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하고 특권 누리는 관행 없애자는 것"

"숫자 줄이는 건 정치 개혁의 본질 아니다"

대선을 50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이번에는 국회위원 수 공방에 휩싸였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제시한 정치개혁안에 의원 수를 줄이는 방안이 포함되면서 이를 둘러싸고 후보들간은 물론 정치권에 찬반 논란이 뜨겁다. 안 후보가 제시한 정치개혁안은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고 지역구 의원 수는 줄여서 전체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게 요지다. 그는 중앙당을 폐지 내지는 축소하고 정당에 대한 국가보조금도 삭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대한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수를 늘리고 줄이는 것이 직접적인 정치개혁과 큰 관계가 없다는 주장부터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반대론도 있다. 국회의원 수 축소를 둘러싼 찬반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안철수 후보 측은 “의원 수를 줄이는 것은 정치권 변화의 상징이자 의회 효율성 극대화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국회의원 한 명이 일본의 경우 27만명, 미국 하원은 70만명을 대표하는데 우리는 한 명이 16만2000명을 대표하는 비효율성을 고려해야 하고 의원 수를 줄이면 4년간 2000억~4000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는 게 안 후보 측 판단이다.

안 후보 캠프의 정치혁신포럼위원인 임운택 계명대 교수는 “단순히 국회의원 정수를 축소하는 데 방점이 있는 게 아니라 의원 수는 줄이되 비례대표 수는 늘려서 순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국회의원 수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여전히 국회는 정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해 왔다”며 “의원 수 축소 구상도 일하는 국회, 특권 없는 국회, 국민과 소통하는 국회를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 캠프의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숫자를 줄이는 것은 기득권을 내려놓자는 것”이라며 “절대적 숫자를 무조건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일하지 않고 국회의원 특권을 누리고 있는 이를 줄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연경 배재대 교수는 “안 후보의 안은 국회의원 200명을 기본으로 해서 그 안에서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를 이제부터 시작하자는 의미”라며 “안 후보가 얘기한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 등 이런 권한들을 제대로 대통령이 내려놓음으로 해서 국회의 인사청문회 기능이라는지 또는 심의 기능이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며 의원 수 축소에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측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은 국회의원 정수 감축 구상이 CEO 마인드에 따른 것이라며 잘못된 생각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한 방송에 출연해 “ 국회가 투입은 많은데 산출이 시원치 않다"며 “국회의원 수 감축 구상은 아마도 이 같은 국회의 비생산성을 보고 투입을 줄이는 쪽으로 생각한 것인데 잘못된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윤 위원장은 “국회의 권능이나 역할을 생각한다면 산출을 늘리느냐를 고민하는 게 좋은 생각이지 투입을 줄이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는 “IMF 때 의원 숫자를 줄였지만 정치가 더 나아지지 않았다”며 “의원 수를 늘리고 줄이는 것이 정치개혁의 본질은 아니며 의원 수 축소는 잘못하면 양당 독과점 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무조건적인 의원 정원 축소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은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것은 더 거대한 기득권인 행정부 기득권을 옹호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실제로 국회의원이 100명으로 (줄어들면) 재벌 등 우리사회를 독과점하고 있는 세력이 국회의원을 관리하기가 좋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정치가 꼴 보기 싫으니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정당국고보조를 없애자는 식의 여론이 있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왜곡된 정치를 바로잡고 정치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데 정치를 무시하고 축소시키는 ‘탈정치’를 해법으로 삼는 것은 엉뚱하다”며 의원 수 축소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생각하기

[시사이슈 찬반토론] 국회의원 수 줄이는게 옳을까요
현행 헌법 제 31조 2항은 ‘국회의원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국회의원 숫자는 공직선거법에 정해져 있다. 동법 제 21조1항은 ’국회의원 정수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합해 299인으로 하되 (중략)’로 돼 있다. 이 법은 올해 2월 다시 개정돼 현재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으로 돼 있다. 국회의원 숫자는 제헌 국회때 200명으로 출발해 한때 175명까지 줄었다가 현재 19대 국회에서는 300명으로 가장 많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수가 많은지 적은지는 쉽게 결론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인구 비례로 볼 때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인구 비례상 오히려 적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 현재 300명 정원이 많은지 적은지에 대한 결론은 쉽게 낼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사실 국회의원 수보다 중요한 것은 그 나라 정치문화가 얼마나 성숙돼 있느냐와 의회정치가 얼마나 안정돼 있느냐일 것이다. 단순히 국회의원 숫자만을 놓고 하는 논쟁은 단순한 정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원 숫자 조정보다는 좀 더 성숙한 정치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