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연명치료 중단 허용하는 게 옳을까요
"환자 뜻 따르는 게 오히려 생명 존중"

"사람의 생명을 함부로 다뤄선 안 돼"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둘러싸고 법정 공방을 비롯, 온갖 사회적 논의가 있어왔는데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워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2008년 소위 ‘김 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수용한 것이기도 하다. 김 할머니 사건은 내시경 검사를 받던 70대 중반 김모 할머니가 심장마비에 이은 뇌 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가족들은 호흡기를 제거해 달라고 병원에 요구했지만 병원은 이를 거절, 가족들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듬해 5월 대법원은 연명치료 중지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는 연명치료 중단을 인정한 첫번째 판결로 유명해졌다. 이후 정부는 연명치료 중단을 위한 범사회적인 협의체를 만들어 네 가지 합의사항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법제화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2011년 보건복지부가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찬성한다’가 72.3%, ‘반대한다’는 27.7%로 찬성한다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사에서 찬성하는 사람들은 ‘가족들의 고통’, ‘환자 본인에 고통만 준다’, ‘경제적 부담이 크다’, ‘환자가 원하는 경우도 많다’ 등을 이유로 들었다.

설문 이외에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죽음의 과정에 대한 환자의 선택 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치료가 아닌 단순히 죽음에 이르는 시간만을 연장시키는 집중 치료를 미루거나 중지시켜 죽음의 과정이 환자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되는 경우에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환자가 이런 선택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환자의 뜻을 잘 아는 가족에 의한 대리 결정권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게 찬성하는 사람들의 입장이다.

고윤석 울산대 의대 교수는 생명경시 풍토에 대한 우려로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당사자의 뜻이 반영된다는 것은 생명경시가 아니라 생명존중”이라며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존엄사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의학적으로 회생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사람인 만큼 일반적으로 자살하려는 사람들과 동일한 차원에서 자기 결정권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회복 불능 환자에게 치료를 강요하는 것은 환자는 물론 가족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

앞서 여론조사에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생명은 존엄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없다’였다. 다음으로는 ‘생명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남용의 위험이 크다’,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할 것이다’ 등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위해 합리적인 존엄사가 법제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실련은 존엄사에 대한 합의안이 이미 과거 마련됐지만 지루한 찬반 논란 끝에 논의가 중단됐는데 당시 합의된 사항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소모적 논쟁을 반복해선 안 된다며 이 같은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신동일 한경대 법학부 교수는 존엄사가 자살 방조 또는 살인 공모 등의 법률적인 문제를 만들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존엄사 논의의 이면에는 결국 돈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며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은 연명치료 대상자보다 훨씬 명료한 죽음에의 의지가 있는데 이들의 자살 행위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으면서 중환자의 자발적 생명 포기 의사는 존중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한 종교인은 “의료 현장에서 의사나 환자 가족이 중중 질환자 본인에게 정확한 상태를 알리기를 꺼리는 실정임을 감안할 때 본인 의사와 상관없는 연명치료 중단이 빈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자칫 인명 경시 풍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생각하기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허용 여부는 그 자체를 두고 아무리 찬반을 논해도 사실 쉽게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 특히 윤리적인 문제를 들고 나오면 논쟁은 평행선을 달리게 되고 영원히 결론은 없다고도 말할 수 있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연명치료 중단 허용하는 게 옳을까요
이 논의는 종교나 철학 인간의 가치 등으로 이야기를 확대해 나가면 더욱 더 실마리를 풀기 어렵다고 본다. 그보다는 과학적으로 의학적으로 어떤 경우가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해당하는 것인가 하는 보다 현실적인 부분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2009년 정부가 범사회적 합의체를 구성해 토론한 끝에 연명치료 기준에 대한 합의사항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것은 본인이 사전에 의향서를 작성하는 것을 전제로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 등 특수한 연명치료만 중단할 수 있고 영양공급 체온 유지 등을 통해 생명을 이어가는 일반 연명치료는 함부로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기준 역시 실제 사례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고 법적 강제력이 없어 확고한 기준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구체적, 사례적 접근을 마냥 피할 수만은 없다고 본다. 평균 수명 연장으로 앞으로 이런 논의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당장 결론은 나지 않더라도 구체적 허용 기준을 만드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