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 기주 남쪽과 하양 북쪽에 태항산과 왕옥산이라는 둘레가 280㎞가 되는 거대한 산이 있었다. 이 산 뒤에 살고 있던 우공(愚公)은 아흔이 얼마 안 남은 노인이다. 그는 남쪽으로 내려가는데 빙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덜고자 가족에게 산을 옮겨보자는 제안을 했다. 이때 우공의 아내는 “늙은 당신 힘으로는 작은 언덕도 허물 수 없을 텐데, 그런 큰 산을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그리고 그 흙과 돌을 어디에 치우죠?”라고 반대했다. 반면에 다른 가족들은 “발해 구석에 버리고 오면 되지요.”라고 우공 편을 들었다.
용기를 얻어 우공과 아들, 손자는 산을 허물기 시작했다. 그러나 발해까지 흙과 돌 한 무더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우공의 친구 지수는 이런 광경을 보고 “이 어리석은 사람아. 자네 힘으로는 곧 풀 한 포기도 제대로 뜯지 못할 터인데 저 산을 어떻게 할 작정인가?”라며 단호하게 말렸다. 이에 우공은 “내가 죽더라도 자식이 있지 않은가. 그 자식에 손자가 또 생기고 그 손자에 또 자식이 생기지 않겠는가. 이렇게 사람은 자자손손 대를 이어 한이 없지만 산은 불어나는 일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 언젠가는 평평해질 날이 있지 않겠나?”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산을 옮기려는 노인
『열자(列子)』탕문편(湯問篇)에 기원하는 이 우공이산(愚公移山) 일화는 우공(愚公)이라는 노인이 산(山)을 옮긴다(移)는 표면적인 해석 이외에 마음먹은 일을 지속적으로 하면 그 목적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런 이유로 우공은 우직한 노인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우공의 노력과 결과를 경제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경제학에서는 반드시 구분해야 하는 두 변수가 있으니 그것이 유량(流量, flow)과 저량(貯量, stock)이다. 매우 중요하고 반드시 구분해서 사용해야 함에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유량이란 일정 기간, 즉 시간 단위당 정의되는 측정지표이며, 저량이란 일정 시점에서 정의되는 측정지표다.
이해를 위해 유량과 저량의 비교에서 늘 등장하는 것이 욕조와 물을 예로 들어보자. 일정 시간 동안 수도꼭지를 통해 욕조로 흘러 들어오는 물의 양을 측정한다면 이것은 유량이 되고, 일정 시간이 흐른 후 특정 시점에서 욕조에 담긴 물의 총량을 측정하면 저량이 된다. 욕조에 채워진 물의 양인 저량변수는 시간당 흘러들어오는 물의 양인 유량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유량변수가 저량변수의 값을 결정하는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것이다. 물이 1시간에 2ℓ(리터)씩 욕조로 흘러들어온다면 욕조의 수량인 저량은 시간당 2ℓ의 비율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경우 유량은 저량의 변화율이 된다. 다시 말해 유량이 쌓이면서 저량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두 변수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
유량과 저량의 경제학
대표적인 유량변수는 투자지출이다. 우리나라 GDP를 지출 측면에서 살펴보면 가계지출과 정부지출, 투자지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GDP란 ‘일정기간 동안’ 측정하는 변수이기 때문에 유량변수이며, 그것의 구성요소인 투자지출도 유량변수다. 1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가 실물 자본재에 지출한 총액이 투자지출(국민계정상 총고정자본형성)이고 이것이 매년 쌓여 한 나라 생산을 좌우하는 자본량을 결정한다. 따라서 자본이란 일정 시점에서 측정한 한 나라의 자본재 총량으로 저량이라고 할 수 있다.
소득과 소비, 저축도 일정 기간 측정하는 유량변수이다. 소득에서 소비를 뺀 값이 저축인데, 유량인 저축이 양(+)인 경우 이것이 쌓여서 일정 시점에 측정해 보면 커다란 저량의 부(wealth)나 자산(asset)이 되어 있을 것이다. 반대로 소득에서 소비를 뺀 저축이 음(-)일 수도 있는데, 이것이 쌓여 일정 시점에서 측정해보면 커다란 저량의 부채(debt)가 되어 남은 인생을 괴롭게 만들 것이다.
