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성형의 불편한 진실…예뻐지는 게 죄?
신체발부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사람의 신체와 터럭,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를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는 뜻이다. 흔히 쓰는 말대로 ‘공자님 말씀’이다. 공자가 2500년 뒤에 환생해 오늘날 대한민국을 둘러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황당할까, 아니면 먼 훗날을 꿰뚫어보지 못한 자신의 단견을 한탄할까. 재미있는 상상이다.

CNN 등 외신의 표현을 빌리면 한국은 ‘성형공화국’ ‘성형의 메카’다. 버스를 타든, 지하철을 타든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를 나란히 비교시키며 ‘고객’을 끌어모으는 성형유혹 광고가 즐비한 것을 보면 외신의 표현이 지나친 것만은 아닌 듯하다. 서울에 거주하는 20~30대 여성의 40% 가까이가 성형 경험이 있다니 얼추 젊은 여성 두 명 중 한 명은 ‘성형미인’이라고 봐도 별 무리는 없어 보인다. 물론 성형이 젊은 여성만의 전유물이었던 것은 옛날 얘기다. 성형외과와 비만클리닉이 ‘수능특수’를 누린 지도 오래다.

돈의 지출이든, 노동의 제공이든 경제학적으로 모든 비용에는 효용이 주어진다. 씀씀이를 줄이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성형에 지출하는 것 역시 그만큼의 효용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효용은 자신감이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은 스스로의 만족도를 높일 뿐더러 업무나 대인관계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예일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의 연봉은 평범한 외모의 사람보다 5~1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가 사실이라면 외모는 바로 업무 경쟁력이고 성형은 취업과 결혼의 스펙인 셈이다. ‘여자는 무인도에서도 화장을 한다’는 말이 있듯이 미(美)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형 열풍이 우리사회 특유의 ‘획일주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외모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개성을 몰살시킨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투기, 주식투자, 조기유학, 이민, 로또 등 시대별 열풍 역시 성형열기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한다. 대중이 하는 것을 따라하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심리가 한국 사회에 유독 강하다는 것이다. ‘선풍기 아줌마’가 상징하듯 무리한 성형수술의 부작용도 심각하다.

성형 자체엔 찬반이 갈리지만 대한민국은 부인할 수 없는 ‘성형공화국’이다. 중국 등 아시아에서 ‘외모 불만자’들이 성형을 위해 줄줄이 한국을 찾는 것을 보면 ‘성형의 메카’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성형은 급성장하는 비즈니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화(禍)가 따른다. 공자의 과유불급(過有不及)은 바로 이를 경계한 것이다. 4, 5면에서 우리나라 성형 열풍의 현상과 찬반논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