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의 75%를 세금으로 내느니 차라리…"

“국가가 소득의 75%를 세금으로 내라고 하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①기꺼이 낸다 ②차라리 일을 안한다 ③소송을 낸다 ④국적을 바꾼다.

최근 눈 하나 깜짝 안하고 ④를 선택한 화제의 인물이 있다. 프랑스의 국민배우인 제라르 드파르디외(64)다. 외신들은 이런 그의 행동을 ‘세금망명’이라고 부른다.

그는 지난 5일 조국 프랑스를 버리고 러시아 여권을 받았다. 국내외 언론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여권을 받는 그의 사진을 크게 보도했다. “프랑스야, 보아라!”라는 듯 그는 러시아 소치에서 신년휴가를 즐기고 있는 푸틴을 만나 포옹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러시아 국영방송에선 두 사람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드파르디외가 ④번을 선택한 이유는 소득세율이 너무 높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프랑스 좌파정권인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집권 뒤 100만유로(약 14억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최고 75%까지 소득세를 걷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랑드는 복지정책에 쓸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부자증세를 추진해 왔다.

이런 세금정책에 반기를 든 사람은 더 있다. 프랑스 최고의 기업인 루이뷔통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벨기에 망명을 추진했다. 또 다른 영화배우 크리스티앙 클라비에르는 영국행을 선언했다.드파르디외도 아르노 회장처럼 벨기에로 가려다 “단순히 무거운 세금을 피하기 위한 망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벨기에 정부의 입장 때문에 러시아로 갔다.

이들은 국가가 부자들을 죄악시하며 세금으로 소득을 강탈해가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개인의 성과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긴커녕 중과세라는 벌칙을 주는 것은 노동의욕을 꺾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기업인들도 불만이 많다. 프랑스에서 기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냐는 것. 조만간 기업을 해외로 이전하는 일도 생길 것이라고 경고한다. 결국 반대자들은 “이런 정도의 세금이라면 조폭이 거둬가는 자릿세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올랑드 정부를 맹비난한다.

드파르디외 등의 세금망명은 프랑스 내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프랑스 좌파정부의 세금폭탄으로 경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 반면 일각에선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올랑드 정부가 중과세 정책을 추진하는 한 제2, 제3의 드파르디외는 계속 나올 전망이다. 세금이 애국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는 부자들과 부자들에겐 세금을 더 물려야 한다는 올랑드 정부 중 어느 쪽이 이길까. 이번 세금 망명 사건은 좌파정책에 대해 반기를 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