 성장

개인이든 기업이든 궁극적으론 성장이 목표다. 거창한 플랜을 세워 성장 목표를 세울 수도 있지만 특히 개인의 경우엔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어느 정도 기대되는 성장이 있다. 일자리를 찾아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결혼을 해 책임있는 가정을 꾸미는 것 등은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성장이다. 하지만 성장에는 노력이나 열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불안과 좌절을 겪기도 한다. 그런 심리적 불안은 성장을 하기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다. 그런 진통이 두려워 성장을 포기한다면 개인이나 기업은 영원히 ‘피터팬’으로 남게 된다.

피터팬이 많은 사회는 결국 ‘정체된 사회’다. 보호막을 박차고 나가 웅대한 꿈을 펼치려면 두려움·불안을 열정과 자신감으로 녹여야 한다. ‘청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두려움을 열정으로 뚫고 성장의 광장으로 나가라는 귀에 익은 메시지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것을 꺼리는 이유를 상세히 살펴보자. 부모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청년들의 실상과 ‘피터팬 신드롬’이 심각해지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논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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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자식 주변 뱅뱅도는 '헬리콥터족'

[Cover Story] 보호막 벗는 게 무서워! 개인도 기업도  '그냥 이대로…'
자식이 성인이 됐는데도 주변을 따라다니며 모든 일에 간섭하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명 ‘헬리콥터족’이다. 헬리콥터가 상공에서 뱅뱅 도는 모습에서 따온 용어다. 이들 부모는 심하다 할 정도로 자녀의 학교생활은 물론 사회생활, 심지어 결혼생활까지 일일이 간섭한다. 이로 인해 자녀들의 독립성과 주체성이 약해져 부모의 뜻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은 이른바 ‘마마보이’ 현상을 초래한다. 학기 초 대학의 수강신청 기간이 되면 일부 학생의 부모들이 직접 학교로 찾아오거나 전화로 학생 대신 수강신청까지 하는 사례도 자주 있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의 전언이다. 심지어 MT에도 부모가 따라와 선배나 동기들이 당황해하는 경우도 있다.

정도가 심한 헬리콥터족 부모들은 자식이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연봉협상에서부터 회사업무까지 파악하고, 참견을 한다. 취업전선을 누비는 헬리콥터족도 많다. 매일 채용 공고를 챙기고, 공기업이나 금융권 채용정보가 있으면 곧바로 자녀에게 메일을 보내고, 문자를 날린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자녀의 구직활동에 뛰어드는 부모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녀 수가 줄고, 대다수 부모들이 고학력이어서 스스로 자녀의 일에 참견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상대적으로 부유해진 것 등이 맞물리면서 헬리콥터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부모의 지나친 간섭은 자녀의 독립적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많다. 자식을 위하려는 과잉보호적 행동이 오히려 피터팬 신드롬이나 캥거루족을 키운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