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예뻐지고 싶은 건 본능…'얼짱 사회' 마냥 좋을까?
우리나라는 이른바 ‘성형미인’이 넘쳐나는 나라다. ‘손볼 곳’ 없을 것 같은 연예인들도 TV에 나와서 거리낌없이 자신의 성형 얘기를 늘어놓는다. 성형이 고등학교 졸업선물이 된 지도 오래다. 조금이라도 예뻐지고 싶은 인간의 본능을 탓할 수만은 없지만 한국 사회에서 외모에 대한 집착이 거의 병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성형 찬성론자들은 ‘외모는 바로 자신감’이라고 강조한다. 본인 스스로 만족스런 외모는 업무는 물론 대인관계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의 연봉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지나침은 적당함만 못한 것이 세상의 이치다. 개성이 말살된 ‘싱크로나이즈드형 미인’이 넘쳐나는 사회가 바람직한지는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 여자는 무인도서도 화장?


“세계적인 성형 수술 수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미국 CNN이 한국의 성형 수술 열풍을 다루면서 붙인 제목이다. 물론 수도는 서울이다. CNN은 서울을 ‘성형의 메카’라고도 소개했다. 외국인들이 성형을 받으러 서울로 몰려드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영국 BBC는 한국의 성형 열풍을 심하게 비꼬아 네티즌들로부터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 한국의 성형 열풍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무엇보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으로 접근하면 답이 쉬워진다. ‘여자는 무인도에서도 화장을 한다’는 말처럼 남에게 좀더 매력적으로 보일려는 것은 남녀노소 모두의 본능이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서 이런 잠재해 있던 욕구가 분출되기 시작한 셈이다. 주변 환경을 모두 인공적으로 바꿔온 인간이 이제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미지에 투자한다는, 다소 철학적인 ‘심미주의’ 논리로 접근하는 시각도 있다.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말은 귀에 익은 지 오래다.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연봉이 5~10% 많다는 예일대의 연구 결과는 외모가 실질적으로 사회나 직장에서 경쟁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잘생긴 사람은 실력보다 더 자신감이 있어보인다”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한국 속담은 외모와 경쟁력의 방정식을 잘 설명한다. 취업난으로 고민하는 청년들이 성형외과로 몰리는 것 역시 이를 입증한다. 미(美)에 대한 본능적 욕구 분출에 ‘외모=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성형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잠재 고객에'신호보내기'

경제학적으로 보면 성형은 일종의 ‘신호보내기’다.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주변에 ‘업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은 욕구의 분출이 성형인 셈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선 각 경제주체들이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갖고 있어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합리적 선택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선 경제주체에 따라 선택에 필요한 정보의 양에 차이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제주체들은 이 같은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신호보내기(signaling)’다. 신호보내기는 정보가 있는 쪽이 정보가 없는 상대방에게 사적 정보를 보내는 행위다. 쉽게 말해 성형은 ‘외모’라는 자신의 정보를 잠재고객(고용주·지인 등)에게 보내 스스로를 더 어필하려는 행위인 것이다. 상대방이 성형 여부를 알아내는 행위는 경제용어로 ‘골라내기(screening)’다.

성형 열풍이 왜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거센지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신드롬으로 불리는 한국인 특유의 ‘따라하기’를 이유로 꼽는 전문가도 많다. 한국인은 뭔가 유행하면 너도나도 그것을 따라가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부동산투자, 주식투자, 조기유학, 이민, 로또 등의 열기가 한때 뜨거웠던 점도 이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이런 집단적 쏠림 현상은 사회발전의 에너지가 되지만 때론 분열을 증폭시킨다. 한국 사회가 기형적 외모지상주의로 흐른다는 우려도 있다. 대중 매체가 ‘얼짱’ ‘몸짱’ 신드롬을 조장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지나치게 외모에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개성을 죽이는'성형미인들'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요즘 TV를 보면서 흔히 하는 말이다. 오똑한 콧날, 짙은 쌍꺼풀…. 마치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을 보듯 요즘 연예인들은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저럴려면 왜 성형을 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많다. 비포(before)가 훨씬 좋았는데…. 굳이 외모지상주의라는 표현까진 쓰지 않더라도 우리사회에서 외모에 대한 집착이 좀 과하다는 분석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한때 가수의 꿈을 키울 만큼의 미모를 가졌던 50대 여성이 수차례의 불법 성형시술을 받으면서 얼굴이 선풍기처럼 부풀어 올라 ‘선풍기 아줌마’가 된 것은 과도한 외모집착이 낳은 부작용의 상징이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것은 분명 인간의 기본적 욕구다.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성형미인이 넘쳐나는 사회가 과연 건강할까.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부모로부터 받은 신체를 잘 보존하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공자의 말씀이 다소 시대착오적일지 몰라도 ‘개성이 사라진 얼굴’이 이 시대 미의 기준은 아닐 것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기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사람들이 성형에 집착하는 이유를 심리·사회학적 요인으로 풀어 논의해보자. 우리나라에 성형미인이 넘쳐나는 것이 사회적인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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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어떻길래…

[Cover Story] 예뻐지고 싶은 건 본능…'얼짱 사회' 마냥 좋을까?
역사적으로 미모의 상징은 ‘클레오파트라의 코’(Cleopatra’s nose)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물리학자, 수학자, 신학자인 블레즈 파스칼(1623~1662)이 한 말이다. “나로서는 무엇인지 모르는 것 그 하찮은 것이 모든 땅덩어리를, 황후들을, 모든 군대를, 온 세계를 흔들어 움직이는 것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코, 그것이 조금만 낮았더라면 지구의 모든 표면은 변했을 것이다”라는 것이 정확한 말이고 흔히 인용되는 ‘1㎝만 낮았으면’이라는 표현은 사실과는 다르다.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 7세(BC 69~BC 30)는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인의 대명사로 일컬어진다. 실제로 그녀의 매력은 고혹적인 미모가 아니라 발랄한 재치와 뛰어난 지성에서 뿜어나온다는 얘기도 있지만 세계사의 판도를 바꿀 정도로 매력의 소유자임은 분명한 듯하다. 그의 코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당시 주화의 부조를 살펴보면 코가 상당히 크게 새겨져 있다.

당시 이집트는 로마의 보호령이었고 클레오파트라는 로마의 실세를 조종해 지중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망이 강했다. 먼저 동생과의 내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욱일승천하던 로마의 실세 카이사르를 유혹해 이집트에서 권력을 다졌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에는 그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옥타비아누스와 경쟁을 벌이던 안토니우스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BC 30년 악티움 해전에서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연합군은 옥타비아누스에게 패했고, 궁지에 몰린 클레오파트라는 옥타비아누스도 유혹해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그는 여왕의 성장을 하고 코브라를 풀어놓은 채 황금침대 위에서 자살했다. 로마의 역사가 디오 카시우스는 “그는 당대에 가장 위대한 두 명의 로마인을 사로잡았지만 세 번째 사람 때문에 파멸했다”고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