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제 민주화가 '성장' 해치는 까닭 - 한국경제신문 11월16일자 A38면

[오피니언] 경제 민주화가 '성장' 해치는 까닭 등
이집트 피라미드, 중국 만리장성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지식과 다재다능함은 경이롭다. 인류에게 토지 노동 자본 등 물적 자본과 인적 자본은 오래 전부터 풍부하게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경제성장은 최근의 일일까?

1500년부터 현재까지 세계 총생산은 150배 이상 늘었고, 인구는 15배 증가했다. 1인당 소득이 10배 이상 증가했고 맬서스 함정에서 벗어났다. 1500년부터 1820년까지 320년 동안 세계 총생산은 3배 정도밖에 증가하지 않았지만, 그 후 200여년 동안 50배 이상 늘어났다. 한국의 경우는 더욱 극적이다. 상대적으로 주어진 자원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962년 87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이 지금은 2만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50년 동안 300배 정도 증가한 것이다.

이런 사실은 경제성장이 인적·물적 자본 그 자체가 아니라 인적·물적 자본을 결합하는 방법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그런 생산요소들을 결합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기업가다.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기업가들이 생산요소들을 결합하는 새로운 방법, 즉 혁신과 기술개발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켰다.

증기기관 내연기관 전기 핵에너지가 주에너지원이었던 인간과 동물의 힘을 대체했다. 기차 자동차 비행기로 인해 교통혁명이 일어났다. 세탁기 스토브 전자레인지 컴퓨터 산업용 기계와 장비 등 노동력을 줄여주는 발명품 때문에 적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단시일에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데에는 정주영 이병철 박태준 등과 같은 많은 기업가의 역할이 컸다. 위험과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모험적이고 창의적인 기업가들의 활동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나아졌고, 오늘날 한국이 자동차 조선 반도체 철강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성장했다.

경제성장에서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이다. 그 기업가 정신은 기업가의 행위에 대한 사회의 보상체계에 달려 있다. 사회제도가 기업가들의 생산적인 행위에 대해 더 많은 보상을 해준다면 기업가 정신이 발현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기업가 정신이 쇠퇴해 혁신과 기술 진보의 유인이 감소한다.

인류 역사에서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한국에서 경제가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사유재산과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주의 이념이 실현되는 자본주의적 사회구조 때문이었다. 따라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통한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생산적 활동을 촉진하는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제안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순환출자 금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등은 이에 역행하는 조치들이다. 이 제도들은 생산적 활동에 대한 보상을 제한, 기업의 혁신 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들이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한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고 소비자의 선호가 끊임없이 변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새로운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출총제, 순환출자 금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등은 기업의 출자와 투자 계획을 제한해 시간에 따른 경제 환경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기업 활동을 억제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제도들은 경쟁을 제한하는 일종의 진입규제다. 경쟁이 증가하면 기업의 혁신 활동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혁신의 결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위해 기존 기업과 새로운 기업은 혁신하려는 동기를 갖고, 경쟁에 직면한 기존 기업은 지금 얻고 있는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혁신하려는 동기를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을 제한하면 자연히 기업의 혁신 활동이 줄어든다.

지금 경제민주화란 미명 아래 펼쳐지고 있는 조치들은 기업의 활동,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킬 것이다. 그리 되면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이고, 실업은 더욱 악화할 것이며,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질 것이다. 우리를 풍요롭게 하고 더 나은 삶을 유지하게 하는 일은 경제민주화가 아닌 기업가 정신이 자유롭게 발휘될 수 있는 경제자유화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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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포퓰리즘이 낳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법칙 - 한국경제신문 14일자 A39면

올 3분기까지의 수출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상품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3%였지만 서비스수출은 무려 19.7%나 증가한 것이다. 이에 힘입어 서비스수지도 23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는 45억3000만달러 적자였다. 이 추세라면 올해 서비스수지도 30억달러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한은 전망이다. 1998년 17억달러 흑자 이래 14년 만이다. 서비스업의 놀라운 반전이요 발전이다.

[오피니언] 경제 민주화가 '성장' 해치는 까닭 등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서비스 수출 증가는 건설서비스(62.4%), 여행(24.4%), 사업서비스(13.5%), 운송(9.4%) 등이 주도했다. 특히 건설서비스 분야에서 126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이 서비스 수지 흑자 전환을 주도했다. 업체들이 해외 수주를 늘린 덕분이다. 운송서비스 흑자가 작년보다 늘어난 것도 보탬이 됐다. 여행수지 적자폭도 확 줄었다. 41억7000만달러 적자로 작년 같은 기간 64억8000만달러 적자에서 크게 개선됐다. 오는 11월21일쯤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 외래 관광객이 큰 역할을 했다. 한류 수지로 불리는 개인·문화·오락 서비스수지도 약 4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문제는 서비스수지 흑자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냐는 점이다. 아쉽게도 내년엔 다시 30억달러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게 한은 추정이다.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지 않는 한 흑자 지속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무엇이 서비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인가. 서비스산업총연합회는 제1성으로 정부에 규제 철폐를 촉구했다. 그래야 서비스업에서 흑자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당장 의료분야만 해도 그렇다. 기술도 있고 성장성도 있지만 공공성 논리에 막혀 산업으로 키워내지 못하는 게 우리 실정이다. 법률 교육 등이 모두 그렇다.

