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카톡의 진화…애니팡 거쳐 드래곤플라이트로
카카오톡의 진화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5년9개월 전 카카오가 설립되고 2년7개월 전 카카오톡이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카카오톡은 국민 모바일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단순 무료 메신저에서 이젠 게임, 전자책, 음원 등을 판매하는 디지털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 7월 시작한 게임 서비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카카오페이지가 뭐지?


카카오는 지난 2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를 공개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즐길 수 있는 만화, 동영상, 음악 등 모든 종류의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이다. 디지털 형태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콘텐츠를 판매하는 셈이다. 음원유통서비스 ‘멜론’, 동영상유통서비스 ‘호핀’, 교보문고의 전자책 서비스 등을 모두 카카오톡도 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제공하는 제작 툴(웹에디터)을 활용해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콘텐츠를 가공해 판매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콘텐츠 그대로 유통할 수 없고 카카오페이지 규격에 맞게 다시 바꿔야 한다. 카카오톡 내에서 서비스하지 않고 카카오톡과 연동된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서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는 내년 1분기에 카카오페이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카카오의 게임 외 다른 콘텐츠 사업 진출은 국민 게임 ‘애니팡’에서 얻은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나는 모바일 시대를 애니팡 이전과 이후로 구분한다”며 “애니팡 모델이 다른 디지털 콘텐츠 사업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내놓은 것이 카카오페이지”라고 설명했다. 애니팡의 폭발적인 성공으로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한 디지털 콘텐츠 유통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지에서는 유료 콘텐츠만 유통된다. 판매 수익의 30%는 애플이나 구글 등 모바일 운영체제(OS) 사업자가 가져가고 카카오는 일부 수수료를 챙긴다. 김 의장은 “기존 온라인에서 무료 콘텐츠가 쏟아지고 불법으로 유료 콘텐츠가 유통되면서 디지털 콘텐츠가 제값을 못 받고 있다”며 “판매 수익의 절반 정도를 콘텐츠 저작권자가 가져갈 수 있을 것이고 3년 내 수익을 내는 100만 파트너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애니팡이 살렸다

이 외에도 카카오는 이날 카카오톡 채팅창에서 바로 다른 앱을 연결시켜 지인들과 게임, 음악 등을 즐길 수 있는 ‘채팅플러스’와 SNS 카카오스토리에서 기업, 상품 등을 홍보·마케팅할 수 있는 ‘스토리플러스’도 공개했다. 이 두 서비스도 카카오톡이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지가 카카오의 강력한 캐시카우(확실한 수익창출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9월 카카오톡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7개월, 카카오를 설립한 지 5년9개월 만에 첫 월 단위 흑자를 기록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 17억9900만원을 올렸지만 152억59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자금 사정이 나쁜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카카오는 중국의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에서 720억원, 국내 게임업체 위메이드엔터테인트먼트에서 200억원 등 모두 920억원을 유치하는 등 아직 넉넉하다. 카카오는 유료 이모티콘, 선물하기 서비스, 기업 홍보 채널인 플러스친구 등을 통해 수익 모델을 하나둘 만들어갔다.

카카오톡이 최근 흑자로 돌아선 것은 카카오톡의 게임하기 서비스 때문이다. ‘애니팡’ ‘캔디팡’ ‘드래곤플라이트’ 등 1000만명 이상이 즐기는 카카오톡 게임이 성공하면서 돈을 본격적으로 벌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30일 시작한 카카오톡 게임 서비스의 매출은 8월 47억원에서 지난달 400억원으로 8배 넘게 급증했다. 김 의장은 “올해 처음으로 연 단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게임 서비스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친구와 함께 즐긴다는 것이다. 점수 경쟁은 물론 게임하는 데 필요한 사이버 머니(하트)를 얻기 위해 자연스레 친구에게 게임을 알려야 한다. 김 의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는 친구를 통해 세상을 보고 각종 제품도 구입한다”며 “애니팡의 하트가 스팸으로 느껴지지 않은 것도 친구가 보내준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자 6600만명이 힘

카카오의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유통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도 카카오톡용 게임처럼 SNS 특성을 십분 활용해 성공 가능성이 높다. 6600명이 넘는 압도적인 이용자 수도 강점이다. 시장조사업체 메트릭스가 2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 조사한 결과 모바일 앱 이용률 1위(82.9%) 2위(54.5%)가 각각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였다. 페이스북(3위, 51.8%)과 네이버(4위, 51.1%)를 앞지르는 모바일 분야의 절대 강자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는 “카카오톡은 막대한 소셜그래프(SNS를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 영향력)와 트래픽이 강점”이라며 “게임 서비스처럼 입소문을 통해 카카오페이지가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주완 한국경제신문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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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산업서 '두번의 대박' 낸 승부사

카카오톡 의장 김범수는 누구?

카카오톡 비즈니스를 주도하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46·사진)은 국내 인터넷산업에서 두 번의 ‘대박’을 터트린 유일한 사업가다. 포털 절대 강자인 네이버의 NHN을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 등과 함께 설립했다.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은 카카오톡의 카카오 설립자이자 최대주주도 김 의장이다. 김 의장은 매번 새로운 길을 택했다. 첫 직장이던 안정적인 대기업(삼성SDS)에서 6년 만에 나와 1998년 서울 한양대 앞에 당시 국내에서 가장 큰 PC방을 차렸다. PC방 성공을 발판으로 그해 국내 첫 게임포털인 한게임을 설립했다.
[Focus] 카톡의 진화…애니팡 거쳐 드래곤플라이트로
2000년에는 삼성SDS 동료였던 이 의장의 포털업체 ‘네이버’와 합병해 NHN을 만들었다. 안정된 수익이 필요했던 네이버와 늘어나는 트래픽을 감당할 자원이 필요했던 한게임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이후 국내 첫 인터넷 게임 유료화, 일본 진출, 미국 진출 등 그는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갔다.

NHN 대표까지 역임한 그는 2007년 NHN을 홀연히 떠났다. 그리고 다시 벤처로 돌아왔다. 2006년 설립한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본격적으로 경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녹록지 않았다. 동영상과 사진을 공유하는 서비스 ‘블루닷컴’, 집단지성을 이용한 정보 추천사이트 ‘위지아’ 등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09년 모바일 플랫폼으로 올인하고 2010년 3월 카카오톡을 내놨다. 사실 카카오톡은 후발 주자였다. 이미 해외에는 ‘와츠앱’, 국내에는 ‘엠엔톡’ 등 유사 서비스가 있었다. 하지만 안정적인 서비스지만 ‘무료’라는 승부수를 띄우고 지금의 카카오톡을 일궈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