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범죄의 높은 재범률을 낮출 수 있어"

"인권 침해를 입법화하겠다는 위험한 발상"

[시사이슈 찬반토론] 전과자 일상정보 수집은 옳을까요
강력 사건이 끊이지 않자 경찰이 전과자의 일상생활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다. 경찰은 지난달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주요 내용은 각 지역 경찰서장이 살인 성폭력 강도 상습절도 조직폭력 약취유인 등 강력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 가운데 재범 우려가 높은 사람에 대해 ‘재범 위험성 및 사회생활 적응성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 자료를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수집 정보 범위는 △주소지 거주 여부 △가족 상황 △직업 및 직장 등 소재지 △교우관계 △재범 위험성 및 사회생활 적응성 판단에 필요한 자료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각 경찰서 심의위원회가 전과 횟수, 성격,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정보수집 대상자 명단을 올리면 경찰서장이 최종 결정하도록 돼 있다.이 같은 경찰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개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비난이 있는가 하면 강력 범죄 예방을 위해 어느 정도는 허용해야 한다는 찬성도 있다. 전과자의 일상정보 수집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최근 각지에서 발생하는 강력 사건의 상당수는 이미 유사한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는 전과자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데 출소 후 이들에 대한 좀 더 체계적인 관리가 있었다면 해당 범죄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찬성론자들의 논거다. 실제 살인·강도·성범죄·절도·폭력·방화·마약 등 주요 7대 범죄의 재범 현황을 살펴보면, 2009년 53.7%, 2010년 47.7% 2011년 43.3%로 범죄자의 절반이 같은 범죄를 두 번 이상 저지르고 있다. 특히 강력범죄인 살인·성범죄·강도의 경우 재범률이 최대 47.2~87.0%에 달해 우범자의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인권 침해 논란에 대해서는 수집된 전과자 관련 정보를 수사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제한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 법안에 찬성하는 이찬열 민주통합당 의원은 “범죄 예방 효과는 처벌이 얼마나 강한가가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발각된다는 두려움이 훨씬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법을 개정해 전과자에 대해 경찰의 효과적인 관리를 가능케 하면 우범자들의 재범 가능성을 낮추고 이들의 사회 정착에도 도움이 돼 결과적으로 시민의 안전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재범이 우려되는 전과자 중 추가 범행 가능성이 큰 우범자 7000여명의 행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찬성론자들이 내세우는 이유다. 현재 경찰이 관리 중인 성폭력 등 강력범죄 우범자 3만7005명 중 주소지와 실제 사는 지역이 다른 ‘소재불명’으로 돼 있는 우범자가 7163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5명 중 한 명꼴로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정보수집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대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도 경찰이 비공식적으로 전과자 정보를 수집해오던 관행 자체에 위법적 요소가 많았는데 이를 아예 입법화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경찰은 자체 예규인 ‘우범자 첩보수집 등에 관한 규칙’에 근거해 전과자 정보를 수집·관리해왔는데, 적용 기준이나 수집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경찰이 임의적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해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처럼 기왕에 위헌 소지가 높다는 비판을 받았던 ‘우범자 첩보수집 활동’을 법률로 고착화하려는 것은 경찰의 꼼수라는 것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과거의 일을 두고 당사자는 물론 친구, 가족, 직장동료까지 훑어보는, 전방위적 사찰을 하겠다는 발상”이라며 입법화에 반대하고 있다. 그는 “한번의 처벌로도 부족해 재범 우려자로 낙인 찍고 감시를 하겠다는 것은 가혹하고 위헌적이며, 과거 범죄자였던 이들의 숨통을 막아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미미하고,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정보 수집을 하려면 직장 동료나 가족을 상대로 경찰이 탐문부터 해야 할 텐데, 그 경우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낙인 찍히는 일을 경찰이 부추겨 오히려 정상적 사회 복귀를 가로막게 될 것”이라며 “헌법에 보장된 사생활 비밀 보장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경찰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있다. 한 경찰관은 “범죄자 검거 목적으로 활용돼 오기는 했지만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너무 우범자를 몰아세우다 보면 오히려 구석에 몰려서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생각하기

[시사이슈 찬반토론] 전과자 일상정보 수집은 옳을까요
논란의 핵심은 범죄 예방 및 범죄 발생시 범인 검거 확률을 높이는 법익과 전과자들의 인권 침해 방지라는 법익 중 어느 것을 우선하느냐는 것이다. 사실 전과자의 정보를 경찰이 갖고 있다는 사실이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반면 이런 정보가 유사 범죄 발생시 범인 검거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큰 이의가 없을 것이다. 물론 전과자도 똑같은 국민이고 그런 점에서 이들의 인권 역시 보호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이들의 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으면서 강력 범죄의 재발을 막고 재범시 범인 검거 확률을 높일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전과자 정보 수집 자체를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제한된 범위에서 허용하자는 견해를 무조건 위헌적이라고 비난하기는 곤란하다. 대신 수집되는 정보의 범위와 수집 방법, 그리고 이 정보의 활용 범위 등을 하위 법령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해당 경찰관을 엄격하게 처벌한다면 꼭 반대할 사안만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세부 집행 기준을 만들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쳐야 할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