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경기침체에도 '고용 서프라이즈'…대박일까 허상일까
9월 국내 취업자가 2500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만5000명 늘었다. 이 같은 증가폭은 2002년 3월 이후 10년6개월 만에 최대다. 실업률도 작년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2%대로 내려섰다. 고용률은 전년 대비 0.9%포인트 상승한 60.0%를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는 한마디로 ‘고용대박’이다. 특히 제조업 고용이 전년 동월 대비 3개월 연속 늘어나고 상용직 증가 규모도 10개월 만에 50만명을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달 고용 숫자가 부풀려졌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전반적인 고용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둔다. 하지만 고용시장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허수가 많아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9월 취업자 68만명 증가


경기 침체에도 ‘고용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난해 9월 통계청의 고용동향 조사 기간에 추석 연휴가 끼면서 일용직 등의 취업자 수가 대폭 감소했다. 이 결과 올해 9월 고용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통계청은 이 같은 착시 현상을 뺀 순수 취업자 증가폭은 40만명 안팎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고용 증가세가 이어지겠지만 증가폭은 다소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지난해 4분기 취업자가 크게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내달 취업자 증가폭은 30만명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고용 시장이 맞벌이 중심의 선진국형 구조로 가는 과도기를 지나면서 일자리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0대 이상 여성의 단시간 근로가 증가하면서 외벌이에서 맞벌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부는 30대 이상 여성 인구의 취업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이 같은 분석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 연령별 신규 취업자 수를 보면 30대 여성이 6만1000명, 40대 여성이 2만9000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구 증감 효과를 고려한 30대 여성 취업자 증가폭은 12만명이 넘을 것으로 통계청은 보고 있다. 또 40대 여성의 고용률은 64.9%로 30~50대 남성을 제외하면 가장 높다.

[Focus] 경기침체에도 '고용 서프라이즈'…대박일까 허상일까

#30~50대 여성 '파트타이머' 급증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성의 고용 증가다. 지난달 여성의 고용률은 전년 동월 대비 0.9%포인트 올라 남성(0.8%포인트)보다 상승폭이 컸다. 30대 여성의 고용률은 2.0%포인트 급등했고, 50대(1.2%포인트) 60세 이상(1.7%포인트)에서도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났다. 이에 대해선 여성들이 불황 탓에 노동시장에 ‘내몰린다’는 해석이 많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남성들의 영역이었던 운수업종에서 지난해 여성종사자가 19.8% 급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트타임 증가=고용의 질 악화’라는 공식은 조금씩 깨어지고 있다. 재정부에 따르면 단시간 근로자 가운데 자발적으로 선택한 사람의 비중은 2008년 32.3%에서 지난해 44.7%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올해 3월 기준 30대 시간제 여성 근로자 가운데 60%는 자발적으로 선택한 사람이었다. 전일제보다는 육아와 가사를 하고 남는 시간에 조금씩 일을 하는 걸 선호했다는 의미다. 재정부 관계자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고 있는 것은 경제난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자발적 근로 의지가 높아진 측면도 크다”고 말했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여성의 파트타임을 꼭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며 “남는 시간을 이용해 가구 소득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국민소득 향상에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고용구조 선진화vs속빈강정

지난달 고용지표를 둘러싸고 또 ‘속빈 강정론’이 나온다.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일자리의 질은 악화했다는 단골 해석이다. 실제로 경기 침체와 베이비부머 은퇴가 맞물리면서 자영업자 수가 14개월 연속 늘었다. 팍팍해진 살림살이 탓에 30~50대 여성들이 생업 전선에 뛰어드는 것도 씁쓸한 모습이다. 서비스업 고용이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을 중심으로 호조인 것도 달가운 현상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제조업과 달리 파트타임 일이 많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주 36시간 미만 단기간 근로자는 지난해 91만7000명 급증, 전체 근로자의 18.7%를 차지했다. 김범석 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30대 이상 맞벌이 여성이 2009년 이후 증가 추세”라며 “남성은 전일제로 일하고 여성은 시간제로 일하는 ‘1.5인 맞벌이’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용구조가 선진국형으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성의 고용 증가도 보육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출산율과 여성의 경제참여가 함께 높아지는 선진국형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손 연구위원은 “시간제 근로가 확산될수록 고용의 질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카드모집이나 보험설계사 같은 저임금 특수근로자 문제를 해결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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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이 뭐지?… 경제활동 인구중 실업자의 비율

고용통계는 한 나라의 노동력 규모와 취업자 및 실업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용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전체의 인구보다 생산활동에 참여가 가능한 인구의 규모를 측정하고 이 중에서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고용통계에서는 노동가능인구, 경제활동인구, 취업자, 실업자 등을 기준으로 고용통계를 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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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가능인구는 노동 투입이 가능한 ‘만 15세 이상 인구’로 정의되며, 단순히 노동 가능성 여부를 나타내는 기준이다. 단 15세 이상이지만 경제활동에 참여해 노동력을 제공할 수 없는 군인과 수감자는 노동가능인구에서 제외된다. 노동가능 인구는 경제활동 참가 의사를 기준으로 다시 두 그룹으로 분류한다. 이들 중 적극적으로 경제활동 참가의사를 표현한 사람은 경제활동인구, 그렇지 않은 사람은 비경제활동인구로 구분된다. 쉽게 말해 노동가능인구 중에서 일에 종사하고 있거나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은 경제활동인구, 전업 주부나 학생, 일을 할 수 없는 고령자, 심신장애자, 구직단념자 등은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다. 또 경제활동인구는 경제활동에 참가의사를 밝히고 취업이 된 취업자와 그렇지 못한 실업자로 구분된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경제활동 인구조사 결과 중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지표다. 고용률은 만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참고로 기저효과란 어떠한 결과값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기준이 되는 시점과 비교대상 시점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서 그 결과값이 실제보다 왜곡되는 현상을 말한다. 호황기의 경제상황을 기준시점으로 현재의 경제상황을 비교할 경우 경제지표가 실제상황보다 위축되게 나타나는 것은 기저효과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