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다 조사해라… 부패땐 즉각 사임할 것"

중국의 2인자 원자바오 총리가 부패 의혹에 휩싸였다. 의혹을 제기한 곳은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이 신문은 중국 주재 특파원발 기사로 원 총리 일가의 재산이 3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평소 마음씨가 좋은 옆집 아저씨 같은 서민적 이미지로 대중적 인기를 받고 있는 원 총리에겐 치명적이다.

보도 내용이 알려지자 중국 공산당은 일제히 원 총리를 보호하고 나섰다. ‘원자바오 총리 구하기’라는 비유가 나올 정도로 대응은 강력했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인터넷판 런민왕은 “NYT는 정부나 기업 집단을 위한 선전 도구여서 신뢰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도 강한 논평을 내놨다. 훙레이 대변인은 “중국 지도자와 중국을 비방하는 국제 세력이 있다”며 “중국의 불안을 조장하는 이런 음모는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NYT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보도했다는 주장을 우회적으로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비난한 것이다.

평소 중국 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했던 중화권 인터넷 매체 보쉰도 NYT 보도 태도를 비판했다. 보쉰은 개혁적 성향을 지닌 원 총리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온 매체다. 보쉰은 “NYT는 정보 제공자의 일방적인 주장만 게재했을 뿐 반론이 실리지 않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파문이 커지자 기사를 쓴 데이비드 바보자 NYT 상하이 특파원은 보복 테러를 피해 일본 도쿄로 건너갔다.

이번 사태는 중국 개혁과 자본주의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중국 우파에 대한 좌파의 반격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지나친 개방과 개발에 따른 사회 양극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좌파와 우파 간 논쟁이 벌이지곤 했다. 우파와 좌파 간 투쟁 양상이 극대화한 것이 좌파의 수장 격인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 기소 사건이었다. 보시라이는 좌파식 경제운영으로 충칭시를 성장시켜 공산당 내에서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중국 지도부가 보시라이를 우파에 도전할 인물로 보고 축출해버렸다. 중국 내부에선 이런 점을 들어 NYT의 보도는 좌파의 정보 제공으로 발생한 전형적인 권력투쟁의 일면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재산 3조원 설이 퍼지자 원 총리는 발끈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떳떳하다는 것. 보쉰 보도에 따르면 원 총리는 자신의 재산에 대해 공개조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당 지도부에 보낸 서면 지시서에 원 총리는 특별기구를 설치해 조사를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이 기구에는 중국과 외국 매체 인사를 참여시켜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한다.

원 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조사 결과 보도처럼 부패 행위가 밝혀지면 처벌을 받겠으며 부패가 확정되면 즉각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처럼 언론과 검찰이 공산당 지배 아래 있는 나라에서 지도부의 부패가 얼마나 정확하게 파헤쳐질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권력투쟁이 극대화한다면 원 총리도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원 총리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