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제나라에는 우산(牛山)이라는 민둥산이 있었다. 우산은 본디 크고 울창한 나무로 뒤덮인 산이었으나, 대도시의 근교에 위치해 많은 사람들이 건축 자재와 땔감을 구하기 위해서 벌채를 일삼았다. 그러니 어찌 그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었겠는가? 우산은 그런 역경을 스스로 딛고 일어서 인간에 맞서려 했으나 목동이 소와 양에게 꼴을 먹이니 큰 나무와 풀들이 자라지 못하는 땅이 돼 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이 우산이 원래 민둥산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원래 모습은 푸르른 산이었던 것이다.
[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93> 우산(牛山)이 황폐해진 까닭은?
맹자는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맹자(孟子)가 사람의 본성이 본디 선하다는 것을 이야기할 때 우산지목(牛山之木)에 비유했다. 『맹자(孟子)』 고자장구(告子章句) 상(上)에서 언급된다. 이 장에서 ‘사람의 본성은 선한 것도, 선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라는 고자(告子)의 말에 대해 본성은 선하다는 맹자(孟子)의 주장이 설파되고 있다. 맹자는 또한 이 장에서 “사람들은 집에서 기르던 개나 닭을 잃어버리면 그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마음(본성)을 잃어버리면 다시 찾아야 한다는 것은 모르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우산의 나무가 사라진 원인을 선한 인간의 본성이 사라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은 왜 ?

한편 경제학에서는 같은 문제를 이기적 인간의 본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우산지목 고사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공유지 또는 공유자원의 비극에 관한 문제로 볼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공유지(公有地)란 국가나 공공단체가 소유하는 땅을 말하고 공유지(共有地)는 두 사람 이상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땅을 말한다. 공유지의 비극은 공소유권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은 공유지(共有地)의 자원이 과도하게 사용되거나 낭비되는 현상을 말한다. 공유지를 넓은 의미에서 공유자원으로 해석해서 공유자원의 비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의 미생물학자 G. Hardin은 1968년 사이언스지에 “The Tragedy of the Commons”라는 논문을 발표했고, 여기서 공유지의 비극이란 단어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주인이 없는 공유 목초지라면 누구나 소를 방목할 수 있다. 문제는 목초지에 풀이 무한정 자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소가 풀을 뜯어 먹을 경우 목초지는 급격히 황폐해질 것이다. 이것은 다른 송아지의 발육을 저해하는 피해를 주지만 목동은 자신이 기르는 소의 발육만 생각할 뿐이다. 목동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게 다른 소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의식하면서 소를 기르지는 않는다.

이처럼 어떤 경제주체의 의도하지 않은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손해나 혜택을 줄 경우 외부성(externalities) 또는 외부효과(external effect)가 있다고 말한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외부성 또는 외부효과란 시장의 효율적 작동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어떤 시장 참여자의 경제적 행위가 사람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이나 피해를 가져다주지만, 아무런 대가를 주고받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혜택이나 피해를 서로 주고받았음에도 대가가 오가지 않았다는 것은 서로의 행위에 대한 가격이 책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때 다른 사람에게 혜택을 가져다주는 경우 긍정적 외부성(외부경제, 양의 외부성)이 발생했다고 하며, 피해를 가져다주는 경우 부정적 외부성(외부불경제, 음의 외부성)이 발생했다고 한다.

소유권이 명확했다면…

우리 집에서 밝힌 외등이 어두운 골목길을 비추게 되면 골목길을 다니는 사람들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밤길을 갈 수 있다. 소음과 악취를 뿜어내는 화학공장이 있다면 공장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많은 피해를 보게 된다. 전자의 경우 의도하지 않은 혜택(긍정적 외부성)을, 후자의 경우 피해(부정적 외부성)를 유발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양자 모두 대가를 주고받지 않은 외부성이다. 따라서 우산의 사례에서 목동의 ‘꼴 먹이기’는 산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에게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끼친 부정적 외부성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외부성이 발생하면 사회적 최적 수준보다 과다·과소 생산 및 소비되기 때문에 긍정적, 부정적 외부성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근거가 된다. 그런데 본질적인 문제는 외부성에 대한 가격이 시장에서 책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외부성을 유발하는 행위에 정당한 가격이 책정되고 시장에서 그 외부성을 거래할 수 있었다면 우산은 황폐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때 가격 책정의 근본은 소유권에 있다. 만약 우산의 주인이 있었다면 주인은 나무꾼과 목동에게 적당한 입장료를 받았을 것이고 우산이 황폐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남획으로 신음하는 바다와 환경오염에 찌든 대기 등 우산지목과 유사한 사례는 많다. 이러한 공유자원의 비극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만약 공유자원의 소유권이 명확히 명시돼 있다면 주인은 자신의 공유자원이 남용되도록 보고만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93> 우산(牛山)이 황폐해진 까닭은?
이기적 본성을 가진 인간


같은 현상의 원인 분석에 대해 맹자와 경제학은 출발점이 달랐다. 맹자는 사람의 본성이 본디 선하며 이를 두고 우산의 태고적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산이 황폐화되는 것은 사람이 세상 풍파를 겪으면서 황폐화된 것에 비유했다. 반면 경제학은 인간은 태생적으로 이기적이며, 자신만을 위한다고 가정한다. 산이 황폐화되는 것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자신의 만족을 위해 행동한 결과이며, 이때 발생한 부정적 외부성의 결과물이다. 원인이 다르니 해결책도 다른데, 맹자는 선한 본성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한 반면에 경제학은 소유권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나머지는 이기적 본성이 스스로 조화롭게 타협하도록 놓아두는 것이다.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연구원 econcha@kdi.re.kr

이승규 비즈니스 디자이너· 미학자 indigovalley@gmail.com


경제 용어 풀이

▨ 외부성(externality)

외부성 또는 외부효과란 시장의 효율적 작동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어떤 시장 참여자의 경제적 행위가 사람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이나 피해를 가져다 주지만, 아무런 대가를 주고받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혜택이나 피해를 서로 주고받았음에도 대가가 오가지 않았다는 것은 서로의 행위에 대한 가격이 책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때 다른 사람에게 혜택을 가져다주는 경우 긍정적 외부성(외부경제, 양의 외부성)이 발생했다고 하며, 피해를 가져다주는 경우 부정적 외부성(외부불경제, 음의 외부성)이 발생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