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북한, 장거리 로켓발사 카운트다운…또 무슨 속셈?
북한이 또다시 장거리 로켓 발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북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1일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높이 받들고 우리나라에서 자체의 힘과 기술로 제작한 실용위성을 쏘아 올리게 된다”며 10일부터 22일 사이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남쪽으로 발사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4월13일 김일성 주석의 100번째 생일(4월15일)을 기념해 ‘은하3호’를 쏘아올린 지 불과 8개월 만에 또다시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을 밝힘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전보다 빠른 준비… 발사 강행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정황이 한국과 미국에 포착된 것은 지난달 초. 한·미 정보당국은 정찰위성 등을 통해 동창리 기지 일대에서 인력과 차량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과 함께 로켓 발사대를 보수공사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유엔총회 등 국제무대에서 잇따라 ‘평화적 우주 이용 권리’를 강조하고 나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왔다.

1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공식발표한 뒤 북한은 빠르게 발사준비를 진행했다. 3단으로 이뤄진 북한의 장거리 로켓은 2일 1단을, 4일 2단을 각각 발사대에 장착했다. 5일에는 3단까지 모두 발사대에 장착한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레이더, 계측장비 설치 등의 작업과 연료주입을 거쳐 이르면 10~12일 장거리 로켓이 발사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관측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 강화…내부 결집 목적

북한이 이번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외교적 실익은 거의 없다. 지난달 초순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곧 출범할 오바마 2기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외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북한이 발사를 강행할 경우 미국은 대북 강경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중국 역시 시진핑 체제가 들어서자마자 북한이 장거리 로켓 카드를 꺼내들면서 외교적으로 곤란한 처지가 됐다. 한국의 대선 주자들 역시 남북관계 개선, 북한과의 대화를 한목소리로 강조했지만 북한이 발사를 강행하면 이를 추진할 수 없게 된다. 지난 4월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지 3일 만에 단호한 내용의 의장성명을 내놓았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역시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바람이 강한 겨울의 계절적 조건 역시 장거리 로켓 발사에 적합지 않다.

그럼에도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하는 데 대해 북한 내부를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오는 17일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지 1년을 맞게 된다. 북한은 발사 계획을 공식 발표하면서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강조했다. 김정일의 기일에 맞춰 그의 유훈으로 강조해온 ‘인공위성’을 발사함으로써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고 김정은 정권의 지지기반을 다지려는 목적인 셈이다.

북한의 새 지도자로 나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업적쌓기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은 지난 4월 15일 첫 대중연설에서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북한의 경제사정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최근 군부 인사에 대해서도 대폭 물갈이를 하면서 사기가 떨어진 군부를 달랠 필요성도 커졌다. 결국 인민들에게 김정은 시대의 변화상을 보여주고 군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한방’으로 장거리 로켓 카드를 빼내든 셈이다.

#한반도 정세 요동

정부는 북한이 발사 계획을 철회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집중하면서 발사 이후의 대비책을 조심스레 검토하고 있다. 북한의 발사계획 공식발표를 전후해 중국·미국의 한반도 담당 외교채널과 연쇄접촉하는 동시에 해상·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한 대북 제재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발사를 강행할 경우)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제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각국이 갖고 있다”고 말해 강도 높은 제재안을 내놓을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오는 19일 열리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차기 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북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움직임에 표심이 오갈 정도로 우리 국민의 의식이 낮지 않다”며 큰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북한이 지금까지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입한 비용은 총 28억~32억달러(한화 3조268억~3조4592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옥수수 933만~1066만t을 구입할 수 있는 비용으로, 북한 주민 전체의 3년치 식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권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치고는 그 비용이 너무도 큰 셈이다. 이 같은 김정은의 ‘도박’이 성공할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눈길이 한반도에 쏠리고 있다.

조수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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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은 한국 나로호와 다르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에 대해 ‘인공위성 발사용 로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올리기 위해 내년 초 나로호 3차 발사를 계획 중이다. 북한으로서는 “남한의 나로호는 되고, 북한의 은하 3호는 왜 안 되느냐”고 항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로켓발사에 우려를 표명하며 발사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것은 사실상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인공위성 발사체와 장거리 미사일은 같은 기술이 적용된다. 로켓에 탄두를 결합하면 탄도미사일, 위성을 탑재하면 우주발사체가 된다. 연료는 다르다. 북한 미사일은 하이드라진이라는 연료를 쓴다. 산화제로는 사산화이질소를 사용한다. 이 물질들은 상온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미사일로 전용하는 것이 훨씬 쉽다. 반면 한국의 나로호는 액체 케로신을 쓰고 산화제로는 비등점이 영하 185도의 극저온 액체산소를 쓴다. 이 때문에 군사용 전환이 어렵다. 오로지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기 위한 것이 나로호다.

그렇지만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끊임없이 ‘평화적 우주 개발·이용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에도 인공위성 발사라고 강변하는 이유다.

북한의 주장이 무엇이든 탄도미사일 기술을 위한 발사행위 자체가 금지돼있다. 2009년 장거리 로켓 발사·제2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 결의 1874호를 통해 북한의 로켓 발사실험은 어떤 목적이든 명백한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