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경시대회] 제14회 생글논술경시대회 논제와 해제 (인문계 고 1,2 유형)

제14회 생글논술경시대회가 지난 3일 전국적으로 치러졌다. 개인은 서울 한양공고에서, 여러 명이 참가하는 단체시험은 각 학교에서 엄격한 관리하에 시행됐다. 생글생글은 이번에 출제된 인문계 고1, 2 유형에 대한 논제와 해제를 싣는다.


최근 아동 대상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면서 성범죄자를 엄히 처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성범죄의 경우 사법부의 솜방망이가 재범을 불러온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비준수율은 20.9%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집행유예율이 40.4%에 이른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안다면 불안을 금치 못할 일이다. 국민들의 기준에서 성범죄자에게 사실상의 면죄부를 줬다고 생각하는 집행유예, 벌금형 등의 선고비율이 52.4%로서, 징역형 45.8%보다 8.4% 높은 것은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처벌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범죄에는 응당 그에 따른 처벌이 필요하다. 날로 늘어만 가는 성범죄가 결국 지난 날의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생겨났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현행 처벌수준만으로는 국민들의 법감정을 만족시킬 수 없다. 친고죄 폐지에 이어, 청소년 및 아동에 대한 성범죄의 경우 양형을 강화하고, 합의로써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행태에 대해 합의를 원천적으로 막음으로써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이 반드시 엄격히 적용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경찰이 방범 비상령을 선포하고 성폭력·강력범죄에 총력 대응에 나섰다. 국가적인 현안 중 이보다 더 시급한 사항은 없다. 도처에서 끔찍한 성폭행과 흉악한 강력 범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찰이 당장 내놓을 수 있는 단기적인 대응책으로써는 최고 수준의 카드를 꺼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경찰이 서둘러 발표한 강력범죄에 대한 종합대책과 방범비상령이 얼마나 예방효과를 낼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근원적인 예방과 지속적인 효과보다는 단기적인 대응책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략)…

각종 영상매체도 각성해야 한다. 언론에서도 걱정과 비난만 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사회적 환경 개선과 국민의식을 전환하는 일에 대대적으로 나서야 한다.


서구 경찰의 근대적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1830년대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을 추적하는 자베르 경감이다. 법과 원칙에 충실한 원칙주의자인 자베르 경감은 당시 혁명이 진행되는 정치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어쩔 수 없이 한때 범죄자’였던 휴머니스트 장발장을 체포한다. 하지만 공리와 윤리 사이에서 번민하던 그는 장발장을 풀어주고 자살한다. 여기에 ⓐ‘자베르 경감의 딜레마’라는 것이 있다. 이는 사회질서를 잡아가는 서구에서 변화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의 융통성은 휴머니즘이라는 메시지도 전달한다. 법이 목적이 아니라 사람이 목적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다. …(중략)…

우리에게도 자베르 경감의 딜레마에 빠진 경찰이 있었을 것이다. 정권수호에 충실하던 조선후기에도 방대한 ‘포도청등록’ 같은 기록을 남긴 직업에 충실한 전문경찰들이 있었다. 포도청 등록에는 다양한 범죄수사 기록이 있는데 예를 들면 천주교 박해 때의 신문기록에는 ‘죽으면 바로 천당에 가니 죽여 달라’는 애절한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기록도 남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다만 죄에 대해 신문할 뿐이었다.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그 내용을 기록하고, 향후 5년(중학교) 혹은 10년간(고등학교) 보존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을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이다. 최근 부쩍 늘어난 학교 폭력과 그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폭력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그 내용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다.


<문제 1> ‘범죄의 주체’에 관해 제시문 (가)와 (나)의 관점을 비교하고, 이를 토대로 ⓐ의 의미와 ⓑ의 행위를 비교하시오. (700~800자)(50점)



비교 문제는 항상 대립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물론 대립이 아니더라도 어울리는 쌍이 있지요. 약한 처벌과 사회환경은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가령 약한 처벌이 (가)의 주체라면, (나)는 강한 처벌이어야 합니다. 물론 ‘주체’라는 단어를 쓰기에도 어색하지요. 그러므로, (나)를 좀 더 유의 깊게 읽었다면 이런 부분을 알아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입니다.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죄만 미워해야 할 것을 사람까지 미워하는 결과를 만들 뿐이다. 범죄란 단순히 한 개인이 그 사회와 동떨어져 있는 상태로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정교한 대립을 만들어내기를 요구하는 대표적인 대학으로는 한양대가 있습니다.)

‘그들’은 (가)의 맥락에 있는 것 같습니다. 철저히 시키는 대로 그저 처벌하고 신문할 뿐입니다. 하지만, 딜레마란 <이도 저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을 일컫습니다. 자베르 경감의 경우, 장발장이 사실은 선한 사람이란 걸, 그리고 실제로도 많은 선행을 베풀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가 빵을 훔치게 된 계기도 배가 고파서였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그의 직업상 그는 법을 집행할 뿐입니다.

경찰이기에 앞서 인간이었기에 휴머니스트가 되었고, 장발장을 놓아주었습니다. (물론 그리고 자살!) 이런 고민은 (가)와 (나)가 서로 대립되는 상황입니다. 경찰로서의 자베르는 (가)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자베르는 (나)의 마음을 가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 문제의 경우 <딜레마>란 단어가 적절했겠지요.


<문제 2> 제시문 (라)의 지침에 대해 (가)와 (나)의 관점을 토대로 장단점을 설명하고,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해결책으로 위 지침이 적절한지에 대해 서술하시오. (900~1000자)(50자)


(가)(나)의 관점을 토대로 본다면, 이런 류의 장단점이 도출될 수 있습니다.


<반대> 각종 일탈행위를 저지른 학생까지 학생부 기재를 통한 해결 방법은 부작용만을 양산할 뿐더러 반성을 통해 새희망을 느끼도록 하는 교육목적과도 크게 동떨어진 것이다. (인권침해와 낙인효과) 더군다나, 불우한 가정환경과 같은 사회적 환경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삐뚤어진 심성을 갖게 된 학생들에게는 처벌보다는 상담이 더욱 필요하다 등

<찬성>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폭력의 확산을 예방. 학생부에 정확한 내용을 기록한다면 입시에서 불이익이 돌아갈 것을 우려한 학생들의 일탈행위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확신이 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이 모든 내용을 고려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지요. 맞습니다. 변증법적 전개죠. 분량도 넉넉하게 1000자에 육박합니다. 대표적인 반대의견의 예시를 보면 금방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러한 제도는 학교폭력 자체를 일정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가)의 입장에서 살펴볼 때 이와 같은 ‘책임에 따른 처벌’ 제도는 입시에서의 불이익을 우려한 학생들의 일탈행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위협으로서의 제도적 효과는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성장기인 청소년 시기에 저지른 실수로 인해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선택에 있어 제한을 받게 된다면, 그 후의 인생을 설계하는 일은 커다란 장애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이는 죄만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까지 미워하게 되는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부의 훈령에 대해 반대한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다면 (나)와 같이 그 근본적 원인 진단과 예방 작업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범죄가 양산된다고 보는 것은 선천적 범죄자가 있다고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심화된 입시경쟁으로 인해 소홀하게 된 인성교육이나 공동체 교육이, 친구와 친구를 아군과 적군의 관계로 만들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 교육제도 그 자체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