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단말기 보조금 규제 괜찮을까요
"규제 안하면 가계 통신비 부담만 가중"


"법적 근거 없을 뿐아니라 효과도 없어"

새로운 스마트폰이 계속 출시되면서 통신사들의 고객 잡기도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 포화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통신사들이 고객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은 신형 스마트폰을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공급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소위 보조금이다. 대당 100만원 안팎인 최신 스마트폰 가격이 가끔 10만원대까지 떨어지고 출시한 지 몇 개월 지난 폰이 소위 ‘버스폰’을 거쳐 ‘공짜폰’으로 풀리는 이유가 보조금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6월 말 출시된 삼성의 갤럭시S3다. 출시가가 100만원 안팎인 이 폰은 출시된 지 두 달여 만에 단말기값이 17만원까지 떨어졌다. 그 영향으로 지난 9월11에는 하루에 무려 15만대가량이 개통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9월10일과 11일의 이동통신시장 번호이동 건수는 각각 6만7972건, 14만9843건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과열로 보는 하루평균 2만400건을 훌쩍 넘어섰다. 결국 방통위는 보조금 과열 경쟁을 막는다며 통신사들에 경고를 보낸 데 이어 실태조사에 착수하면서 소위 ‘갤럭시 대란’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보조금이 없어져 다시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보조금 규제를 하게 되면 최신 폰을 바꾸지 못한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게 된다는 것이다. 단말기 보조금 규제를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찬성

국회에는 현재 단말기 보조금을 규제하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과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보조금이 결과적으로 이동전화 과소비를 유발해 가계의 통신비 부담을 늘린다는 입장이다. 보조금을 규제하면 휴대폰 제조사 간 가격 경쟁이 유발돼 결과적으로 스마트폰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무분별한 스마트폰 교체를 막아 통신 과소비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간 6조원에 달하는 통신업계의 마케팅 비용을 줄여 통신비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도 보조금 금지 내지 규제를 추진하는 논리로 인용되고 있다.

방통위 역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보조금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방통위의 현재 보조금 규제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 차별금지 조항을 근거로 시행되고 있다. 방통위는 27만원이 넘는 보조금은 이용자를 차별하는 것으로 간주해 필요할 경우 통신사들에 경고를 하거나 시장조사를 벌여 과다 보조금 지급을 규제하고 있다.

보조금이 소비자보다는 통신사와 제조사들 배만 불린다는 측면에서 규제를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다.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통해 단말기 가격을 파격적으로 깎아준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높은 통신요금제를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들이 할인해준 것처럼 보이는 단말기 가격이 결국은 소비자들이 매달 내는 통신비에 나눠서 부과되기 때문에 소비자만 ‘봉’이 된다는 측면에서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

보조금 규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과거 법에서 직접 보조금을 금지했던 2003~2008년 기간에도 통신사들은 여전히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법적 규제가 만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단말기 보조금을 규제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점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이유 중 하나다. 정진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전파연구실 연구위원은 “보조금의 과다 지급에 대해서는 많은 나라들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지만 핀란드를 제외하고 보조금을 직접 규제하는 국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신 해외에서는 휴대폰 유통 구조나 요금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보조금 과다 지급의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방통위의 보조금 규제가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은 방통위가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이용자이익저해행위 금지조항’과 동법 시행령 제42조의 ‘부당한 이용자차별조항’을 적용해 단말기 보조금 경쟁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는 직접 보조금 규제의 근거 조항이 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방통위가 전기통신사업법 35조를 보조금 규제의 근거로 삼는 데 대해서도 “이 조항은 판매촉진비를 규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방통위가 정한 상한을 초과할 경우 판매촉진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강제 규정이 아닐 뿐더러 처벌규정도 없다”고 강조했다.

방통위의 보조금 규제가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규제 시기에 대해 소비자들은 전혀 알 수 없어 같은 스마트폰을 누구는 17만원에 사고 누구는 100만원 가까이 주고 사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게 한다는 것이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단말기 보조금 규제 괜찮을까요
생각하기


이유가 무엇이든 현재 방통위의 스마트폰 보조금 정책은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방통위가 필요할 때 규제를 하다 보니 형평성 시비가 일어나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방통위는 보조금이 27만원이 넘으면 규제를 한다고 하지만 아이폰5의 경우는 국내 판매가 시작되기 전부터 아예 보조금 지급을 단속하고 나섰다. 갤럭시S3가 17만원에 충분한 물량을 판 뒤에야 뒤늦게 보조금 단속을 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렇다 보니 아이폰5에는 보조금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보조금 규제가 없었던 갤럭시에 비해 판매가 부진한 건 당연한 결과다. 이런 불투명한 행정 때문에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아이폰5 견제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보조금 지급을 허용하든 금지하든, 현 요금체제하에서는 어떤 경우도 통신사와 제조사는 이익을 챙기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부담하는 식이라는 데 있다. 지난 9월 참여연대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법원이 “현 통신 요금제는 자유경쟁시장 원리에 따라 형성되기 어렵다”고 지적한 내용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방통위의 요금 인가제를 포함한 스마트폰 요금제와 통신시장 전체의 경쟁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