우공이산, 유량, 저량의 이야기는 애플의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이야기한, “Stay hungry, Stay foolish(갈망하고, 우직하라).”를 떠오르게 한다. 또한, 미국의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이 제시한 ‘1만 시간의 법칙: 최소 1만 시간(약 10년 이상)을 투자해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논리’도 지속성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다.
진인사대천명의 해피 엔딩
그러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과 같이 꾸준히 일을 하더라도 성공은 반드시 보장되지 않는다는 측면을 보여주는 숙어도 있다. 말콤 글래드웰은 하늘의 뜻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불확실성을 행운(Lucky Break)으로 얘기했다. 그는 이 행운을 놓치지 않고 잡는 것을 ‘1만 시간의 법칙’과 함께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꼽았다.
그렇다면 보잘 것 없는 유량이지만 부지런히 흙을 나르려던 우공의 노력은 어떻게 끝이 났을까? 통상적인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우공의 무한도전은 허무하게도 결국 옥황상제의 한 방에 의해 끝이 난다. 태항산과 왕옥산에 깃들어 있는 산신령이 우공의 이야기를 듣자 자기가 머물고 있는 산을 허무는 인간의 노력이 끝없이 계속될까 겁이 났던 것이다. 이에 산신령이 옥황상제에게 우공을 말려 주도록 민원을 넣었다. 그런데 웬걸? 옥황상제는 우공의 정성에 감동하여 힘이 세기로 유명한 과아씨의 아들을 시켜 두 산을 한번에 들어 옮겨 버렸다. 하나는 삭동에 두고 하나는 옹남으로 말이다.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연구원 econcha@kdi.re.kr>
이승규 <비즈니스 디자이너 겸 미학자 indigovalley@gmail.com>
경제 용어 풀이
▨ 유량(流量, flow)
일정 기간, 즉 시간 단위당 정의되는 측정 지표로 소득, 소비, 저축, 투자, 수요, 공급, GDP 등이 여기에 속한다.
▨ 저량(貯量, stock)
일정 시점에서 정의되는 측정지표로 자산, 부, 부채, 자본이 여기에 속한다. 많은 경우 저량의 변화율이 유량이다.
용기를 얻어 우공과 아들, 손자는 산을 허물기 시작했다. 그러나 발해까지 흙과 돌 한 무더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우공의 친구 지수는 이런 광경을 보고 “이 어리석은 사람아. 자네 힘으로는 곧 풀 한 포기도 제대로 뜯지 못할 터인데 저 산을 어떻게 할 작정인가?”라며 단호하게 말렸다. 이에 우공은 “내가 죽더라도 자식이 있지 않은가. 그 자식에 손자가 또 생기고 그 손자에 또 자식이 생기지 않겠는가. 이렇게 사람은 자자손손 대를 이어 한이 없지만 산은 불어나는 일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 언젠가는 평평해질 날이 있지 않겠나?”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산을 옮기려는 노인
『열자(列子)』탕문편(湯問篇)에 기원하는 이 우공이산(愚公移山) 일화는 우공(愚公)이라는 노인이 산(山)을 옮긴다(移)는 표면적인 해석 이외에 마음먹은 일을 지속적으로 하면 그 목적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런 이유로 우공은 우직한 노인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우공의 노력과 결과를 경제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경제학에서는 반드시 구분해야 하는 두 변수가 있으니 그것이 유량(流量, flow)과 저량(貯量, stock)이다. 매우 중요하고 반드시 구분해서 사용해야 함에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유량이란 일정 기간, 즉 시간 단위당 정의되는 측정지표이며, 저량이란 일정 시점에서 정의되는 측정지표다.
