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일자리 줄어든다… 법인세 인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58)은 지난 5월 우파 대통령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됐다. 당시 좌파인 올랑드는 복지 확대와 대기업, 금융권,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는 공약을 내걸었다. 부자와 대기업 등에서 세금을 더 걷어 복지재원 등으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올랑드의 공약은 유권자를 파고 들어 성공했다. 당시엔 그리스에서 불어닥친 ‘긴축 공포’가 작용했다. 그리스는 과다한 복지와 정부재정 지출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려 각종 수당 등 복지를 줄여야 할 입장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프랑스로 전염돼 프랑스 유권자는 긴축에 반대하는 올랑드를 선택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지난 8일 올랑드가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고 ‘고백’하는 정책변화를 발표했다.
올랑드 정부가 취한 첫 번째 우파적 조치는 친기업 정책인 법인세 감세다. 법인세를 줄이겠다는 것은 기업을 북돋워 장사를 잘 하게 하면 결국 세금이 더 걷힌다는 우파적 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또 기업의 혁신과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도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유럽 내 금융위기가 상존하는 가운데 혁신과 고용창출까지 없다면 더욱 깊은 파국으로 몰릴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기업들은 법인세 감세로 내년에 100억유로의 법인세 세액 공제를 받게 된다. 2014년엔 150억유로, 2015년엔 200억유로에 달한다. 3년 동안 약 450억유로(62조5000억원)에 이른다.
올랑드 정부는 물론 단서를 달았다. 기업들이 공제받은 세금을 투자와 고용확대에 써야 한다는 것. 주주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자금으로 써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급속하게 식어가는 경제에 군불을 지피기 위해선 좌파 정책으론 안 된다는 항복문서를 쓰고 있는 셈이다.
올랑드는 법인세 감면으로 인해 5년간 3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GDP 증가율은 0.5%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동 비용이 6% 하락할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올랑드는 법인세를 줄이는 반면 부가세를 올려 세원 부족분을 채우기로 했다. 부가세는 일단 서민까지 모두 내야 하는 간접세여서 좌파에선 반대했었다. 오히려 올랑드와 싸웠던 사르코지가 법인세 감세-부가세 인상을 내걸고 선거를 했었다. 선거 당시 올랑드는 이런 사르코지 정책에 대해 “부가세 인상은 기업의 부담을 일반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정권을 잡으면 부가세 인상안을 폐기한다고 목청을 돋웠고 실제로 인상안을 폐기했다.
하지만 경제가 나빠져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를 가릴 수 없는 처지가 되자 올랑드는 우회전을 하고 말았다. 프랑스 경제가 좌파식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뒤늦게 안 것이다. 그를 찍은 유권자들은 지금 무엇이라고 올랑드를 평가할까? 좌파를 찍은 유권자는 책임이 없는 것일까?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