대선후보들은 입만 열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내용을 보면 창업이나 자영업 육성 등 저부가 서비스 일자리만 잔뜩 양산하려 할 뿐이다. 전문직, 사업서비스 분야에서 고부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정답이다. 서비스도 제조업처럼 해외로 나가고 국내시장을 개방할 때 가능한 일이다. 대선후보들은 규제철폐 얘기만 나오면 꿀먹은 벙어리다.

15일로 취임 6개월을 맞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이 36%에 그쳤다고 한다. 지난해 9월 출범한 노다 총리는 지지율이 20% 아래다. 출범 당시엔 지지율이 60~70%까지 이르렀던 올랑드와 노다다. 올랑드는 좌파 언론인 리베라시옹으로부터 ‘애송이(apprenti)’라는 별칭까지 받았다.

올랑드의 지지율 하락은 가깝게는 좌파의 성역인 주 35시간으로 규정된 노동시간 법안을 개정하려는 데서 비롯됐다. 긴축 예산을 편성한 것도 하락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지금 프랑스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런 정책을 어쩔 수 없이 펴야 하는 게 올랑드의 딜레마다. 노다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거의 1년간 논쟁 끝에 소비세를 올렸다. 고속도로 무료화 등의 공약은 물론 물 건너갔다. 한국, 중국과의 영토 분쟁은 일본 국민들에게 피로만 쌓이게 했다. 그토록 떠들어댔던 정치 개혁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포퓰리즘으로 당선된 정치 지도자들의 유사한 궤적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거의 예외없이 하락한다는 소위 필연적 하락의 법칙(the law of inevitable diminishing)이 좌파 정권에선 더욱 심하다. 헛된 공약이 실현되기를 기대했던 유권자들의 실망감에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정책을 진행할수록 지지자는 떨어져 나간다. 이는 선거 승리만을 지상 목표로 하는 대중 정당이 겪어야 할 필연적 결과다. 모든 유권자를 만족시키는 파레토 우월 전략이란 있을 수 없다.

포퓰리즘에 찌든 한국 대선이다. 온갖 복지정책과 헛된 공약이 난무한다. 물론 이런 선거를 통해 당선되는 대통령의 갈 길도 뻔하다. 탄핵 이야기가 또 터져나올지 더럭 겁부터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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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비스 일자리 만들기?…규제부터 없애라 - 한국경제신문 19일자 A39면

올 3분기까지의 수출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상품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3%였지만 서비스수출은 무려 19.7%나 증가한 것이다. 이에 힘입어 서비스수지도 23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는 45억3000만달러 적자였다. 이 추세라면 올해 서비스수지도 30억달러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한은 전망이다. 1998년 17억달러 흑자 이래 14년 만이다. 서비스업의 놀라운 반전이요 발전이다.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서비스 수출 증가는 건설서비스(62.4%), 여행(24.4%), 사업서비스(13.5%), 운송(9.4%) 등이 주도했다. 특히 건설서비스 분야에서 126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이 서비스 수지 흑자 전환을 주도했다. 업체들이 해외 수주를 늘린 덕분이다. 운송서비스 흑자가 작년보다 늘어난 것도 보탬이 됐다. 여행수지 적자폭도 확 줄었다. 41억7000만달러 적자로 작년 같은 기간 64억8000만달러 적자에서 크게 개선됐다. 오는 11월21일쯤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 외래 관광객이 큰 역할을 했다. 한류 수지로 불리는 개인·문화·오락 서비스수지도 약 4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문제는 서비스수지 흑자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냐는 점이다. 아쉽게도 내년엔 다시 30억달러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게 한은 추정이다.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지 않는 한 흑자 지속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무엇이 서비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인가. 서비스산업총연합회는 제1성으로 정부에 규제 철폐를 촉구했다. 그래야 서비스업에서 흑자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당장 의료분야만 해도 그렇다. 기술도 있고 성장성도 있지만 공공성 논리에 막혀 산업으로 키워내지 못하는 게 우리 실정이다. 법률 교육 등이 모두 그렇다.

대선후보들은 입만 열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내용을 보면 창업이나 자영업 육성 등 저부가 서비스 일자리만 잔뜩 양산하려 할 뿐이다. 전문직, 사업서비스 분야에서 고부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정답이다. 서비스도 제조업처럼 해외로 나가고 국내시장을 개방할 때 가능한 일이다. 대선후보들은 규제철폐 얘기만 나오면 꿀먹은 벙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