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글로벌 기업들, 이젠 미얀마로 간다…쏟아지는 '러브콜'
“아시아에 남은 마지막 기회의 땅.”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평가다. 50여년의 군부독재를 끝내고 민주선거와 시장개방 등으로 개혁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미얀마에는 최근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WSJ는 최근 세계 기업들의 미얀마 진출 ‘붐’을 미국 서부 개척시대로 비유하면서 미얀마의 풍부한 자원과 많은 인구 등 성장 잠재력이 미얀마 ‘골드러시’를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미얀마 정부가 외국인 투자법을 개정하는 등 외국인투자 유인책을 쓰면서 외국 투자가 한층 더 활발해지고 있다. 반면 경제 발전에 필요한 인프라가 부족하고 사회도 아직 불안해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개방으로 미얀마 선점경쟁

글로벌 기업들은 미얀마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50년이 넘는 군부독재를 거치면서 사실상 폐쇄국가였던 미얀마의 시장이 서서히 개방되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수요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이미 수십 개가 미얀마 진출 경쟁에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터카드와 비자는 미얀마 정부와 신용카드 사업 및 ATM 사업과 관련된 계약을 체결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계약을 체결했다. 코카콜라는 앞으로 3년간 2억달러를 투자해 현지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미얀마 정부와 협의 중이다. 경쟁사인 펩시콜라도 최근 미얀마 진출을 선언하고 준비에 돌입했다. 기업들의 투자가 줄을 이으면서 미얀마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레오퍼드 캐피털, 베이건 캐피털, E&O캐피털 등도 미얀마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기업뿐 아니라 각국 정부와 정부 관련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과 태국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은 서방 기업보다 더 빨리 움직이고 있다.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은 일본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3000억엔의 부채 탕감과 금융지원 재개를 약속받기도 했다.

일본 마루베니 미쓰비시 스미토모 상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미얀마 정부와 미얀마의 최대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인 양곤 인근에 경제특구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태국의 건설 업체와 석유화학 기업들도 경제특구 개발에 나섰다. 다른 나라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인도는 미얀마에 항만을 건설하고 전력케이블 공장 건설과 송전선 설치에 총 8400만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관계 개선 나서는 유럽국가들

유럽국가들도 뒤질세라 미얀마와의 관계 개선에 힘쓰고 있다. 지난 4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서방국가 정상으로는 최초로 미얀마를 방문한 것은 물론 미국과 유럽은 잇따라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미얀마 민족화합을 목표로 하는 평화센터 설립을 위해 내년까지 총 3000만유로(약 422억원)의 기금을 미얀마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성명서에서 “미얀마 평화센터 건립은 민족화합과 평화유지로 가는 초석”이라며 “EU는 민족화합과 평화유지로 가는 험난한 여정에서 미얀마 정부와 각 종족 이해당사자들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부패·인프라 부족은 여전

미얀마에 대한 외국 투자는 최근 미얀마 정부가 외국인 투자규제를 파격적으로 완화하면서 속도가 붙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세인 대통령이 이달 초 의회를 통과한 외국인투자촉진 법안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그간 미얀마 정부는 외국인 투자유치 촉진 방안을 추진했으나 국내적으로는 시장개방이 미얀마 국내 기업들에 불리하다는 반대 여론에 직면해 왔다.

새로운 외국인투자법의 핵심은 외국기업과 미얀마 기업 간 합작투자시 과거 50%로 제한한 외국 투자가의 지분 상한선을 철폐하고 외국인에게 사실상 토지임대를 자유화하며 외국기업에는 5년 동안 소득세를 면세하는 것 등이다. 파격적인 개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주도했던 미국의 태도 변화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미얀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얀마로 단시간에 투자가 몰리는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미얀마의 경제 및 산업 인프라가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통신 및 전력문제다. 휴대폰은 물론 인터넷 이용이 어렵다. 휴대폰을 갖고 있는 미얀마 국민은 전체 국민의 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의 26%만 전기를 쓰고 인터넷 보급률도 30%에 못 미친다.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ATM 사업을 따낸 것에서 보듯이 금융 시스템도 후진적이다. 게다가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미얀마의 부패 지수는 160위권으로 아프리카의 짐바브웨나 수단보다 높다.

투자를 계획하는 외국기업들이 사무소를 내기도 힘들다. WSJ는 제대로 된 사무실을 찾기도 어렵지만 찾더라도 비싼 임대료를 감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곤의 사무실 임대료는 0.1㎡에 84달러로 지난해 이후 2배가량 올랐다. 0.1㎡당 최고 72달러인 일본 도쿄보다 비싸다. 국제 부동산업체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의 미얀마 대표인 토니 피컨은 “계약을 하러 왔다가 비싸서 돌아간 고객이 2주일 후에 다시 와서 이전보다 더 비싼 임대료에 계약한다”고 설명했다. WSJ는 종교 갈등에 따른 유혈 사태 등 사회적 불안도 미얀마의 투자 유치에 장애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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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Issue] 글로벌 기업들, 이젠 미얀마로 간다…쏟아지는 '러브콜'

미얀마는 자원의 보고… 5900만명 내수시장도

각국이 미얀마 선점에 주력하는 이유는 우선 자원 때문이다. 미얀마는 원유, 천연가스를 비롯해 아연, 텅스텐 등 각종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은 각각 32억배럴과 3342억㎥(23조입방피트)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구리, 니켈 매장량은 각각 11억과 4300만으로 세계 1위다.

또 미얀마는 인구 5900만명의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미얀마의 평균임금은 태국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반도의 약 3배 넓이인 국토와 약 3000㎞에 달하는 해안이 인도 방글라데시 중국 태국 등과 인접해 있어 지정학적 조건도 유리하다.

작년 12월 기준 미얀마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액은 약 400억달러에 달한다. 중국이 139억4700만달러로 가장 많고 태국 한국 영국 싱가포르 순이다.

미국과 중국은 자원뿐 아니라 미얀마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얀마가 전략요충지로서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중국에 미얀마는 인도양 진출의 관문이다.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해야 하는 미국에도 미얀마는 중요하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작년 미국 국무장관으로선 50년 만에 미얀마를 방문했다. 중국은 ‘안마당’ 격인 미얀마에 미국이 진입하자 투자 확대로 전략을 바꿨다. 중국은 최근 미얀마와 자국을 잇는 가스, 석유 파이프라인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또 각종 사업에 필요한 토지에 대한 사용료를 지급하고 학교와 병원도 지어주기로 했다. 미국도 맞불을 놓고 있다.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들의 미얀마 지원을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