이해를 위해 유량과 저량의 비교에서 늘 등장하는 것이 욕조와 물을 예로 들어보자. 일정 시간 동안 수도꼭지를 통해 욕조로 흘러 들어오는 물의 양을 측정한다면 이것은 유량이 되고, 일정 시간이 흐른 후 특정 시점에서 욕조에 담긴 물의 총량을 측정하면 저량이 된다. 욕조에 채워진 물의 양인 저량변수는 시간당 흘러들어오는 물의 양인 유량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유량변수가 저량변수의 값을 결정하는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것이다. 물이 1시간에 2ℓ(리터)씩 욕조로 흘러들어온다면 욕조의 수량인 저량은 시간당 2ℓ의 비율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경우 유량은 저량의 변화율이 된다. 다시 말해 유량이 쌓이면서 저량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두 변수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
유량과 저량의 경제학
대표적인 유량변수는 투자지출이다. 우리나라 GDP를 지출 측면에서 살펴보면 가계지출과 정부지출, 투자지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GDP란 ‘일정기간 동안’ 측정하는 변수이기 때문에 유량변수이며, 그것의 구성요소인 투자지출도 유량변수다. 1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가 실물 자본재에 지출한 총액이 투자지출(국민계정상 총고정자본형성)이고 이것이 매년 쌓여 한 나라 생산을 좌우하는 자본량을 결정한다. 따라서 자본이란 일정 시점에서 측정한 한 나라의 자본재 총량으로 저량이라고 할 수 있다.
소득과 소비, 저축도 일정 기간 측정하는 유량변수이다. 소득에서 소비를 뺀 값이 저축인데, 유량인 저축이 양(+)인 경우 이것이 쌓여서 일정 시점에 측정해 보면 커다란 저량의 부(wealth)나 자산(asset)이 되어 있을 것이다. 반대로 소득에서 소비를 뺀 저축이 음(-)일 수도 있는데, 이것이 쌓여 일정 시점에서 측정해보면 커다란 저량의 부채(debt)가 되어 남은 인생을 괴롭게 만들 것이다.
우공이산, 유량, 저량의 이야기는 애플의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이야기한, “Stay hungry, Stay foolish(갈망하고, 우직하라).”를 떠오르게 한다. 또한, 미국의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이 제시한 ‘1만 시간의 법칙: 최소 1만 시간(약 10년 이상)을 투자해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논리’도 지속성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다.
진인사대천명의 해피 엔딩
그러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과 같이 꾸준히 일을 하더라도 성공은 반드시 보장되지 않는다는 측면을 보여주는 숙어도 있다. 말콤 글래드웰은 하늘의 뜻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불확실성을 행운(Lucky Break)으로 얘기했다. 그는 이 행운을 놓치지 않고 잡는 것을 ‘1만 시간의 법칙’과 함께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꼽았다.
그렇다면 보잘 것 없는 유량이지만 부지런히 흙을 나르려던 우공의 노력은 어떻게 끝이 났을까? 통상적인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우공의 무한도전은 허무하게도 결국 옥황상제의 한 방에 의해 끝이 난다. 태항산과 왕옥산에 깃들어 있는 산신령이 우공의 이야기를 듣자 자기가 머물고 있는 산을 허무는 인간의 노력이 끝없이 계속될까 겁이 났던 것이다. 이에 산신령이 옥황상제에게 우공을 말려 주도록 민원을 넣었다. 그런데 웬걸? 옥황상제는 우공의 정성에 감동하여 힘이 세기로 유명한 과아씨의 아들을 시켜 두 산을 한번에 들어 옮겨 버렸다. 하나는 삭동에 두고 하나는 옹남으로 말이다.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연구원 econcha@kdi.re.kr>
이승규 <비즈니스 디자이너 겸 미학자 indigovalley@gmail.com>
경제 용어 풀이
▨ 유량(流量, flow)
일정 기간, 즉 시간 단위당 정의되는 측정 지표로 소득, 소비, 저축, 투자, 수요, 공급, GDP 등이 여기에 속한다.
▨ 저량(貯量, stock)
일정 시점에서 정의되는 측정지표로 자산, 부, 부채, 자본이 여기에 속한다. 많은 경우 저량의 변화율이 유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