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이 최고경영이다] (상) 준법경영이 반기업정서 해법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 밖으로는 세계경제가 불안하고, 안으로는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와 포퓰리즘으로 반기업정서가 팽배하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이 같은 정치권 공세에 답답해하면서도 소모적인 다툼에 말려드는 대신 법과 원칙을 지키는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완수’에서 위기 타개책을 찾고 있다.

삼성은 담합을 ‘해사(害社) 행위’로 간주해 무관용으로 대처하고 있다. 담합하다가 적발되면 해당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묻는다. 지난해 냉장고와 노트북 가격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다시 적발되자 별다른 경각심 없이 이뤄지던 관행을 차제에 완전히 뿌리뽑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삼성은 또 계열사별로 준법 경영을 위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과 조직을 구축했다. 임직원의 윤리경영 실천 여부를 점검하고 독려하기 위해 영업이나 마케팅, 구매 등 각 분야에서 10년 이상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 별도 감사팀을 운영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윤리헌장을 제정하고 사이버감사실을 운영하고 있다. LG는 그룹 차원에서 20여명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정도경영TF를 출범시켜 준법 경영을 확산시키고 부정 행위를 근절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1999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윤리경영을 기업 최고가치로 내세운 곳은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의 윤리경영이란 경영활동 과정에서 만나는 이해관계자에 대해 지켜야 할 도리와 공동선을 위한 노력을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 이익이 되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었다. 기업윤리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2001년 윤리대상을 제정했다. 특히 이런 활동의 기록을 담은 윤리경영 백서를 2002년 내놓기도 했다. 신세계는 직원 개개인이 각종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피부로 느끼도록 했다.

SK텔레콤은 2002년 제정된 윤리규범을 통해 행동규범과 의사결정에 관한 지침을 구성원에 제공해 윤리 리스크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도 힘쓰고 있다. SK에너지는 이사회 내 전문위원회로서 사회공헌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GS칼텍스는 작년 11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을 진단하는 지표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윤리경영학회로부터 윤리경영대상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회적 책임강화도 윤리경영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삼성은 국민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선언을 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연초에 “삼성은 국민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며 어려운 이웃,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우리사회의 발전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소외 계층을 보살피는 사회공헌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공생발전 활동도 강화해 국가 경제와 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모범적인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구본무 LG 회장도 1995년 취임 때부터 줄곧 “정도경영을 통해 고객을 만족시키고 사회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세계 기업을 만들겠다”고 얘기해 왔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