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 60년째 서열 1위…늙어가는 찰스 영국 왕세자

"조심스럽게 살지 않으면 제가 먼저 죽을 것"

영국 찰스 왕세자(65)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다. 환갑이 넘도록 왕이 되지 못한 채 60년째 왕위계승 서열 1위만 지키고 있는 ‘늙은 왕자’에 대한 입방아다. 그렇다고 대놓고 불운하다고 할 수도 없다. 어머니이자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87)가 아직도 건강하니 뭐라고 불평하기도 힘들다. 부모의 건강은 자식의 행복이 아니든가.

찰스 필립 아서 조지(Charles Philip Arthur George) 왕세자는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지는 모양이다. “당연히 인내심이 적지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조심스럽게 살지 않으면 제가 먼저 죽을 겁니다.” 찰스 왕세자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빨리 왕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다. 1952년 왕세자로 책봉될 때만해도 이렇게 오래 가리라고는 상상조차 안 했을지 모른다. 자신이 빅토리아 여왕의 아들 에드워드 7세(재위 1901~1910)의 왕세자 최장기록(59년2개월13일)을 깨게 되리라는 것을.

영국 내 전망은 찰스의 걱정이 사실이 될 수도 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100세를 넘길 만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가끔 공식석상에 등장하는 엘리자베스 여왕을 보면 죽음의 그림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여왕이 100세가 되면 늙은 왕세자는 할아버지(78세)가 된다. 이때라도 왕으로 즉위한다면 모를까, 남자의 건강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실제로 찰스는 며느리(미들턴)의 임신으로 손주를 볼 예정이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일각에서는 왕위를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세손에게 바로 줘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와 관련해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는 BBC에 출연, “서열을 넘어 왕위가 결정될 순 없습니다. 언론에서 거론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어요”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영국 국왕은 국가의 원수(Head of State)일 뿐 아니라 국민적 통합의 상징이다. 1215년 대헌장(Magna Carta) 이후 국왕의 권한이 의회로 넘어가 현재는 ‘군림하나 통치하지 않는 존재’가 되기는 했으나 그 존재감은 영국 자체다. 올리버 크롬웰(Oliver Cromwell·1599~1658년)이 이끄는 공화정 시기(1649~1660년)에 한 차례 중단된 것을 제외하고는 1000여년간 세습 원칙에 따라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는 자리 영국 국왕.

늙어가는 찰스 왕세자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그가 왕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영국 국민도 많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와의 이혼과 1997년 발생한 ‘다이애나의 죽음’ 때문이다. 찰스는 1984년 둘째 아들 헨리가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내연녀 카밀라 파커볼스와 불륜에 빠졌고 조강지처 다이애나를 내쳤다.

영국 국민 대다수는 이혼경력이 있으며 다이애나를 몰아낸 책임이 있는 카밀라 파커볼스를 왕비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절대 왕비가 되어선 안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찰스는 어쩌면 가장 쉬운 길로 가기만 하면 왕이 된다. 그것은 오래 사는 것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