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실업률 '깜짝 하락' 진실 공방… 美 대선 핫이슈로
미국의 9월 실업률이 7.8%로 ‘마의 8%’ 벽을 깼다는 발표가 지난 5일(현지시간) 나온 이후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 진영이 서로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일자리는 올해 미 대선의 최대 쟁점인 데다 이번 실업률이 대선 투표(11월6일)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상 마지막 발표였기 때문이다.

# 9월 미국 실업률'조작설'등장

지난 5일 오전 8시30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정치인들과 뉴욕의 투자자들 그리고 기업인들은 PC 모니터와 스마트폰에 뜬 속보 메시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9%를 웃돌았고 올해 내내 8% 선에 머물던 실업률이 지난달 7.8%로 하락했다는 노동부 발표 기사였다. 5분 뒤 트위터에는 ‘믿을 수 없는 수치’라며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왔고 소셜미디어를 타고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글을 올린 사람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임기 내내 비판해온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그는 “시카고 사람들(오바마 행정부)은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며 “토론을 못하니 숫자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전설의 최고경영자(CEO) 웰치 회장이 정치적 파장을 무릅쓰고 음모론까지 제기한 건 이날 발표된 9월 고용지표가 11월6일 실시되는 대선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지난 3일 1차 TV토론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상대로 판정승을 거둔 것도 지지부진한 고용시장 회복세 때문이었다. 더구나 8월 8.1%에서 9월 8.2%로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실업률이 오히려 깜짝 하락하자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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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조작 가능성 희박"

하지만 정부가 수치를 조작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작을 하기엔 통계 작성에 너무 많은 사람이 관여한다는 것. 2008년부터 최근까지 노동통계청에서 일한 케이스 홀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표본 추출 과정에서 통계적 오류가 생길 수는 있지만 누군가 고의적으로 숫자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공화당 일부에서도 조작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희박공화당 경제 전문가인 더글러스 홀츠이킨은 8일 CNN방송에 출연해 “실업률이나 신규 취업자 등은 전문적인 방법으로 모아지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의회예산국(CBO) 국장을 맡았고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경제 선임 보좌관을 지냈던 인물이다. 백악관과 미 행정부는 ‘바보 같은 소리’라며 즉각 반박했다.

잭 웰치 전 회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실업률 수치를 조작했다는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웰치 전 회장은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온라인판에 실린 ‘내 주장이 옳았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노동통계청의 실업률 조사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며 당국의 조사방법이 객관적이고 정확하다는 것은 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실업률이 매달 일주일 정도 전화나 가정방문을 통해 조사되는데 조사당국이 이 방법과 관련, “응답자가 질문 내용을 잘못 이해하거나 빠진 자료를 추산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계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8월과 9월에 발표된 공공 부문 인력증가 규모, 전반적 취업률 향상 등도 실업률 조작근거로 제시했다. 웰치 전 회장은 또 두 달 만에 실업률이 급락하려면 경제가 ‘번개 같은 속도’로 발전해야 하지만 미 경제는 이제 겨우 주택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 롬니 지지율 상승

수치가 조작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업률 하락이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용지표는 가계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실업률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일자리 수 증감으로 구성된다. 이번 조사에서 실업률은 깜짝 하락했지만 일자리 수는 예상대로 11만4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보통 가계 대상의 실업률은 변동성이 심하고 오류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선 후보들은 실업률 수치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5일 버지니아주 조지메이슨대 연설에서 “실업률이 내가 대통령이 된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우리는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7.8%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했던 2009년 1월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수치다. 하지만 롬니는 “실업률은 아주아주 느리게 떨어지고 있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실업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TV토론회에서 완승한 롬니 후보는 지지율이 상승하며 오바마 대통령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6일 리얼클리어폴리틱(RCP)이 조사한 여론조사업체들의 두 후보 지지율 평균치는 오바마 48.4%, 롬니 47%로 차이가 1.4%포인트에 불과했다. 9일 갤럽이 발표한 2~8일 7일간의 평균을 측정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롬니의 지지율은 49%를 기록해 47%를 얻은 오바마 대통령을 2%포인트 차로 추월했다.

김동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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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이변' 이번에도 어김없이?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 10월에는 정치권에서 대형 돌발변수가 등장하곤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대선을 목전에 두고 판세를 굳히기도 하고 승부를 뒤바꾸기도 하는 이른바 `10월의 이변’이 올해도 등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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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2년 10월말 헨리 키신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갑작스럽게 “베트남의 평화가 다가왔다”고 말했다. 베트남전은 이후 3년 후에 끝났지만 당시 발언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그로부터 8년 뒤 1980년 대선 직전에는 이란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에 1년 이상 억류됐던 인질의 석방과 관련해 논란이 벌어졌다.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측은 지미 카터 행정부가 대선을 겨냥해 선거 직전에 인질 석방을 발표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석방은 성사되지 않았고 카터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했다.

2000년 대선에서는 선거 닷새전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과거 음주운전 경력이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상당히 떨어졌지만 결국 승리를 거뒀다. 2004년에는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테이프가 전격 공개된 것이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이 됐다. 이번 대선에서도 3일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첫번째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에게 참패한 것이 이변으로 꼽히고 있다.