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86> 맹모단기(孟母斷機)와 매몰비용
맹자는 동북아 한자 문화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전 『맹자(孟子)』를 남긴 유학자이다. 맹자의 스승은 공자(孔子)의 손자인 자사(子思)다. 맹자는 공자의 인(仁)에 의(義)를 덧붙여 인의를 강조했으며, 성선설을 주장했다. 맹자는 항상 자신의 학문이 공자의 가르침을 근본으로 삼아 만들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역사는 맹자를 공자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유학자로 기록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처럼 큰 인물의 성공 뒤에는 다양한 뒷이야기가 전해지곤 한다는 점이다. 특히 고난 극복과 현명한 부모의 이야기가 많다. 맹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맹모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어려운 생활형편에도 어린 맹가(孟軻·맹자의 이름)의 교육에 온 정성을 쏟았다. 맹가가 고향을 떠나 공자(孔子)의 손자인 자사(子思)에게 유학(儒學)을 배우게 할 정도였다.

베틀의 날실을 끊은 맹모


맹모는 맹가를 유학 보내놓고 평소와 다름없이 베틀에 앉아 베를 짜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맹가가 불현듯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기별 없이 돌아온 아들의 방문에 맹모는 크게 놀랐다. 마음을 가라앉힌 맹모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학문이 어느 경지에 이르렀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맹가가 “그저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자 그녀는 조용히 베틀의 날실을 끊어 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네가 공부를 그만두는 것은 내가 지금 짜고 있는 천을 끊어버리는 것과 같다. 그러니 앞으로 네가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느냐?”라고 꾸짖었다고 한다. 맹자는 어머니의 말에 깨달은 바가 있어 다시 돌아가 밤낮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하여 지금의 명유(名儒)가 되었다.

맹모(孟母)의 교육에 관한 이 유명한 맹모단기(孟母斷機) 고사는 『열녀전(列女傳)에 전해지고 있다. ‘맹모단기’는 맹자의 어머니 맹모(孟母)가 베틀(機)의 날실을 칼로 끊었다(斷)는 뜻이다. 이는 학업 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을 중단하지 말고, 계속 진행하라는 권고의 상황에서 쓰이는 표현이다. 그런데 여기서 맹모와 맹가가 경제적으로 합리적 선택을 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자(母子)가 매몰비용에 집착하여 학문을 계속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몰비용은 이미 지급되어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을 말한다. ‘지나간 일 중에 되돌릴 수 없는 것은 미래에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선택에서 제외하고 잊어버려야 한다’(Let bygones be bygones)는 의미의 경제학 용어이다. 전문적인 용어 같지만 생각해보면 매우 평범한 내용이다. 과거에 투입되어 되돌릴 수 없다면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주지 못하니 선택의 고려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조금 더 어렵게 이야기하면 ‘기회비용이 0인 경우를 매몰비용’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기회비용이란 포기한 차선의 경제적 가치인데, 매몰비용은 다른 곳에 쓸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기회비용이 0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회비용과 매몰비용

예를 들어보자. 이미 시작된 영화가 재미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입장료가 아까워서 계속 영화를 볼 필요는 없다. 입장료는 매몰비용으로 되돌릴 수 없으니 ‘지금부터 지루한 영화를 보는 데서 얻는 만족과 비용’만을 고려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뷔페의 입장료도 마찬가지다. 뷔페에 입장하는 순간부터는 매몰비용인 요금은 고려하지 말고, 지금부터 얻을 만족과 비용을 비교하면서 식사량을 조절하면 된다. 돈이 아깝다고 과식하는 것은 비합리적 소비라고 볼 수 있다.

맹모와 맹가가 들였던 공부에 대한 돈과 시간도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기에 모두 매몰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맹가가 불현듯 집으로 돌아와 학업을 그만두려고 했을 때 맹모가 학업의 중단을 날실을 끊는 것에 비유하며 꾸짖었다. 이때 맹모가 “지금까지 투자된 매몰비용이 얼마나 큰데!”라며 맹가를 설득했다면 경제적으로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맹모의 꾸짖음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안데르스 에릭손(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심리학과)은 천재가 아니더라도 10년(1만 시간)의 꾸준한 노력이 있다면 누구든지 탁월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맹가가 학문을 그만두고 다른 일로 성공하려면 10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꾸준히 해오던 학문을 계속한다면 그보다 더 적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만약 성공 혹은 전문가의 경지에 이르는 편익이 같다면 맹가가 지금 시점에서 투입되어야 하는 비용이 학문의 경우가 다른 분야로 전환하는 경우보다 훨씬 더 저렴했을 것이다.

대규모 사업을 수행하던 중 담당자가 바뀌면서 사업의 타당성을 재검토하는 경우 매몰비용이란 용어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때 진행 중인 사업을 원안대로 마무리하자고 주장하면서 매몰비용을 들먹인다면 경제적 선택의 기본조차 모르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투입된 비용 중에서 되돌릴 수 없는 것은 매몰비용으로 선택에서 제외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간 시점에서 사업을 원안대로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수정하거나 전면 개편할 것인가는 매몰비용을 제외하고 각 대안에 소요되는 편익과 기회비용을 정확히 계산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86> 맹모단기(孟母斷機)와 매몰비용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은…


그런데 이때 주의할 것이 하나 더 있다. 과거에 투입된 것이라고 모두 매몰비용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만원짜리 영화표를 예매했어도 수수료를 제외하고 80%가 환불된다면 매몰비용은 2000원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영화표의 기회비용은 8000원이며 이 경우 현재와 미래를 고려한 경제적 선택에서 이를 고려해야 한다. 삶의 지나간 과거는 매몰비용 투성이다. 그렇지만 과거의 것이라는 사실만으로 모두가 매몰비용은 아니므로 자신의 과거를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경제적 선택의 시작일 것이다.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econcha@kdi.re.kr>


경제 용어 풀이 ☞ 매몰 비용

이미 지급되어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을 말한다. 지나간 일 중에 되돌릴 수 없는 것은 미래에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선택에서 제외하고 잊어버려야 한다(Let bygones be bygones)는 의미의 경제학 용어이다. 그러나 이미 투입되었던 것이라고 해서 모두 매몰비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1만원짜리 영화표를 예매했어도 환불이 가능하다면 이는 매몰비용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결정에서 고려해야 할 대상이 된다. 달리 말하면 100% 환불 가능한 영화표 1만원의 기회비용은 0이 아니라 1만원이기 때문에 매몰비용이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